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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탁한 시대에 참스승이 들려주는 첫 감로법문

  • 불서
  • 입력 2017.07.03 14:32
  • 수정 2017.07.0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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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생각’ / 종범 스님 설법 / 한생각

▲ ‘오직 한 생각’
삶은 배움의 과정이다. 아기 때 걸음마 배우는 것을 시작으로 12~16년의 학창시절을 거치며 수많은 것을 익힌다. 이후에도 어학 등 전문지식과 기술 습득을 위해 학원에 다니는가 하면 종교, 취미, 여가를 위한 교육도 일상화됐다. 이렇듯 일생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배우지만 정작 스승이라 칭할 만한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통도사 서축암의 종범 스님은 우리 시대의 드문 ‘스승’이다. 통도사 강주와 중앙승가대 총장을 두 번이나 지낸 스님은 40년이 넘는 세월을 오롯이 교육자의 길을 걸어왔다. 스님은 누구에게나 지극한 자비로 대했고, 털끝만큼도 승려의 위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전통과 현대학문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제자들을 불교학의 깊은 세계로 이끌었다. 하지만 스님은 제자들을 학문에만 머물도록 하지는 않았다. 2600여년 간 전승돼 온 불교가 어떻게 우리를 평안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는지, 또 온갖 문제로 괴로워하는 세상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를 일러주었다. 스님이 ‘승가인의 영원한 사표’ ‘학자들의 학자’로 칭송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스님이 최근 첫 설법집을 펴냈다. 2011년 서축암 감원인 우진 스님이 매월 정기법회를 열었고 이후 25회 동안 스님이 설법했던 내용을 엮었다. 중앙승가대 교수 승원 스님과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 그리고 이 책 출간에 참여했던 선지 스님이 “감로법문”이라고 찬탄한 것처럼 대중법문임에도 내용은 웅숭깊다.

1장 ‘청정도량 겁외춘추’, 2장 ‘인생과 한 물건’, 3장 ‘일 없는 사람’, 4장 ‘속생(俗生)과 도생(道生)’, 5장 ‘심행(心行)과 심성(心性)’ 등 5장으로 이뤄졌으며, 각 장마다 5개 법문이 수록됐다. 불자들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수행방법, 깨달음에 대한 담론까지 불성이 발현되는 이치를 고목에서 꽃을 피워내듯 고구정녕하게 일러준다.

▲ 종범 스님이 통도사 서축암에서 대중들에게 법을 설하고 있다.

이 가운데 1장 ‘청정도량 겁외춘추’에 소개된 스님의 참회송과 그것을 쓰게 된 사연도 흥미롭다. 어느 날 스님이 가만히 누워있는데 갑자기 색이 공했다는 말이 머리에 스치더니 몸이 뚝 떨어졌다. 그러자 색이 공했다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색즉시공’이라는 구절에서 몸이 한번 뚝 떨어지니, 마음도 형상도 티끌도 그 모든 것이 다 옛 도량이었다는 것이다. 일평생 학문과 수행을 병행했던 스님의 오도송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삼십여 년 동안 공을 그릇되이 썼더라(三十年來枉用功)
여러 가지 내가 한 말과 행동을 돌아보니 부끄럽다(許多言動盡慙愧)
색이 공하다는 구절에서 몸이 한번 뚝 떨어지니(卽色空句身一轉)
모든 것이 다 원래 옛 도량이더라(物物元是古道場)’

스님은 책에서 수행이란 ‘나는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일임을 역설한다. 밖으로 향하는 마음을 안으로 돌려 나를 찾아야 하며, 그럴 때 망상집착에서 한 마음이 번개처럼 일어나는 깨달음이 찾아온다고 말한다. 그러면 깨달음은 어떤 형태로 드러날까.

“만족하는 게 대해탈이고 대안락입니다. 도는 구해서 이루는 게 아니고, 그대로 만족하는 것이 도입니다. 구하는 마음이 분별입니다. 구하는 마음 때문에 자기 집을 떠나서 객지를 떠돌며 고생 고생합니다. 순간순간에 만족하는 것이 삶인데 우리는 구하다 죽고 만족할 줄 모릅니다. 만족하는 것이 삶입니다.”

스님의 설법집은 불교가 생소한 이들에게 불교의 큰 세계를 보여주고, 불교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이제 불교인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지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스님이 방대한 불교전적을 읽으며 익힌 흥미로운 문구와 비유를 읽는 즐거움도 색다르다. 지인과 제자들의 원력으로 스님의 지혜와 안목이 담긴 설법집이 계속 나온다니 ‘감로법문’에 목마른 불자들로서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1만8000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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