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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화두 들겠다는 것은 어리석은 짓”

  • 교학
  • 입력 2017.07.03 15:40
  • 댓글 4

▲ 동국대 국제선센터와 종학연구소는 6월27일~7월5일 ‘제5회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를 열었다. 사진은 6월27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열린 개회식 모습.

국내외 저명 학자들이 참여하여 논문 발표와 실참 등을 통해 간화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고조시켜온 간화선 국제학술대회가 6월27일~7월5일 동국대와 백담사 등에서 진행됐다. 특히 올해는 우수 논문을 발굴해 시상하는 수불학술상이 처음으로 시행됨에 따라 차후 간화선 연구가 더욱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5회 간화선 학술대회 개최
6월27일~7월5일, 동국대 등서
국내외 저명 학자 대거 참가
첫 번째 수불학술상 시상도

동국대 국제선센터(센터장 수불 스님), 종학연구소(소장 종호 스님) 공동주관인 ‘제5회 간화선 국제학술대회’는 6월27일 동국대 중강당에서 수불학술상 시상식으로 문을 열었다. 김성욱 콜롬비아대학 조교수가 ‘간화선은 쉬운 수행법인가’로 최우수상과 함께 6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화두는 타파되는가’의 박재현 동명대 교수, ‘구름 속에서의 시회(詩會)’의 김성은 박사, ‘선종언어 시심마와 이뭣고 화두의 관계 정립에 대한 고찰’의 명준 스님은 우수상과 함께 3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어 동국대 국제선센터장 수불 스님이 ‘화두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했다. “화두는 진리에 접근할 수 있고, 깨달을 수 있는 가장 수승한 방법”이라고 강조한 스님은 ‘10년, 20년 화두 들면서 의심을 깨트리지 못한다면 다음 생으로 화두를 계속 들고 가야 한다’는 일각의 견해를 비판했다. 이러한 시각이 “화두의 원리도 모르면서 그저 화두를 금과옥조로 떠받들기만 하는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오해”에 불과하다면서 “화두 의심을 결택했으면 안팎으로 딴 생각 없이 한 덩어리가 되어 단기간에 끝을 봐야 하지, 그렇지 않으면 진정한 화두 의심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조강연 뒤 수불학술상 논문들이 발표됐다. 김성욱 콜롬비아대학 조교수는 대혜종고, 고봉원묘, 보조지눌, 태고보우, 서산휴정, 백파긍선 등 선사들이 제자들을 이끈 방식을 고찰하며 간화선 수행 대중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안했다. 김 조교수는 “특정 화두나 특정 화두 참구 방식에 집착하지 않고 제자들의 근기에 따라 다른 방식의 간화선 수행방식을 제시했던 이들 선사들의 가르침은 오늘날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며 “그에 따라 오늘날 현대인들이 근기나 개성에 맞는 방식으로 수행하도록 한다면 간화선이 더 이상 힘이 들지 않는 수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동명대 교수는 화두 수행 용어인 ‘얻다’ ‘들다’ ‘깨다’ 등에 내포된 은유성에 주목했다. 예를 들어 ‘얻다’는 행위의 대상을 대상화하도록 유도하는 타동사이기 때문에 ‘깨달음을 얻다’는 표현이 굳어지는 과정에서 깨침을 존재론적으로 대상화하는 은유적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화두 또한 서로 주고받는 목적어로 표현돼 수행자의 의식 속에서 화두의 존재성이 더욱 강화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김성은 박사는 간화선이라는 불교적 실천이 사대부와 문인들에 의해 영위된 수창(酬唱, 시를 서로 불러 주고받는 것)의 시에 미친 영향을 고찰했으며 명준 스님은 ‘무엇인가’를 묻는 의문문에 지나지 않는 시심마(是甚?)와 화두 이뭣고 간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28일에도 마크 엘 블룸 버클리대학 석좌교수, 타오 지앙 러트거스대학 부교수, 리 하이타오 산동대학 교수, 황금연 동국대 불교학술원 전임연구원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이 가운데 동국대 불교학부 강사 정운 스님은 조사선과 간화선의 수행체계를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스님은 “조사선은 돈오돈수의 본각문적(本覺門的) 수행체계이고, 간화선도 이론적으로는 본래심에 입각한 본각문적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번뇌에 뒤덮인 중생인 까닭에 수행이 필요한 시각문적(始覺門的) 수행체계”라며 “시각에서 본각으로 향하는 시각문적 체계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게 공안으로, 간화선은 본각의 원리적 측면과 실천적 측면이 결합된 돈오점수”라고 설명했다.

학술대회가 마무리되고 참가자들은 6월29일~7월4일 백담사에서 간화선을 직접 실참하는 수행시간을 가졌다. 7월4~5일 봉암사 적명 스님과 석종사 혜국 스님과의 대담을 진행하기도 했다.

동국대 총장 보광 스님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간화선 수행법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한국불교의 위대한 수행전통을 알리기 위한, 선교겸수 지향 간화선 국제학술대회가 앞으로도 역사를 더해 한국선 세계화와 대중화에 크게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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