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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의 얼 담긴 문화재, 국민들에게 돌려줍니다”

  • 교계
  • 입력 2017.06.26 15:37
  • 수정 2017.06.27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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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 6월13일 화엄사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주지 덕문 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문화재관람료는 존속이냐 폐지냐가 아니라 문화재 소유자가 그것에 합당한 가치를 제공하느냐 하지 못하느냐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알아서 보고 가라’는 식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와서 느끼고 가슴에 담아 가도록’ 만들어가는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문화재 관리 주체로서 불교계가 일대 전환을 일궈내야 할 시점이 된 것입니다. 성보문화재 관리·활용 방안에 대한 새로운 대안 제시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진산식 대신 세미나 개최
문화재 활용방안 등 제시
성보 관련 이야기 부여해
마음에 담아 가도록 유도

조계종 제19교구본사 지리산 화엄사는 6월13일 ‘화엄사 문화재의 보존과 활용’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화엄사 말사 주지스님들과 대중스님, 신도는 물론이고 김동현 전 국립문화재연구소장, 최응천 동국대 미술사학과 교수, 황권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 등 문화재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해 준비된 발제 없이 즉석에서 토론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특히 4월12일 주지에 임명된 덕문 스님이 진산식을 대신해 개최했다는 점은, 향후 화엄사 문화재 보존·활용의 대대적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덕문 스님이 문화재 활용 방안에 주목하게 된 것은, 불교계가 국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스님은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방식의 문화재 활용 및 보존 방향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반면, 그간 불교계는 건축물 위주 불사에 집중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건축이라는 하드웨어가 어느 정도 완성됐기 때문에, 그 공간에 내용을 채워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적 발상전환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실제 화엄사는 덕문 스님의 주지 취임 이후 ‘문화재, 국민 속으로 가다’를 모토로 로드맵을 세우고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제19교구 내 불교문화재와 유물에 대한 일제조사를 실시해 디지털 목록화한 뒤, 이를 지역 관광자원들과 연계한 콘텐츠로 개발한다. 이어 초·중·고·대학생과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성보문화재 서포터스’를 발대해 지역이 자발적으로 문화재 보호 활동을 추진하도록 이끈다는 방침이다. 학생·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불교문화체험 기회 역시 부여된다는 측면에서 ‘문화재 보호’와 ‘전법’의 일거양득 효과가 기대된다.

다음은 조계종 최초의 ‘교구 통합 인터넷 성보박물관 홈페이지’ 구축이다. 디지털 목록화한 성보들에 더하여 지역 관광명소를 추가해 각 성보와 지역별 관광자원을 연계시킨 추천 관광코스를 개발한다. 지역으로 유입되는 관광객 수 증가가 예상되는 이러한 방식의 홈페이지 구축은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고려한 것으로서 의미가 남다르다. 데이터베이스화와 지역 연계 관광콘텐츠 개발이 마무리되면, 사찰 재정비 및 둘레길 조성 등 지역·관광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게 된다.

스님은 “외국의 경우 우리 돈으로 2~3만원의 높은 입장료를 책정해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데, 문화재 소유자들이 그만큼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제 불교계는 ‘보고 싶으면 보고, 보고 싶지 않으면 보지 말라’는 식의 불친절함에서 탈피해야 한다. 사찰을 이야기가 흐르는 공간으로 변모시켜 관광객들이 성보를 마음에 담아가도록 만드는 것은, 문화재관람료에서 비롯된 오해를 종식시키고 나아가 우리 조상들의 얼이 새겨진 불교문화재를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불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스님은 문화재 관련 세미나를 연 1회 개최하여 전문가들을 결집하는 한편, 화엄사에 문화재 관련 연구소 개설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스님은 “임기 내에 계획한 모든 것을 이뤄낸다기보다, 방향을 제시하고 틀을 만들어놓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며 “이후 후임 주지스님들이 살을 붙여가다 보면 국민들의 사찰문화재 관람 만족도가 대폭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광주지사=문영배 지사장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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