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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무난(至道無難)

학벌에 따른 편견 사라져야

중국선종 3대 조사 승찬(僧瓚) 스님의 저서로 ‘신심명(信心銘)’이 있다. 전체가 146구 584자에 불과하지만, 선종의 역사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팔만대장경’의 골수가 녹아있다거나, 1700공안의 요체가 담겨있다는 찬사가 뒤따른다.

‘신심명’의 첫 번째 구절은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이다. 풀이하면 “지극한 도는 어렵지 않으니, 오로지 가리고 선택하는 것을 꺼릴 뿐”이라는 말이다. 역으로 진리나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편견이나 잘못된 생각으로 분별하여 집착하면 지극한 도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편견이나 분별은 수행의 길에만 장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편견이나 분별은 필연적으로 차별로 이어진다. 지역에 따른 차별, 학력에 따른 차별, 인종에 따른 차별, 성정체성에 의한 차별. 이 모든 것들이 우리사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병리현상이다. 그냥 있는 그대로 보면 같은 국민이고 사람일터이지만 편견을 갖거나 분별을 하기 시작하면 서로가 달라야 할 이유들이 태산처럼 쌓인다.

최근 대통령이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 인력채용에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지시했다. 공공부문 지원자의 이력서에서 학력, 출신지, 스펙 같은 차별적 요소를 일체 기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류역사 발전은 끊임없는 편견과 차별의 해소과정과 함께했다. 사실 취업난보다 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채용과정에서의 차별이다. 지방대학 학생들은 실력을 평가받기도 전에 서류심사에서 탈락하고, 이런 학력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직무연관성과 무관한 스펙을 쌓기 위해 몸부림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런 시점에서 블라인드 채용은 학벌에 따른 편견을 버리고 오로지 실력을 보고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지도무난(至道無難) 유혐간택(唯嫌揀擇) 바로 뒤 구절이 단막증애(但莫憎愛) 통연명백(洞然明白)이다. “미워하고 좋아하는 마음만 버리면, 툭 터져 명백해질 것”이라는 뜻이다. 학력에 따른 선입견과 제도적 차별만 걷어낸다면, 채용과정은 그야말로 툭 터져 절로 투명해질 것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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