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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마하카피 자타카-상

8만 무리 이끈 원숭이왕의 선행

▲ 망고가 풍성하게 열린 스리랑카 아누라다푸라의 망고나무.

자타카는 부처님께서 과거에 다양한 동물들로 태어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원숭이는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사랑을 많이 받는 동물이었다. 이 때문에 부처님께서 과거에 원숭이로 태어난 이야기들 또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원숭이 왕이었던 부처님
가족들을 아꼈던 전생담
인도 주변지역서는 유명

인도 힌두전통의 위대한 서사시인 라마야나(Rāmāyana)에서 원숭이왕 하누만(Hanuman)은 많은 원숭이들을 거느리고 라마를 도와서 라마의 부인인 시타를 구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원숭이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로 받아들여졌으며 인도와 동남아시아의 힌두교와 불교사원 주변에서 많은 원숭이들을 볼 수 있다. 이들 원숭이들은 사원을 관리하는 사람들과 방문하는 신자들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비록 몇몇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인간사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원숭이를 주제로 한 자타카들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위대한 원숭이왕 이야기로 알려진 마하카피 자타카(Mahākapi Jātaka)이다. 이 이야기는 인도의 바르후트, 산치, 그리고 아잔타 석굴에서 부조와 벽화로 나타나고 있고 중앙아시아 키질의 한 석굴사원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또 동남아시아 보로부두르의 제1회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문헌적으로 보았을 때도 이 이야기는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남방 팔리 전통 뿐만 아니라 북서인도 아리야 슈라(Ārya Śūra)의 ‘자타카말라(Jātakamālā)’에서도 등장하고 한역 ‘육도집경(六度集經)’과 ‘잡보장경(雜寶藏經)’에서도 전해지고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이야기가 인도와 그 주변지역에서 상당한 사랑을 받았지만 한국, 중국, 일본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아마도 윤회를 실질적으로 받아들이는 인도 전통에서 보면, 부처님께서 원숭이로 태어났었다는 것이 설득력을 지닐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멀리 동아시아까지 불교의 설화들이 전해졌을 때 부처님께서 동물로 태어났었다는 것에는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한때 부처님께서 제타와나에 머무르실 때 몇몇 비구들이 친지들을 위해서 선행을 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를 들은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여, 여래가 친지들을 도와주는 선행을 한 것은 지금만이 아니다”면서 과거를 이야기하셨다. 옛날 브라흐마닷타왕이 바라나시를 다스리고 있을 때 부처님께서는 히말라야 설산에서 원숭이로 태어나셨다. 점차 자라나면서 아주 강하고 뛰어난 원숭이로 성장했고 8만 마리의 원숭이 무리를 이끄는 원숭이왕이 되었다. 이때 갠지즈 강가에는 마치 산과 같은 거대한 망고나무가 있었는데 이 나무에서 나오는 망고는 너무나 달콤하고 맛있어서 모두가 사랑하게 되었고 이 나무에서 원숭이 무리가 생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 망고는 가장 사랑받는 과일이다. 그런데 좋은 나무에서는 맛있는 망고가 나오고, 나쁜 나무에서는 맛있는 망고가 나오지 않는다. 맛있는 망고가 나오는 나무는 아주 가치 있는 나무로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하루는 원숭이왕이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원숭이 무리가 살고 있는 나무의 망고가 너무 맛있어서 망고가 하나라도 강가에 떨어져 인간들이 있는 곳까지 흘러간다면 이 망고의 맛을 본 인간들이 망고나무를 찾아올 것이고 원숭이 무리들은 위험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396호 / 2017년 6월 2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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