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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송 ‘토론문화’, 책상머리서 학문 끄집어내”

  • 교학
  • 입력 2017.06.2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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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선학회는 6월23일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단 강당에서 ‘북송시대 공안집의 출현과 선사상’을 주제로 춘계 정기학술회의를 열었다.

당에서 송으로 넘어가는 시기 중국은 ‘당송변혁기(唐宋變革期)’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큰 변화를 겪었다. 문벌귀족 중심의 기존 사회는 사대부의 출현과 급성장으로 새로운 지적·문화적·사회적·정치적 지형을 형성시켰는데, 특히 선사·교학자·사대부 간 교유는 학문 대중화와 함께 ‘선의 중국화’를 일궈내는 원동력이 됐다. 그렇다면 중국 고대 철학사상 흐름에서 이러한 북송시대 불교사상이 점유하고 있는 역사적 맥락과 의미는 무엇일까.

한국선학회 춘계학술회의에서
신규탁 회장, ‘북송시대’ 발제
송 불교·유교, 심성논의 통해
자유로운 학문적 사조 형성

한국선학회(회장 신규탁)는 6월23일 대한불교조계종 포교사단 강당에서 ‘북송시대 공안집의 출현과 선사상’을 주제로 춘계 정기학술회의를 열었다. 이날 신규탁 한국선학회장이 ‘북송시대 철학의 주제와 방법’을 기조발제했으며 김호귀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단하자순송고 고칙의 구조와 그 내용 고찰’을, 유지원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원이 ‘소동파 시문과 공안의 비유적 수사 용법’을 박영록 한국교통대 교수가 ‘선어록 언어의 몇 가지 측면’을, 은유와마음연구소장 명법 스님이 ‘공안집의 등장과 참구’를 발표했다.

신규탁 회장은 기조발제에서 송대에 번성한 선종이 유교와의 교유를 통해 자유로운 학문적 사조와 철학적 담론을 형성해나갔던 과정을 구명했다. 신 회장은 “당대에 정비되어 송대에 크게 번성한 선종이 중국 전 지역에 널리 퍼져 당시 많은 사대부 계층들이 선에 대한 소양을 갖추게 된 것은 역사적 사실”이라며 “이는 두 가지 일치감, 즉 불교와 유교 양쪽 지식인들이 일상적 구어와 대화의 ‘형식’을 사용하였고 심성에 대한 생각을 ‘학문적으로 공유’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에 따르면, 인간 심성에 대한 이들의 논의와 공감대는 유학에도 영향을 주어 신유학이 일어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경전 전승이 달랐던 화엄교학자와 남종선 선사들, 송대 신유학자들이 인간 심성 철학인 ‘도덕형이상학(道德形而上學)’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여기서 신유학의 ‘인성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화엄교학자들과 남종선 선사들 또한 동일한 형이상학적 구조 틀 위에서 ‘관법수행을 비롯한 보살행’ ‘간화수행’을 각각 행하게 된다.

신 회장은 “유가와 불교를 막론하고 지식인들 사이에서 구조적인 논의의 틀을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은, 이후 당시 현실적인 문제를 놓고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는 지식환경으로 발현됐다”며 “현학적이고 가법(家法)을 지켜야 하는 그런 경학(經學)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자유로운 형식으로 강경(講經)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불교의 경우도 교학승들의 훈고적·주석적 경전해석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서로의 문답을 통해 불교핵심을 자유롭게 논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학문적 사조는 결과적으로 학자들만의 전문적 용어가 아닌 일상의 언어로 얼마든지 당시 철학적 문제들을 담론할 수 있는 ‘학문의 대중화’를 이끌게 됐다. 신 회장은 “경전이라는 ‘먹물’과 ‘종이’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제마음’을 관찰하여 인간의 도덕적 가치와 삶에 대한 토론의 장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게 됐다”며 “책 속의 옛 사람과의 대화가 아니라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금 사람과의 대화, 그것도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과 연관 짓는 대화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신 회장은 “‘강경’과 ‘대화’의 방법을 통해 남종선과 성리학이 확산된 결과, 모든 사람이 석가와 같은 부처가 되는 길을 찾게 됐고 모든 사람들이 요임금과 순임금 같은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철학이 퍼져나갔다”며 “이는 대단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신유학의 확산이나 남종선의 확산은 앞 시대에 마련된 철학적 문제들을 수용하되 그것을 담론하는 방식을 강론과 대화로 바꾸었던 것에 힘입은 바 크다”며 “책상머리에서 혼자 사유하고 글 쓰는 것과는 사뭇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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