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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인암연처·여비충타처·사활등처

기자명 김성순

동업자 속이고 몰래 이익 취하면
온몸 살 베어지는 고통 무한반복

이번 호에서는 먼저 대규환지옥의 여섯 번째 별처지옥인 인암연처(人闇煙處)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인암연처는 함께 동업하기로 맹세한 인연들을 속이고 몰래 이익을 취한 자가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마치 맡겨둔 재물의 이식(利息)을 떼어가듯 끊임없이 온몸의 살을 베어내고, 그 자리에 또 새 살이 차오르면 다시 베어내는 고통을 반복하는 것이 이 지옥의 특징이다. 또한 죄인의 몸속에는 금강의 단단한 부리를 가진 불꽃의 벌레가 생겨서 온몸을 파먹고 곳곳을 태우게 된다.

전생 선업으로 악업 다하면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지만
재물 생기더라도 빼앗기고
종국에는 감옥에서 생 마감

죄인이 인암연처 지옥에서 죄업을 다 갚은 후에 인간세계에 다시 나더라도 동업의 인연을 속인 업력의 기운으로 인해 늘 몸의 피부가 문드러지고, 머리에는 습충이 생겨 자주 짓무르게 된다. 또한 후생에서는 그가 하는 말을 누구도 잘 믿어주지 않고, 사람들의 신뢰와 애정을 얻지 못하며, 항상 가난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한다.

다음으로 대규환지옥의 일곱 번째 별처지옥인 여비충타처(如飛虫墮處)는 어떠한 업인으로 떨어지게 되는 곳일까?

승려의 의복이나 곡식 등을 가져다 팔고서 그 매매금액을 속여 합당한 이익금보다 훨씬 적게 갖다 주고 사사로이 착복한 자들이 바로 여비충타처에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이는 신도들이 보시한 의복과 곡식 등의 생필품 중에서 여유분을 팔아 승가의 운영에 보태는 과정에서 매매를 유통하는 자들이 승려들을 속이고 부당하게 이익을 취했던 상황이 반영된 교설로 생각된다.

이 여비충타처에서는 쇠로 된 지옥의 개들이 죄인의 배를 물어뜯으며 내장과 등까지 다 파먹는다. 이 지옥의 옥졸들은 불타는 도끼를 들고 죄인의 몸을 한 부분씩 토막 내어 개에게 먹이로 던져준다. 나중에는 죄인의 뼈까지 다 쪼개서 골수를 끄집어내고, 뜨거운 쇠갈고리를 턱에 걸어 쪼갠 후에, 뜨거운 쇠 집개로 혀를 빼내거나 하는 등의 고통을 준다.

이 지옥의 이름인 ‘여비충타(如飛虫墮)’는 옥졸들이 지옥 안에 빈틈없이 큰 불을 놓아두고, 죄인들이 마치 하루살이 벌레처럼 그 안에 날아 들어가서 타죽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지옥의 특성상 죄인이 한 번 타서 죽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죽었다가도 다시 살아나서 하루살이처럼 불속으로 뛰어들어 다시 타죽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면서 죄업을 갚아나간다. 기나 긴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혹여 전생의 작은 선업이 익어 인간 세상에 다시 나더라도 전생 업력으로 늘 화재 위험을 안고 살아야 하는데, 아무리 많은 사람이 철저하게 지켜도 기어이 그가 가진 것을 다 태우게 된다고 한다.

다음 대규환지옥의 여덟 번째 별처지옥인 사활등처(死活等處)는 남에게 일부러 거짓 정보를 알려줘서 그 사람의 모든 재물을 잃게 만드는 과보로 인해 떨어지게 되는 지옥이다. 이 사활등처에서는 ‘죽었다가 살아나는[死活]’ 지옥 이름에 걸맞게 몽둥이로 치면 죽었다가 놓으면 다시 살아나는 일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혹여 죄인이 그곳에서 벗어나 도망하더라도 이내 우발라(優鉢羅)숲을 발견하고는 어떠한 고통이 기다리고 있는지 가늠조차 못한 채 숲으로 달려가게 된다. 죄인이 푸른 연꽃이 가득한 숲이라고 생각했던 곳에는 푸른 불꽃이 마치 숲처럼 넘실대고 있다. 이 지옥의 옥졸들은 숲으로 도망쳐 오는 죄인들을 잡아 푸른 불꽃의 숲에 올려놓고 태우지만 이미 업력으로 인해 손발과 눈이 없어진 죄인들은 마음대로 도망칠 수도 없다.

이 지옥의 죄인들은 한량없는 시간동안 타서 재가 되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또 다시 타서 죽는 고통을 되풀이하며  천천히 전생의 죄업을 갚아나가게 된다. 이윽고 악업이 다하는 어느 시간에, 전생의 작은 선업이라도 있으면 인간 세상에 다시 날 수는 있지만 그가 하는 말은 늘 이치에 맞지 않고 횡설수설하여 다른 이의 신뢰를 얻지 못하며, 혹여 재물이 생기더라도 권력자에게 빼앗기고 종내는 감옥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고 한다. 이는 거짓말로 남의 재산을 잃게 만든 악업의 기운이 후생에까지 미치는 결과라 하겠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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