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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마음·지혜 솟는 60개 사찰음식 이야기

  • 불서
  • 입력 2017.07.10 14:03
  • 수정 2017.07.10 14:04
  • 댓글 0

‘마음 밥상’ / 일운 스님 지음 / 모과나무

▲ ‘마음 밥상’
최근 사찰음식에 절 밖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학과 물질문명의 발달에 따른 부작용으로 땅이 병들고 물이 오염되는가 하면, 계절을 잃은 빛과 바람까지 혼탁해지면서 몸과 마음도 나날이 고통스럽고 아플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면서다. 그러면서 사찰음식이 붐을 이루는가 싶더니 장수음식으로 오해하는 이들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사찰음식은 붐을 조성할 만큼 유행을 타는 음식도 아니고, 더군다나 천수를 누리는 장수음식도 아니다. 사찰음식은 육류와 인공 조미료를 전혀 넣지 않은 채식으로, 수행자들의 건강을 위해 다양하게 개발됐다. 따라서 만드는 과정부터 오로지 또 다른 수행의 한 방법일 뿐이다.

사람들은 보통 음식의 빛깔과 소리와 맛과 냄새, 그리고 식감 등을 즐기는 것을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그렇게 먹으면서 오감을 즐기고 만족을 느끼며 행복해 한다. 하지만 수행자들에게 먹는다는 것은 오감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행과 지혜를 닦는 몸을 지탱하기 위한 방편이다. 이것이 바로 ‘사찰음식’이다.

경북 울진 불영계곡에 자리 잡은 천년고찰 불영사를 오늘날의 비구니 수행도량으로 일군 회주 일운 스님이 세간에서 장수음식 정도로 오해하고 있는 사찰음식의 진면목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나섰다. 사찰음식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임은 물론, 마음을 건강하게 하고 지혜를 발현하게 하는 음식이라는 것을 한 자 한 자 글로 옮겼다.

그래서 스님은 더할 나위 없이 충만한 사찰음식 이야기를 담은 ‘마음 밥상’에서 60여 가지 사찰음식을 선보이면서도 레시피 중심이 아니라 그 속에 깃든 자비와 보시, 지혜를 말하고 있다. “이제는 무엇을 먹어야 건강할 수 있는가가 아닌, 어떻게 먹어야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지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서다. 때문에 사찰음식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거나 모호하게 정의하면서 잘못 인식하고 있었던 부분들을 교정하고자 애썼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듯이 우리는 먹는다는 행위에서도 걸림이 없어야 합니다. 어떤 음식이라도 그 앞에서 탐심을 내려놓을 수만 있다면 비로소 남과 나눌 수 있는 배려의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이 마음이 수행의 첫 단계이자 사찰음식이 갖는 정신입니다.”

▲ 각종 미디어를 통해 사찰음식이 ‘지혜의 밥상’임을 강조해온 불영사 일운 스님이 누구나 보고 따라할 수 있는 60가지 사찰음식을 곁들여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마음 밥상’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스님은 부처님이 고행을 하며 쇄약해진 몸으로 강에서 목욕을 하고 올라오다 쓰러진 후 수자타가 올린 죽으로 원기를 회복한 이야기에 등장하는 유미죽(타락죽)을 통해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수행을 위해 몸을 보호하는 데 첫 번째 의미”가 있음을 강조한다. 여기서 출가자가 먹는 다섯 가지 음식이 선정의 힘, 바른 원, 바른 생각, 번뇌를 떠난 해탈, 불법을 배우는 기쁨 등이며, 이것이 곧 깨달음의 씨앗을 키워 지혜의 생명을 유지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깃든 의미를 되짚어 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어 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 백장청규 정신, 발우공양이 곧 밥상머리 교육,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나눔 건강식, 육식은 나와 남을 병들게 하는 일, 자비공양, 밥 한 끼 나눔이 마음을 주는 것, 행복한 식사, 일상의 음식 모두가 약, 무심으로 하는 음식 보시, 음식 만드는 과정이 마음자리 등을 주제로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려면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특히 스님의 설명은 부처님 가르침, 사찰에서 스님들의 일상, 재가자들의 일상 이야기와 버무려져 잔잔한 감동과 교훈이 더해지고 있다.

그리고 스님은 “내가 선택한 음식을 왜 먹어야 하는지, 한 끼 식사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있는지, 활동량에 맞게 먹었는지 등 먹는 일에도 바르게 깨어있는 실천이 중요하다”며, 무엇을 먹느냐에 집중하기보다 올바르게 먹는 법에 대한 지혜를 쌓아가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마음 밥상’에 상추, 버섯, 김치, 귤, 김 등 주위에서 쉽게 접하는 재료를 소재로 사계절 음식 60여 가지를 선보이면서도 만드는 법보다 음식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더 마음 기울여 설명한 이유다.

어린 아이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간 햄버거 병 등 인스턴트 음식의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시대, 음식을 통해 자기 마음을 살피게 하는 일운 스님의 ‘마음 밥상’ 이야기는 몸과 마음이 균형 잡힌 가족의 행복한 삶을 꿈꾸는 보통 사람 모두에게 마음 따뜻해지고 지혜가 솟아나는 밥상을 차려주고 있다. 1만6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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