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원선 타고 철원 민통선 순례
전망대, 월정리역, 노동당사 등
"철도연결로 동북아 중심 도약"
새정부 출범 후에도 남북관계가 경색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철도연결을 통해 통일 한반도의 미래비전을 모색해보는 행사가 진행됐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법타 스님, 이하 민추본)는 7월1일 ‘DMZ-Train 타고 통일로! 달려라, 평화열차!’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서울역에서 경원선을 타고 백마고지역에 도착, 철원민통선지역을 둘러보며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했다.
철원은 강원도에서 가장 먼저 기차가 다닌 곳이다. 1914년 서울과 당시 제일의 항구였던 원산을 연결하고, 국경을 지나면서 대륙철도와 연결됐던 경원선은 산업·군사상 막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분단과 함께 운행은 중단됐고 현재 기차는 백마고지역을 끝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상태다.
참가자들은 철원 평화전망대를 방문해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평강고원, 북한 선전마을을 둘러봤다. 평강을 정점으로 철원과 김화를 잇는 지리적 삼각지대를 철의 삼각지대라고 한다. 한국전쟁 시 중부전선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였던 이 곳은 전쟁 기간을 통해 가장 치열한 쟁탈전이 벌어졌던 곳으로 알려져있다. 특히 백마고지는 10일간의 전투에서 24번 주인이 바뀌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그 당시의 참혹함을 짐작할 수 있다.
친구의 권유로 이번 행사에 참가한 김찬(28)씨는 “평소 통일에 관심이 있었지만 북한땅을 보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라며 “그곳에 갈 수 없다는 것이 많이 아쉽고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통일을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발길을 돌려 월정리역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팻말 옆에 멈춰선 녹슨 디젤 기관차, 풀이 무성하게 자란 철도 등을 보며 분단의 아픔을 공유했다. 월정리역은 비무장지대 남쪽 한계선 가장 가까이 있는 마지막 기차역으로 원건물은 한국 전쟁 중에 소실됐다. 현재 남아있는 역사와 부속 시설은 1998년 지금의 위치에 복원된 것으로 남한 내 최북단 경원선 종착역을 상징한다.
이날 강사로 동행한 이창희 동국대 북한학 연구교수는 “강원도 최대 곡창지대인 철원지역은 일제에 의해 가혹하게 착취 당했던 아픔이 있는 곳”이라며 “한국전쟁 시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을뿐 아니라 이후에는 이남과 이북을 오가며 이념 대립으로 인한 상처로 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남북 간 철도와 도로연결사업은 남북경제협력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합의됐지만 분단된 한반도를 잇는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며 “나아가 시베리아,중국대륙횡단 철도와 연결해 동북아 물류의 중심 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당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행사는 마무리 됐다. 1946년 철원군이 북한 공산치하에 들어갔을 때 지어진 노동당사는 조선노동당 철원당사 건물로 건축양식은 소련식이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군의 공격에 정면과 외곽만 남아있다. 그을린 흔적과 포탄 자국, 탱크가 지나가며 부순 외벽 등은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민추본 사무총장 진효 스님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통일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연대가 더욱 활성화되길 바란다”며 “민추본은 불교계 평화 통일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추본 사무총장 진효 스님, 민추본 불교지도자과정 총동문회 통일바루, 남북한 불교교류 협력단체 조국평화불교협회, 조계사 청년회 회원과 일반시민 등 100여명이 참가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398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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