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도 그렇다. 단순히 사찰에 걸린 옛 그림이라거나, 국가문화재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불화를 모르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들이다. 아마존 원주민에게 스마트폰을 주기 위해서는 사용법부터 알려줘야 하는 것처럼, 불화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이 우선돼야 그 우수성과 그 속에 깃든 정신도 일러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불화의 비밀’은 이처럼 불화를 모르는 보통 사람들에게 불화 속에 녹아 있는 지문과 코드를 해독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불화에 문외한인 보통사람들을 위해 먼저 불화의 기원에서부터 한국불화의 역사까지 두루 살폈다. 한국불화의 역사와 그 전개 양상을 이해하는 것이 불화의 지문을 읽고 그것을 해독하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불화의 역사를 알게 함으로써 독자가 그 안에 담긴 지문의 흐름을 파악하고, 그것을 보는 안목에 근육이 만들어지도록 이끈다. 이어서 사찰에서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한국불화의 실제 예를 들어 읽고 이해하면서 그 특징을 살폈다. 그렇게 불화를 보는 일은 조성 당시 선조들의 삶과 현실, 그리고 이상을 추적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또한 우리 고유문화의 원천을 좇는 일이며, 전통의식과 역사의 흐름을 목도하는 길이기도 하다.
저자는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각각의 불화에 담긴 역사, 문화, 종교를 파헤치면서 대중적 궁금증을 해소하는가 하면, 불화 안에 담긴 대부분의 장면을 부분 부분 세심히 바라보면서 분석하기도 한다. 또 고대 인도인들의 사고방식, 인도와 중국의 신화, 도교·유교의 사상 등과 연결해 입체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이해도를 높인다. 특히 각 시기의 대표적 불화와 참고할만한 유물의 도판을 다수 수록해 마치 박물관에 들어선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불화를 “종합예술이자 부처님의 가족사진”이라고 표현하는 저자는 보통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불화’ 개론서가 불교와 세간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불교건축, 불상 등에 대한 개론서 발간에 대한 원을 세운 이유다. 3만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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