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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 연의 반복이 만들어낸 현대판 ‘변상도’
김현태 기자  |  meopit@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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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9  20:4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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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집멸도(苦集滅道)’, 227×94cm, 선지·수묵·옻칠, 2017.
불교에서는 일체 만물이 상대적 의존관계에 의해 형성된다고 한다.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직접적인 원인을 ‘인(因)’이라 하고, 인과 협동하여 결과를 만드는 간접적인 원인을 ‘연(緣)’이라 한다. 곧 안에서 결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과 그 인을 밖에서 도와 결과를 만드는 간접적인 힘인 연, 모든 사물은 이 인연에 의하여 생멸한다는 것이다.

임효 작가, 블룸비스타 초대전
7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개최
고집멸도·공심·연 30여점 전시
“삶 속 언어 그림으로 형상화”

임효 작가는 이 ‘인연(因緣)’의 의미를 작품을 통해 풀어낸다. 거칠고 힘찬 갈필(渴筆)의 누름과 그 위에 겹쳐지는 부드러운 습필(濕筆)의 흔적. 수없이 교차되는 붓질의 ‘인’과 ‘연’으로 작은 사각의 세계가 겹겹이 더해지고 그 속에는 부처님의 언어인 다라니가 한자씩 자리한다. 어느새 각각의 모습은 사라지고 새로운 하나의 형상만이 남을 뿐이다. 마치 모든 존재가 하나의 그물로서 끝없이 서로 얽혀있는 인드라망을 보는 듯 임 작가의 작품은 ‘현대판 변상도(變相圖)’가 되어 대중에게 다가온다.

임효 작가가 7월1일부터 9월30일까지 경기도 양평 현대 블룸비스타 1층에서 기획초대전을 갖는다. ‘공(共)·관(觀)·연(緣)’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지난 3년 열정과 신심으로 완성한 ‘고집멸도(苦集滅道)’ ‘공심(共心)’ ‘연(緣)’ 등 30여점이 선보일 예정이다.

   
▲ ‘공심(共心)’, 274×172cm, 수제한지·옻칠, 2017.
임효 작가는 23회의 국내외 개인전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보여준 대한민국 대표 중견작가다. 그는 전통적 필묵이 갖는 현대적 감각을 발견하고 전통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창작세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전마다 새로운 조형실험을 통해 전통적인 동양화 표현방식과 현대의 다양한 회화적 표현방법을 용해시켜 그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유엔 ESCAP본부를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한국은행, 금호미술관, 외무부청사, 고은미술관, 삼성의료원 등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는 이유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고집멸도(苦集滅道)’는 우리의 삶 자체를 이야기한다. 인생에는 고통이 따른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깨달음의 경계에 도달하고자 끊임없이 정진한다.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푸른색 바탕에는 ‘신묘장구대다라니’가 스며들 듯 녹아 있고, 싯다르타가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뒤 중생을 위해 맨 처음 설한 ‘고’·‘집’·‘멸’·‘도’가 펼쳐져 있다.

의도하지 않음 속에서 필묵이 지나간 자국에 희미한 색의 흐름이 하나하나 저절로 나타나며 화면에 피어오르는 향기로 남는다. 작가는 수없이 반복하는 붓질을 통해 기존의 모습은 사라지고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냈다. 그 반복이 모여 형상이 만들어진다. 이렇듯 임 작가는 생성과 소멸의 생명 순환의 원리를 ‘고집멸도’에 담아냈다.

   
▲ ‘A branch-fused tree2 연(緣)’, 100×70cm, 선지·수묵·옻칠, 2016.
작품 ‘공심(共心)’은 ‘함께’라는 의미를 보여준다. 작품의 소재인 한지를 직접 만들고 그 한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질감의 특성을 찾아내 팽창과 수축,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몇 년에 걸쳐 반복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갈필과 습필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하나하나의 개별이 만들어지고 수많은 개별들이 모여 하나가 됐다. 더디지만 자연의 변화와 공심이 만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공심’은 바로 임 작가가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찾고자 하는 ‘길 없는 길’인 셈이다.

임 작가는 “시를 만드는 것은 감정을 우려내는 추억이 있어야 하고, 그 추억을 달이고 달여야 비로소 언어로 표현된다”며 “삶 속에서, 추억 속에 묻어나는 조탁(彫琢)된 언어들을 그림으로 형상화했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상을 인식하는 독창적인 시각으로 새로운 조형언어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기 위해 오늘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임효 작가 기획초대전 개막식은 7월1일 오후 4시 열린다. 일점 김환수 선생의 대금 연주와 향산 강재일 교수의 시조창, 이시환 테너의 축하공연과 함께 김찬호 경희대 교육대학원 주임교수의 작품소개의 시간이 진행된다. 작품소개 및 공연은 7월22일과 8월12일, 9월2일에도 마련된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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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5
전체보기
  • 도희 2017-06-22 16:12:52

    텅비어 가득차게하소서!
    비워냄으로인해 결국가득채워질수있슴이
    행복으로,사랑으로,만세꽃으로~
    축하축하 진심으로축하드리며 또한
    이런멋진감응을 얻을수있는기회의장열어주심에
    또한 감사드립니다.신고 | 삭제

    • 행운예감. 2017-06-22 14:06:13

      그림을 보면서
      차분해지는 마음!
      업장이 녹는듯 싶네요.
      빨리 전시장으로 가고싶다는 생각이 듭니다.신고 | 삭제

      • 독자 2017-06-22 13:28:41

        “시를 만드는 것은 감정을 우려내는 추억이 있어야 하고, 그 추억을 달이고 달여야 비로소 언어로 표현된다”며 “삶 속에서, 추억 속에 묻어나는 조탁(彫琢)된 언어들을 그림으로 형상화했다-는임작가님의 말씀이~그림을~꼭~~보고싶다는 생각이...신고 | 삭제

        • 앙련 2017-06-22 13:27:45

          작가는 추구하는 길을 작품으로써 나타내어 본디 그 사람의 성품까지 엿볼 수 있다 하더군요!
          임효작가님의 작품은 그 속에 바른 길을 향한 뜻을 품고 있을 뿐 아니라 바른 성품까지 온전하게 드러내었으니 참으로 아름답습니다.신고 | 삭제

          • 해법 2017-06-19 23:50:24

            임효작가의 작품도 천하제일이요, 김현태기자의 작품평 또한 절창이네 아, 소리가 나는 감동이네 참 좋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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