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이익 위해 살며 심신황폐
봉사 결심하고 노인복지관 입사
영리만을 목적으로 인간관계를 맺고, 회사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것에 대한 환멸로 심신이 황폐해지는 것을 느끼던 차였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가지고자 2004년 초, 서울에서 전주로 내려왔다. 금산사 종무소에 근무하던 친구에게 서원노인복지관이 1년 계약직 이동목욕차량 운전사를 채용한다는 얘길 들었다. 다른 일자리가 나올 때까지, 타인을 위해 봉사해보자는 마음으로 입사를 결심하고 원서를 제출했다. 다행스럽게도 그해 8월, 1년 계약직 운전사로 채용돼 거동이 불편한 재가노인 가정을 방문하고 어르신들을 목욕시키는 일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모든 게 서툴고 남의 몸을 만지는 일이 익숙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한여름 이동목욕차량의 실내온도는 50도를 육박했으며 익숙하지 않은 냄새는 견디기 어려웠다. 타인을 돕는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나자 마음의 변화를 이끈 계기를 맞았다. 어느날 고령의 할머니께서 복지관을 방문해 나를 만나자고 했다. 남편이 나에게 목욕을 받으시고 1주일 후 운명하셨다는 것이었다. 내가 목욕시켜드렸던 까닭에 마음 편히 돌아가신 것 같아 정말 고맙다며 감자와 삶은 달걀을 건네주셨다. 내가 힘들게 느끼던 일이, 다른 분들에게는 고마운 일이었구나. 큰 보람을 느끼고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어느덧 120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이동목욕 봉사를 하고 있었고 아로마테라피, 어르신 집안청소, 가정용 물리치료기 안마 등을 진행하게 됐다. 처음에는 불과 2명만이 나와 함께 자원봉사를 했지만, 20여명의 자원봉사자는 물론 사회적일자리 참여자들과 재가노인 복지사업을 펼치게 됐다. 자연스럽게 불교복지에 대한 자긍심도 커졌다. 타인을 도우며 내 가정의 생계까지 꾸려갈 수 있는 일터가 바로 서원노인복지관이고, 불교에서 강조하는 ‘복 짓는 밭’ 복전사상이 바로 이 일이라는 것이 마음에 아로새겨졌다.
서원노인복지관에서 불교복지의 참된 정신을 배우며 현장 일도 열심히 하던 중 사회복지시설 ‘송광’ 이사장 도영 스님과 서원노인복지관장을 역임했던 우용호 정심원 관장님으로부터 제의가 들어왔다. 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송광 산하 정신요양시설 정심원 사무국장으로 근무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것이었다. 서원노인복지관에서 계약직으로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근무한 경력밖에 없던 나에게 사무국장이라는 자리는 쉽게 제의 들어오기 힘든 자리였다. 복지관 어르신들을 부모님처럼 생각하고 모셨던 것이 눈에 띄었던 것 같다. 평소 존경해온 도영 큰스님의 불교복지에 대한 뜻과 가르침을 보다 가까운 곳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 부족한 나에게 이런 기회를 주신 것에 감사를 드리며 2006년 12월11일 정심원에 입사하게 됐다.
정리=신용훈 전북주재기자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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