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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조선불교중앙교무원

기자명 이병두

친일파들 모여 식민정책 적극 추종

▲ 1930년대 조선불교중앙교무원 전경.

일제의 강제 병탄 후 불교를 관리하기 위하여 총독부에서 조선사찰령을 반포하고, 세속사회의 행정 체계에 따라 전국 사찰을 ‘본-말사’ 체제로 재편하였다. 이에 따라 전국에 본사 30곳이 정해졌으며, 1915년 중앙에 ‘삼십본산연합사무소’를 두었다. 이 ‘연합사무소’는 총독부 인가를 받아 설립하였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총독부가 주도하였을 것이고, 총독부의 지원이 없으면 운영도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사무소’는 탄생의 성격에 맞게 강대련 등 친일 승려가 주도하고 윤택영·박영효·권중현·한창수·이완용 등 부일협력의 대가로 작위를 받은 이들이 고문 등으로 참여하였다.

강대련·박영효·이완용 참여
일본군 위문금 모금 등 활동
주도권 놓고 다툼도 벌어져
젊은 승려들 교무원에 반발

1922년에는 이 ‘연합사무소’를 폐지하고 새로 ‘조선불교중앙교무원’을 출범시켰지만 기본적으로 일제 식민 정책에 협력하는 ‘연합사무소’의 입장과 성격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 때문에 조선불교유신회 소속의 젊은 승려들 중심으로 설립한 ‘조선불교중앙총무원’과는 갈등과 대립을 이어가다가 도끼로 상대방의 간판을 부수어 법정 다툼으로 번지는 일까지 있었다. 총독부의 압력을 받아 1924년에 ‘총무원’이 ‘교무원’에 통합될 때까지 두 기관이 화합 분위기를 보인 것은, 보성고보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하여 마음을 모으던 시기 한 차례에 불과하였다.(17회 연재 ‘불교계 보성고 운영’ 참조)

위 사진은 1930년대 초반 ‘교무원’ 전경인데, 달려 있는 창문으로 보아 3층이지만 그 앞의 나무(현 조계사 대웅전 앞 회화나무) 높이에 비추어볼 때 층고(層高)가 낮았을 것이고, 이 정도 건물을 짓는 데에도 총독부의 재정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설립에서부터 ‘총무원’과의 갈등과 흡수 통합 등 ‘교무원’의 존립 자체가 총독부와 떨어져서는 불가능했던 시절이라, 그 활동의 방향도 식민지배에 협조하는 쪽으로 일관되었다.

‘교무원’의 활동과 관련하여 당시 ‘동아일보’ 기사를 살펴보아도, ‘평안도 지역 수재구호 의연금품 모금 전달’(1928.9.11)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제에 협력하는 내용이었다. 1937년 8월7일에는 “이종욱의 사회로 권상로의 ‘선각자(先覺者)로서’, 김태흡의 ‘입정안국(立正安國)’이란 시국강연회를 개최하여 ‘시국인식을 강조하고 앞으로 불교도들이 취할 태도를 선명’하게 하였다”고 하고, 9월2일에는 “전국 각 사암과 포교소에서 일본군(皇軍) 위문금을 모금하고, 전국 사찰에 ‘일본군 원호에 빠지지 않도록’ 공문을 보냈으며, ‘출영부대 환송, 군인가족 위문 등’ 후방[銃後]의 임무에 성심을 다하고 있다”는 기사가 이어졌다.

신문기사에 나오지는 않지만 그밖에도 1937년 ‘본사주지들의 조선신궁 참배’·‘전국 본사에 국위선양 무운장구 기원제 봉행 지시’와 ‘일본군[皇軍]위문단 파견’, 1938년의 ‘후방[銃後]보국강조주간 실시’ 등 ‘총독부 당국의 입맛에 맞는 사업’을 이어간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친일파들이 함께 모여 저들의 식민 정책을 적극 추종하는 곳이라고 하여도 그 주도권을 두고 다툼이 일어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던지, 1939년에는 평의원 사이에 분쟁이 일어나 이사 이동석이 이종욱 등 일곱 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다.(동아일보, 1939.4.14) 부일 협력의 대가로 생기는 ‘떡고물’을 나누는 문제가 아니었을까 추측해보지만, 이 안타까운 일 또한 한국 불교의 한 시절이 담긴 역사일 것이다.

어쨌든 현재 조계사 자리는 일제강점기에 각황사가 자리 잡은 이래로 온갖 풍파를 겪은 곳이다. 언제쯤이나 이곳이 명실상부한 한국불교의 중심지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갈등과 분쟁 등의 ‘어두운 역사’까지도 편하게 이야기할 날이 올까.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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