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인의 걱정병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6.27 16:08
  • 수정 2017.06.27 16:11
  • 댓글 0

명상인터뷰를 온 청년 법우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코코넛 깨지는 소리에 놀란 토끼
숲의 질주 멈춘 동물 왕의 사자후
있는 그대로의 현상 보는 불교
중생 두려움 벗어나게 하는 해야

“스님 전 쓸데 없는 걱정이 너무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요즘 많은 현대인들이 일명 ‘걱정병’에 시달린다고 합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끊임없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이죠. 마음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을 채우는 걱정들을 원하는대로 조절하지 못하니 사실상 많은 현대인들은 걱정을 비롯한 번뇌의 노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겁많은 토끼 한마리가 있었습니다. 그는 언제 자신이 잡아먹힐지 항상 두렵고 또 두려웠죠. 그 두려움을 자극하는 각종 소리 때문에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도중 큰일이 났습니다. 세상이 쪼개지기 시작한 것이죠! 그래서 무작정 도망가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무너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충혈된 눈으로 소리를 지르며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는 토끼를 사슴이 봤습니다. 사슴 역시 큰 눈망울로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두려워하던 중이었는데 토끼의 외침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토끼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토끼, 사슴, 염소, 돼지, 암소, 코끼리… 수 많은 동물의 질주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한동안을 집단두려움에 빠져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그들 앞에 백수의 왕 사자가 나타났습니다. 사자는 느긋하게 낮잠을 자던 중 심상치 않은 발자국 진동을 느끼며 깨어났습니다. 그러던 중 숲의 이곳저곳을 막 뛰어다니며 서로 부딪히고 다치면서도 멈추지 않는 동물들을 본 것이죠.

“어흥~”

바로 옆에서 울리는 최상위 포식자의 사자후에 동물들의 움직임은 경직되었습니다.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두려움의 물결이 더 큰 두려움에 의해 멈춘 것이죠. 굳어 있는 그들에게 사자는 물었습니다.

“숲의 현자, 코끼리여 그대는 왜 뛰는가?”
“백수의 왕이시여 세상이 쪼개지고 있다는 소식에 두려워서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세상이 쪼개진다? 누가 그러던가?”
“전 암소에게 그 말을 들었습니다.”

사자가 암소에게 물어보니 암소는 돼지에게 들은 말이고, 돼지는 염소에게, 염소는 사슴에게 그리고 사슴은 토끼에게 들은 말이었죠. 겁많은 토끼는 그렇게 사자와의 독대를 하게 됩니다.

“겁 많은 토끼여 세상이 쪼개지는 소리를 어디서 들었는가?”
“집 옆에서 들었습니다.”

그렇게 모든 동물들이 이번에는 사자를 따라 토끼의 집을 방문했죠. 집 근처에 도착하는 순간! 다시 세상이 쪼개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헐래벌떡 다시 도망가려고 하는 토끼에게 사자는 물었습니다.

“겁 많은 토끼에 왜 도망가는가?”
“세상이 다시 쪼개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사자는 그 토끼의 행태가 참으로 어처구니 없었죠. 토끼가 말하는 소리의 정체를 눈치챈 것이죠. 그 소리는 다른 것이 아니라 야자수 나무에서 열매가 떨어져 쪼개지는 소리였죠. 실체가 확인된 후 모든 동물들은 더 이상 이 굉음에 속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토끼는 아직도 가끔 여기저기를 뛰어다닌다고는 하더군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존재에게는 코코넛이 세상을 쪼개버릴수도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하루 종일 지진 걱정, 외계인의 침공 걱정, 암에 걸릴 걱정, 교통사고 날 걱정, 물건을 잃어버릴 걱정…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살아갑니다. 자신의 주의력을 두려움에 빼앗겨 지배당하는 것이죠.

두려움에서 자유로운 존재는 코코넛이 세상을 쪼개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부화뇌동해서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도 그들에게 휩쓸리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는 힘이 있죠. 벌벌 떨고 있는 그들을 사자후로 안심시키는 힘이 있는 것이죠.

부처님의 설법을 사자후라고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실체없는 현상에 속아 두려움에 떨고 있는 범부들의 마음을 멈추게 하는 자비로운 말씀으로 현상의 무상, 고, 무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드는 지혜로운 가르침이기 때문이죠. 

세상의 여론은 언제나 두려움을 부추기며 이용합니다. 부처님의 사자후를 자주 접하는 불자라면 이러한 두려움 놀이에 휘둘리기 보다는 주변의 지인들과 도반들에게 두려움의 실체를 보여주는 안심의 리더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 원빈 스님
‘아! 불교를 공부하면 정말 지혜로워지는구나!’

이런 마음이 저절로 일어날 수 있도록 불자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날 때 포교는 저절로 이루어지겠죠.

토끼 VS 사자

당신의 마음은 어느쪽을 향하고 있나요?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cckensin@hanmail.net
 


[1397호 / 2017년 6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