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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을 향한 대승 보살의 발원

기자명 금해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7.07.10 17:05
  • 수정 2017.07.10 17:06
  • 댓글 0

돈 받으면 열심히 할 것 같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는 못해
봉사하는 사람 일 즐길 줄 알아

하룻밤 새 내린 집중호우로, 절 주변에 물길이 생기더니 토사가 쏟아졌습니다. 아는 사장님이 몇 사람 일꾼을 급히 데리고 왔습니다. 1시간 뒤에, 사장님이 가게 일로 자리를 비우자 일꾼들의 본래 모습이 드러나는데 그 모양이 가지각색이었습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거나, 끼리끼리 모여 이야기면서 사장님이 올 때까지 일이 되지를 않았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오후 5시가 되자 장비를 정리하고 떠났습니다.

반대로 우리 절이 걱정되어 새벽에 올라 온 신도님들은 잠깐도 쉬지 않고 흙을 치우고 쓰레기를 정리했습니다. 다음 날 또 큰 비가 온다하니, 절에 피해가 생길까 걱정 되어서 늦은 시간까지 울력해서 결국 마무리를 했습니다. 아마  신도님들이 아니었으면, 며칠이 지나도 일을 마치지 못했을 겁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정반대의 상황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보통 돈을 받는 쪽이 더 열심히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상황은 오히려 반대입니다. 돈을 받기 때문에 그가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돈이 사람의 마음까지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돈을 받는 사람보다 봉사하는 사람이 더 열심히, 더 많은 일을, 더 열정적으로 하는 것을 보면 돈이란 명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미미한 영향을 줄 뿐입니다.

스스로 찾아와 돕는 봉사자들은 불가사의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고, 어떤 대가도 없지만 사찰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자기 집안일처럼 나서서 살펴줍니다. 뜨거운 햇빛 속에서 땀 흘리며, 익숙지 않는 노동을 기꺼이 하지요. 아마 돈으로 천만금을 준다 해도 이렇게 열심히 하지는 못할 겁니다.

불자라면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이라든가 육바라밀, 사무량심,  사섭법 등의 기본적인 교리에 대해 듣습니다. 특히 불교 공부를 꾸준히 하거나, 포교사, 전법사 등의 여러 가지 자격을 갖추는 시험을 치를 때에는 더 많은 교리를 만납니다. 모든 가르침의 끝은 중생을 제도하는 것에 닿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불법을 공부할수록 중생을 향한 자비심이 증장되며, 그의 공부 깊이는 곧 그의 자비행과 비례합니다. 자비심이 저절로 우러나서 상대의 일을 나의 일처럼, 나의 고통처럼, 나의 즐거움처럼 하나로 느낍니다. 불법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베풂의 설법입니다.

경비 일을 보는 어느 거사님은 주말마다 장애우 센터에 가서 봉사를 합니다. 아이들의 빨래나 청소, 목욕시키는 일 등 단순하면서 육체적인 일이 많았습니다. 첫날에는 온 몸이 맞은 것처럼 아팠다고 합니다. 개인사나 회사일이 생기면 못 가게 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날이면 몸은 편하지만, 일주일 내내 찜찜했습니다. 이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봉사를 빼먹지 않습니다. 장애우를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쁨을 위해 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기꺼이 동참하며, 그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여깁니다. 그의 동료가 “직장에서도 인기 있고, 고객들로부터 항상 칭찬을 받는 사람”이라며 거사님을 자랑했습니다. 고객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자기 일처럼 도와준다고 합니다. 거사님은 “직장에서 일 하면서 봉사할 때의 기쁨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러면 제가 더 즐겁고 기쁘거든요.” 라며 쑥스러워 했습니다.

▲ 금해 스님
봉사를 즐겨하는 사람은 일터에서도 봉사할 때처럼, 돈과 상관없이 움직입니다. 일을 즐길 줄 알며, 상대의 기쁨으로 기쁨을 삼을 줄 압니다. 그 마음이 상대에게도 전달되는 것이지요.

이렇게 자신을 즐겨 베푸는 거사님은 놀랍게도 무교입니다. 종교 없이도 기쁘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물며 중생제도를 발원하는 대승보살의 가르침을 받는 우리 불자들은 두 말할 것 없습니다. 이유 없이, 조건 없이, 차별 없이 언제 어디서나 행복하게 베풀 수 있기를 발원하세요.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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