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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망상과 집착에 대한 통렬한 비판

  • 불서
  • 입력 2017.07.10 13:53
  • 수정 2017.07.11 13:46
  • 댓글 4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 강병균 지음 / 살림

▲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인류는 새로운 사상의 성을 쌓아올리고 다시 그것을 깨뜨리기를 무던히 반복해왔다. 그 과정을 거치며 맹수를 제압할 수 있는 지식을 갖췄고, 문명도 크게 발달시킬 수 있었다. 기존의 낡은 질서와 관념을 깨고 새로운 문명으로 나아가도록 이끈 전사의 역할은 주로 종교인, 철학자, 과학자가 맡았다. 그들은 합리적인 사유와 통렬한 비판정신을 앞세워 낡은 신앙과 관념의 허상을 낱낱이 벗겨냈다.

포항공대 수학과 교수인 저자는 방대한 지식과 비판정신을 갖춘 노련한 전사다. 지난해 7월 ‘어느 수학자가 본 기이한 세상’을 통해 종교가 지닌 비합리성과 부정적인 면을 호되게 지적했던 그가 다시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망상과 통찰의 경계선’을 펴냈다. 종교를 둘러싼 온갖 망상을 과감히 드러내고 종교의 질곡을 꾸짖는 것은 비슷하지만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해진 점이 특징이다. 생물학, 뇌과학, 물리학, 인류학, 역사학 등 지식을 토대로 지옥과 하늘나라가 실재하지 않음을 피력하는가하면, 종교가 지닌 한탕주의 속성에 대해서도 매섭게 질책한다.

또 소설가 이외수씨와 우학도인 권필진 등 사회 저명인사는 물론 내로라하는 큰스님들의 사상적 오류까지 에두르지 않고 직설적으로 비판한다. 특히 부처님이 설한 무아사상은 현대과학과 상통하는 탁월한 진리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많은 종교인들이 영원히 존재하는 자아를 상정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음에 불과하다고 역설한다.

그렇다고 저자가 종교를 통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얻는 이들의 존재를 아예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종교가 오랜 세월 축적해온 방대한 양의 지혜도 결코 무용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인식의 발달은 필연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진리를 요구하게 되고, 각 종교가 처방하는 과거의 약이 더 이상 효능을 발휘하지 못함에 대한 지적이다. 따라서 종교계가 새로운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처방전을 줄 수 있을 때 해당 종교인은 물론 인간 종(種) 전체적 수준의 행복도 증진된다는 것이다. 이는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과학·기술·문명과 정치·경제적인 문명의 혜택도 그런 ‘참극’의 과정을 거친 결과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금강경’의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이라는 말처럼 ‘옛 이론·생각에 집착하지 말고 새로운 이론·생각에 마음이 열려있어야 한다’는 저자. 그는 700여쪽에 이르는 두툼한 책에서 종교 이외에도 인간세상을 둘러싼 다양한 ‘환망공상’의 세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3만원.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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