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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권태응의 ‘땅감나무’

기자명 신현득

큰 나무 위 감 닮은 토마토 소재로
땅감나무의 어린이 사랑 표현한 시

땅감나무 / 권태응

키가 너무 높으면
까마귀 떼 날아와 따먹을까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키가 너무 높으면
아기들 올라가다 떨어질까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

‘권태응 동요시집 ‘감자꽃’(1948, 글벗집)에서’

이 시의 지은이 권태응(1918~1951)은 우리 독립운동사에 이름이 뚜렷한 독립지사요, 동심의 시인이다. ‘땅감나무’는 권태응 애국시인이 우리말이 말살된 암흑시대에 애국심으로 창작한 동심의 시다.

까마귀떼가 날아와 따먹고
어린이들 떨어질까 걱정돼
작은키로 자란 토마토 묘사
애국 시인의 우리말 창작시

이 동시는 ‘땅감나무’라는 재미있는 말에서 시작된다.

땅감은 토마토이다. 남미 원산인 외래과일, 토마토가 우리 땅에서 처음 재배되면서 붙여진 이름이 ‘땅감’이었다. ‘땅’이라는 말은 키가 나직하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여름 과일인 토마토는, 가을 과일인 감을 닮아 있다. 토마토는 나직한 나무에 열리는 감이다. 여기에 땅감이란 이름을 붙인 우리 선조들 슬기가 보이기도 한다. 이 토마토 나무가 1년만 산다 해서 ‘일년감’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땅감’이 훨씬 재미있는 이름이었다.

이 시작품을 살피면 땅감나무의 어린이 사랑이 땅감나무 높이보다 몇 배나 크다는 걸 느끼게 된다. 땅감나무는 말한다.  

“키가 너무 높으면/ 까마귀 떼 날아와 따먹을까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라 했다. 

까마귀는 감을 즐기는 날짐승이다. 늦가을이면 감나무에 달려들어 홍시가 된 감을 쪼아 먹는다. 그래서 감을 따다가, 배고픈 까마귀를 위해 몇 개 남겨 두는 감을 ‘까마귀밥’이라 한다.

땅감나무는 까마귀가 오지 못하게 처음부터 키 작은 나무가 돼 열매가 어린이들 손에 닿게 한 것이다. 이것이 땅감나무의 어린이 사랑이다. 이러한 땅감나무의 생각을 발견한 이는 애국시인 권태응이었다.

또 한 마디 땅감나무의 고마운 생각을 들어볼까?

“키가 너무 높으면/ 아기들 올라가다 떨어질까봐/ 키 작은 땅감나무 되었답니다.”라 했다.  더러 감나무에 감을 따러 올라갔다가 어린이들이 떨어져 다치기도 한다. 그러한 사고 예방을 위해 키가 나직한 땅감나무가 되었단다. 이것이 땅감나무의 어린이 사랑이다. 땅감나무의 생각을 발견한 애국 시인 권태응의 놀라운 발견이기도 하다.

‘땅감나무’의 시인 권태응은 삼일만세 1년 전인 1918년에 충주 칠금동에서 태어났다. 제일고보(현 경기고)에 다닐 때부터 항일정신이 강했다고 한다.

1937년 와세다 대학에 진학했으나, 항일운동에 재일 유학생을 규합하려다가 일본 경찰에 입건되어 중도퇴학을 당하는 등 수난을 당한다. 1939년 5월 치안유지법에 걸려, 소압(巢鴨)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게 된다. 폐결핵으로 이듬해인 1940년 6월에 출옥되었고, 인천 등지에서 요양을 하다가 병이 회복되자, 고향에 와서 야학을 가르치면서 동요시를 창작한다.

광복 후인 1948년, 글벗집에서 ‘감자꽃’(자주꽃 핀 건/ 자주 감자/ 파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보나 마나/ 하얀 감자.)을 제호로 한 동요시집이 출간 되었고, 1951년 6·25 전쟁 중에 지병인 결핵이 악화되어 33세로 세상을 마치게 된다. 1968년 5월, 충주 탕금대에 동요시 ‘감자꽃’을 새긴 노래비가 새싹회(대표 윤석중) 후원으로 세워졌다.

토마토의 순수 우리말 ‘땅감나무’는 권태응 애국시인의 동요시 ‘땅감나무’와 함께 영원하리라!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398호 / 2017년 7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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