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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자 성범죄 입증 어렵고 실형 아닐 땐 징계도 난관

  • 교계
  • 입력 2017.07.10 13:05
  • 수정 2017.07.10 18:42
  • 댓글 64

[탐사보도-불교 이미지 망치는 출가자 성범죄]
1. 불교계 성문제, 왜 문제인가

최근 스님들의 잇따른 성추행 사건으로 불교계가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직원 성추행으로 재판에 회부된 선학원 이사장 법진 스님에 이어 여종무원 추행으로 피소된 해인사 고불암 감원 A스님 등 불교계 내부에서 발생한 성범죄 사건들이 잇따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출가자의 성범죄는 승가를 넘어 불교계 전체의 위상을 실추시키고 이미지를 훼손하는 직격탄이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다.

선학원 이사장·고불암 감원 등
잇따른 성추행 사건으로 물의
내부 징계 위한 기준마저 미흡
인식 부족·폐쇄적인 문화로
피해자 구제하기도 쉽지 않아

물론 언론을 통해 그동안 논란이 된 사건 가운데 실제 스님의 성범죄로 확인된 경우는 드물다. 소속 종단이 없는 가짜승려이거나 도덕성에 흠집 내기 위해 악의적으로 부풀려진 경우가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님의 성문제는 분명히 존재하며 불교 이미지와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예방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불교계 내부에서 발생하는 성범죄는 상당부분 비구스님과 여성신도 혹은 비구스님과 여성직원 간 발생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스님과 신도라는 종교적 관계에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위계가 더해질 경우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사찰 문제를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는 폐쇄적인 문화도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다. 사찰 내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를 돕기보다는, 스님이라는 이유로 가해자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드러내 고소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지만,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피해를 견디지 못한 피해자가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폭력 전문 이은의 변호사는 “종교인은 사회적으로 청정한 이미지를 보장받기 때문에 명백한 증거가 없는 경우 가해자임을 밝히는 과정이 일반인보다 까다롭다”며 “또 종교인의 경우 성문제는 도덕성에 치명적인 흠집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은밀하게 진행되고 드러난 뒤에는 협력자들을 활용해 철저하게 대응한다는 점에서 일반사건과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범죄에 있어 가장 큰 예방법은 강력한 처벌이지만, 스님 성문제의 경우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도 문제다. 조계종의 경우 종단 내부적으로 종헌종법에 따른 징계체계를 구축해 다양한 유형의 범계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등 자체적인 자정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성범죄는 종법상 ‘4바라이죄를 범해 실형을 받은 자는 멸빈에 처할 수 있다’는 조항에 근거해 처벌하고 있다. 불교 교리상 성범죄는 ‘음행’의 범주에 속하며, 음행은 바라이죄(승려가 승단을 떠나야하는 무거운 죄)의 하나다.

그러나 정작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법적으로 실형의 대상은 아니지만, 범계행위로 판단되는 경우다. 이 경우 ‘승풍실추’로 징계하는 방안이 고려되나, 범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과 범위가 모호하고 입증의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호법부가 최근 담화문을 발표해 유관기관 간의 협의를 통한 대처방안 수립 및 조사매뉴얼 구축, 교육 강화 등을 결정한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불교계 전반적으로 ‘성(性)’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불교는 ‘출가자의 음행’을 철저히 금하는 종교다. 이에 ‘스님은 성적으로 청정하다’는 인식 속에서 일반사회에 비해 극히 높은 수준의 성적 청정성이 요구되는 반면, 성(性) 문제에 대한 터부가 만연해 정작 성에 관한 불교적 성찰 자체는 빈약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는 젠더 감수성 부족으로 이어져 성문제의 심각성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희롱 및 성차별적 언행의 경우, 갈수록 높은 수준의 성 인식이 요구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 할지라도 도를 넘어서는 발언 및 행위가 발생할 경우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가벼운 스킨십이나 별 뜻 없이 내뱉은 발언도 당하는 입장에서 성적으로 수치심을 느낀다면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불교계 한 관계자는 “성적인 발언이나 스킨십이 ‘농담’이나 ‘친근함의 표현’으로 포장되는 시기가 한참 지났음에도 여전히 불교계 곳곳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다”며 “범죄 여부를 떠나 사소한 인식부터 바로잡지 않으면 향후 크고 작은 분란으로 발전할 수 있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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