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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마하카피 자타카-하

인간 왕도 감동한 원숭이왕 희생

▲ 인도 바르후트(Bharhut) 불탑 회랑의 마하카피 자타카(Mahākapi Jātaka).

자타카는 기본적으로 전생의 부처님이 행한 고귀한 자기희생을 널리 알려서 부처님의 위대함을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 일반 신도들은 생동감 있는 자타카 이야기를 귀로 들으면서 감동받기도 하고, 사찰이나 불탑의 벽화와 부조를 눈으로 보면서 감동받기도 한다. 부처님의 자기희생을 생동감 있게 전달한 벽화와 부조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감동적인 부조를 선택하라면 인도 중동부 바르후트(Bharhut)에서 발견되어 콜카타(Kolkata) 인도박물관(Indian Museum)으로 옮겨져 보존되어 있는 바르후트 불탑 회랑의 마하카피 자타카를 선택할 것이다.

6만 원숭이 탈출 돕고
죽음 맞은 원숭이왕에
인간 왕이 법을 청하다

여기에서 원숭이왕은 강을 사이에 둔 2개의 나무 사이에서 나무 덩굴의 한쪽은 나무에 묶고 다른 쪽은 자신의 한쪽 발에 묶은 채 몸을 옆으로 뻗어서 나뭇가지를 잡아 원숭이들의 탈출을 돕고 있다. 6만 마리의 원숭이들이 자신을 밟고 강을 건넌다고 한다면 원숭이왕은 엄청난 고통을 인내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숭이왕은 ‘내가 그렇게 나무 덩굴을 통해 몸을 뻗어서 공중에 매달린 동안, 원숭이들은 자신의 발로 나를 넘어서 안전한 곳으로 갔다. 그 계박은 나에게 고통이 되지 않았다. 또한 나에게 있어 죽음도 고통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통치했던 그들에게 행복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의 고귀한 희생을 회상한다.

남방불교의 전통에 의하면 원숭이왕이 스스로를 희생해서 원숭이들을 대피시키고 있을 때, 전생의 데바닷타인 원숭이 무리의 2인자 원숭이는 고민에 빠지게 된다. 왜냐하면 지금이 바로 원숭이왕을 제거하고 자신이 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결단을 내린 전생의 데바닷타 원숭이는 원숭이왕의 등을 살짝 밟고 지나가지 않고 크게 점프한 후 원숭이왕의 허리를 부서뜨린 후 나무 덩굴을 잡고 강 건너로 탈출했다.

원숭이왕의 숭고한 자기희생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인간 왕은 크게 감동받았고, 신하들에게 망토를 펼쳐서 원숭이왕을 구할 것을 명령했다. 바르후트의 원숭이왕 부조 중앙에는 2명의 신하들이 망토를 펼쳐서 모서리를 잡고 원숭이왕을 구하려는 모습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인간 왕은 원숭이왕을 구한 후 인간으로서도 힘든 고귀한 자기희생으로 수없이 많은 원숭이들을 구한 원숭이왕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허리가 부서져서 다 죽어가던 원숭이왕은 마지막 힘을 모아서 인간 왕에게 자신이 행한 일을 설명한 후 당당하게 선언한다. “왕이시여, 여기에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왕은 지혜로운 크샤트리야로서 왕국과 가축과 군대와 도시를 포함한 모두의 생류들의 행복을 추구해야만 합니다.” 이는 자신이 속해 있는 무리들을 넘어서 모든 생류들에게 공평하게 자비심을 발휘해야만 한다는 불교의 열린 윤리관을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바르후트 원숭이왕 부조 하단부는 가르침을 설하는 원숭이왕의 모습과 함께 그의 이야기에 감동받아 두 손을 가슴에 모은 한 신하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원숭이왕은 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게 된다. 인간 왕은 원숭이왕을 위해 전륜성왕으로서의 예를 갖추고 성대하게 장례를 지내고 원숭이왕을 위한 사리탑을 조성하여 원숭이왕의 자기희생을 널리 알렸다고 한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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