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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은사스님 추모 1주기

기자명 성원 스님

예언같이 성취된 ‘은사스님의 53선재’

 
유월이 다가오니 벌써 마음이 울렁인다. 은사 혜인 스님의 일주기 다례재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는 탄성도 잠깐,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처음 약천사 조감도를 갖고 은사이신 일타 큰스님과 혜국 스님께 보여드리자 일타 큰스님께서도 지금까지 보지 못한 규모에 놀라하셨거니와 스님들은 “그림은 누군들 못 그리겠나. 어떻게 짓느냐가 문제지”라고 하시면서 그 진지성을 의심했다고 한다. 훗날 약천사가 낙성되고서야 스님들께서는 “혜인 스님께서 백만배를 하실 때 가피를 입으셨고 그림으로만 봄직한 약천사를 마음속으로 다 지으셨는가 보다”라고 하셨다.

은사스님 리틀붓다 보며
53명의 단원 됐으면 발원
1주기 다례에 53명 동참
추모내내 가르침 듣는듯

우리들은 많은 소원을 말하고 또 불보살님들께 바란다. 정말 신기하게도 훗날 자신이 바랐던 일들이 현실로 펼쳐져 나타날 때면 오히려 어리둥절하며 놀라곤 한다. 출가 초기 날 흉보는 스님이 있어 매우 언짢아하다가 직접 모함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나 화가 나서 순순한 마음에 저녁예불을 마치고 홀로 법당에 남아 부처님께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웃기는 기도이긴 한데 그 당시에는 너무나 진지했다. “부처님 저를 뒤에서 욕하는 그 사람에게 벌을 주세요”라고 진지하게 기도 드렸더니 한결 마음이 홀가분해졌고 마치 내가 그 사람과의 갈등에서 승자가 된 듯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방으로 돌아오니 전화가 왔다. 그 스님이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는 것이다. 너무 놀라서 어쩔 줄 모르고 병원으로 한숨에 달려갔었다. 다리를 심하게 다쳐 두세 달은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할 거라 했다. 순간 이 모든 일이 나의 기도로 그렇게 되었다는 생각에 “스님 너무 미안합니다. 너무 죄송합니다”라고 사죄를 했다. 그러자 그 스님은 영문을 모르고 “스님이 왜 미안해요?”라고 반문하셨다. 그 짧은 순간 ‘맞아, 이 스님은 내가 기도한 일을 모르지’하는 생각이 들었고 얼버무리며 그 순간을 벗어나버렸다. 이 일은 오래두고 나를 자책하게 했다. 그 후 스님의 공양을 방으로 가져다주는 수고로움과 그로인해 다시 친해지게 되었지만 남이 잘못되게 기도한 일이 마음아파서 이번 생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누가 잘못되기를 기도하지 않으리라 서원을 세웠다. 그 서원을 지금까지는 잘 지켜온 것 같다.

은사스님께서는 ‘리틀붓다’를 유난히 사랑하셨다. 작년 마지막 설날에 단원들이 합동세배를 드릴 때 스님께서 “선재동자 구법기의 선지식처럼 우리 리틀붓다 단원들도 53명이 되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때는 모두 큰스님의 덕담으로 듣고 웃었다.

오늘 스님의 1주기를 맞아 추모곡을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놀랍게도 우리 단원은 현재 정확히 53명이다. 숨이 탁 멎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스님께서 입적하신 후에도 아주 가까이 우리들 곁에 머무시는 것 같았다. 노래를 듣는 내내 스님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청정한 수행자의 서원은 모든 불보살님께서 옹호해주시는 것 같다. 어즈버 스님의 그 발원들이 우리를 통해 사바에 다 펼쳐지는 것만 같다. “세상에 정말 미운사람 하나없이 언제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라”고 하셨는데, 스님의 서원 위에서 우리들의 삶은 더없이 행복해 질것만 같다. 1주기를 맞아 스님께서는 우리들에게 고운 서원 바르게 세우라고, 그 소원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고 리틀붓다를 통해 법어를 해주시는 것만 같다. 세월은 흘러도 그리운 마음은 더욱 간절하기만 하다. 정말 우리 스님이 보고 싶다.

성원 스님 sw0808@yahoo.com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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