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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국 첫 왕조 수코타이

800년 세월 거슬러 태국 문화 시원을 만나다

▲ ‘왓 마하탓’ 전경. 수코타이 역사공원의 중심이자 수코타이 왕국의 왕실사원이었다. 가운데 부처님 뒤로 보이는 쩨디에는 부처님 목뼈 사리와 불발(佛髮)이 봉안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태국을 가리켜 흔히 ‘미소의 나라’ ‘자유의 나라’라 부른다. 만나는 사람 누구나 합장한 채 미소로 인사하고, 정식 국명인 ‘타이왕국’의 ‘타이’가 ‘자유’를 뜻한다하니 적절한 표현이라 하겠다. 현재 태국은 미얀마,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인도차이나반도에 위치한 여러 나라들 중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러나 타이인들이 그들만의 국가를 세운 것은 비교적 늦은 13세기에 들어서다.

1238년 앙코르 왕조 몰아내고 건립
람캄행 대왕 이후 상좌부불교 수용
타이문자 창제 등 독자 문화 꽃피워

태국 불교건축의 정수 ‘역사공원’
부처님 사리·불발 봉안된 왓 마하탓
세계 유일 ‘워킹붓다’ 등 대표 유적

가장 아름다운 손 가진 ‘왓 시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고대 도시

수도 방콕에서 북쪽으로 4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수코타이는 태국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타이족이 세운 첫 번째 왕조의 명칭이자, 왕조의 도읍이 있던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전 태국 북부지역은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 등에서 남하한 이주민들이 통치했고, 수코타이가 건립될 당시 인도차이나반도는 앙코르와트를 건립한 크메르의 지배하에 있었다. 앙코르 왕국을 몰아내고 타이 왕국을 세운 것은 1238년 인드라딧야 왕에 의해서다. 이후 수코타이는 남쪽 아유타야 왕조에 의해 흡수되기 전까지 200여년간 명맥을 유지했다.

수코타이 왕국의 최전성기는 3대 람캄행 대왕 때다. 영토는 현재 태국의 규모에 비견될 만큼 확장됐고, 타이문자를 창제해 독자적이고 차별화된 문화를 꽃피웠다. 무엇보다 상좌부불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태국 왕권의 통치 이데올로기이자 민중의 신앙으로 깊숙이 뿌리내리게 했다. 이에 타이인들은 람캄행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대왕’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5대 로에타이 왕은 불교를 크게 진흥시켰다. 삼장(三藏)에 두루 밝았던 로에타이 왕은 ‘불교우주론’을 지어 각지에 불교를 전파하고, 스리랑카 스님을 초청해 불교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또 전국에 수많은 사원과 불상, 불탑을 조성하는가 하면, 스스로 출가자가 되어 수행자생활을 하기도 했다. 태국에서 태어난 남자라면 의무적으로 행하는 단기출가도 이 때 만들어진 것이고 한다.

▲ ‘왓 시춤’에 모셔진 석가모니 부처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을 가진 불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화려했던 왕국의 영화는 수코타이 역사공원에서 확인할 수 있다.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역사공원은 수코타이 권력의 핵심부이자, 800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유적이다. 역사공원을 돌아보려면 먼저 여행자안내소를 방문해 지도를 받길 권한다. 가로·세로 1.8km, 삼중의 성벽으로 둘려 처진 역사공원 내에만 10여개의 사원이 존재해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기 때문이다. 관광청에서 제작한 지도에는 수코타이에 대한 소개와 함께 주요 유적지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게 정리돼 있다.

수코타이 순례는 중심부에 위치한 ‘왓 마하탓’에서 시작된다. 왕실 사원인 이곳은 초대 왕인 인드라딧 때부터 시작돼 수코타이가 아유타유에 합병될 때까지 불사가 계속됐다. 가로 206m, 세로 200m의 벽돌담장과 해자로 둘러싸인 왓 마하탓 경계 안에는 198개의 쩨디(탑)와 10개의 법당, 그리고 다양한 모습의 불상이 존재한다.

왓 마하탓 유적 중 가장 중요한 건축물은 중심부에 위치한 연꽃봉오리 모양의 쩨디다. 기록에 의하면 람캉행 대왕 시절인 1292년 완성됐고, 4대 로에타이 왕은 스리랑카로부터 선물받은 부처님 목뼈 사리와 불발(佛髮)을 봉안했다. 연꽃봉오리 모양의 쩨디의 네 모서리에는 스리랑카 양식의 벽돌 탑이 설치됐으며, 각 모서리 사이 중간 지점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일대기가 조각된 크메르 양식의 탑이 놓여있다. 쩨디 기단부에는 우리의 탑돌이를 보는 듯 합창한 채 걸어가는 스님들의 모습이 양각돼 눈길을 끈다.

▲ ‘와 사시’의 ‘워킹 붓다’. 수코타이를 대표하는 유물로 타이인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불교도와 서양의 이방인들이 이 부처님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특히 불교 주요행사 일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타이인들이 부처님과 같은 모습으로 탑돌이를 하고 경행을 하는 장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역사공원 내 가장 아름다운 곳은 단연 호수 위 섬에 지어진 ‘왓 사시’다. 왓 마하탓에서 람캄행 대왕의 동상을 지나면 보이는 이곳은 나무다리를 건너야 닿을 수 있다. 수려한 모습의 쩨디 군락을 지나 오른쪽 더 작은 섬으로 향하면 수계의식을 행하던 계단(戒壇)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수코타이의 많은 유적 중 왓 사시를 더욱 유명하게 만든 것은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걷는 부처님(Walking Buddha)’ 때문이다.

위파사나의 경행을 하는 듯한 모습의 이 불상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도리천에서 마야부인에게 법문을 한 후 하강하시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타이인은 물론 세계 각국의 불교도와 서양의 이방인들이 수코타이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태국 불교미술의 백미로 꼽히는 이 부처님을 보기 위해서다. 특히 부처님오신날(태국력 6월 보름), 초전법륜일(태국력 8월 보름), 입안거(태국력 9월 보름) 및 출안거(태국력 11월 보름) 등 불교 주요행사 일에 이곳을 방문하면 전국에서 찾아온 수많은 타이인들이 탑돌이를 하고 부처님과 같은 모습으로 경행을 하는 장관이 연출된다.

수코타이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우리네 경주와 같은 곳이다. 수코타이 왕조의 자취는 역사공원 너머에도 수없이 산재해 있다. 역사공원 북쪽 수코타이 최고(最古) 사원인 왓 프라 파이루앙을 지나면 왓 마하탓과 쌍벽을 이루는 ‘왓 시춤’을 만날 수 있다. 14세기 8대 왕 탐마라차 2세에 의해 조성된 왓 시춤은 보는 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도록 설계됐다. 멀리서 보면 기둥 너머로 높은 건물이 솟아 있고, 좁은 틈으로 거대한 부처님의 상호가 살짝 비친다. 그러나 왓 시춤 부처님의 온화한 미소는 거리와 상관없이 가슴으로 전해진다. 불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 입구에 도착하면 그 크기에 압도된다. 너비 11m, 높이 15m의 항마촉지인을 한 이 불상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을 가진 부처님’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땅을 향한 부처님의 오른쪽 손가락에는 마치 금빛 매니큐어를 칠한 듯 타이인들의 바람이 담긴 금박이 켜켜이 붙어있다.

부처님을 둘러싼 너비 32m, 높이 15m의 왓 시춤 건물 ‘몬돕’ 내부에는 숨겨진 통로가 존재한다. 좁은 계단으로 이뤄진 통로를 따라가면 불상의 머리 뒤편 숨겨진 공간에 도달할 수 있다. 구전에 따르면 탐마라차 2세는 이 공간의 작은 구멍을 통해 전쟁터에 나가는 군사들을 응원했고, 군사들은 그것이 부처님의 목소리라고 여겨 용기를 얻었다. 1953년에는 복원과정에서 ‘자타카’의 내용을 그림으로 담은 석판 50여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 석판은 현존하는 태국 최고(最古) 미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 수코타이 역사공원 내에 위치한 크메르 양식의 ‘왓 시사와이’. 수코타이 왕조 설립 이전인 12세기에 조성됐다.

수코타이 왕조는 수도 밖에도 도시를 건설했다. 수코타이에서 욤강을 따라 자동차로 1시간여를 달리면 또 다른 옛 도시 ‘씨 사차날라이’가 방문객들을 맞이한다. 이곳에는 12세기 자야바르만 7세 시대 크메르 양식으로 지어진 ‘왓 프라시 라타나 마하탓’, 스리랑카에서 모셔온 부처님 사리가 봉안된 ‘왓 창롬’,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알려진 ‘왓 쩨디 쳇 테우’ 등 10여개 사원이 산재해 있다. 무엇보다 방문객이 드물어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수코타이 여행의 마무리는 람캄행국립박물관이 적당하다. 수코타이 시대의 영광을 말해주는 도자기와 불상, 조각상 등이 전시돼 있다. 왓 시춤에서 발견된 ‘자타카’ 석판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아무리 강한 권력도 시간에 의해 정복되지 않은 것은 없다. 시간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화려한 수코타이 유적들이 검버섯 같은 시간의 색깔로 점차 짙어져 가고 있다.

태국 수코타이=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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