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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보자자니야 자타카

목숨바쳐 나라 구한 신드산 종마

▲ 태국중부 수코타이(Sukhothai) 왓시춤(Wat Si Chum)의 보자자니야 자타카(Bhojājāniya Jātaka).

인도의 크샤트리아 계급에 있어서 말은 아주 중요한 동물이다. 그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말은 신드(Sindh)산 종마로서 인도 왕가의 최고 대접을 받으며 전쟁이 났을 때 최전선에 나서게 된다. 부처님께서도 전생에 신드산 종마로 태어나서 나라를 구한 적이 있다. 이 보자자니야 자타카(Bhojājāni ya Jātaka)에서 전생의 부처님은 부상을 당했음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나라를 구하고 인도대륙의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셨다.

전쟁터 나가 승리 이끌고
부상으로 결국 죽음맞아
적장도 살려주라 간청해

한때 부처님께서 제타와나에 머무르고 계실 때 수행을 포기하는 스님이 있었다고 한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이여, 과거에 현인들은 힘든 상황에서도 심한 상처를 입었다고 할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시며 과거를 이야기하셨다. 옛날 브라흐마닷타왕이 바라나시를 다스릴 때 부처님께서는 신드산 종마로 태어나셨다. 크고 훌륭하게 자라나면서 이 신드산 종마는 왕의 애마가 되었으며 온갖 종류의 보석과 마구로 아름답게 장식되었고 황금 그릇에 최고의 음식만을 먹으며 성장했다. 그런데 인도의 모든 왕들은 바라나시를 탐냈다. 한번은 7명의 왕들이 바라나시로 많은 군사들을 거느리고 쳐들어왔다. 이들은 바라나시를 포위한 후 신하를 보내서 ‘왕국을 내놓고 항복할 것인가? 아니면 싸울 것인가?’라며 최후의 통첩을 했다. 왕이 조언을 구하자 신하들은 왕이 직접 전쟁터에서 싸워서는 안 되며 한 장군을 보내서 적과 싸워야 한다고 답했다.

왕이 그 장군을 불러서 “그대는 7명의 왕들과 싸워 이길 수 있겠는가?”라고 묻자, “왕이시여, 저에게 왕의 애마인 신드산 종마를 탈 수 있게만 해주신다면, 7명의 왕들만이 아니라 인도의 모든 왕들과 싸워도 이길 수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휘황찬란한 마구를 위풍당당하게 차려입은 신드산 종마는 전쟁터에서 장군을 태우고 번개보다도 더 빨리 달렸다. 장군은 이 말을 타고 5명의 왕들을 차례대로 사로잡은 후 6번째 왕을 사로잡으려 했다. 이때 신드산 종마는 날카로운 화살을 맞고 부상을 입게 되었다. 6번째 왕을 사로잡고 돌아온 장군은 말이 부상을 입은 것을 알아차리고 마구를 풀어준 후 다른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가려 했다. 이때 신드산 종마가 말했다. “장군이여, 나 이외의 다른 말은 전쟁터를 가로질러 7번째 왕을 잡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까지 이룩한 것을 결코 포기할 수 없습니다. 마구를 단단히 매고 올라오세요. 저는 달리겠습니다.” 장군은 신드산 종마의 상처를 간단히 치료하고 마구를 맨 후 말을 타고 달렸다. 그리고 그는 전쟁터를 가로질러 7번째 왕을 사로잡았고 당당하게 개선했다. 비록 전쟁에서 이겼지만 부상으로 죽어가는 전생의 부처님께서는 마지막 숨을 몰아쉬며 브라흐마닷타왕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7명의 왕들을 처형하지 말아 주십시오. 평화를 서약하게 하고 이들을 풀어 주십시오. 보시를 많이 하고 계율을 지키면서 이 나라를 올바르고 평화롭게 다스려 주십시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신드산 종마는 숨을 거두었다. 왕은 성대하게 말의 장례를 치른 후 승리한 장군의 공적을 치하했다. 그리고 7명의 왕들과 평화의 서약을 맺고 이들을 모두 풀어준 후 국가를 올바르고 평화롭게 다스렸다고 한다. 태국 수코타이 왓시춤 사원의 계단 상판에 있는 보자자니야 자타카는 합장하고 있는 브리흐마닷타왕과 나머지 7명의 왕들 사이의 단상 위에 당당히 앉아있는 신드산 종마의 모습을 아름답게 표현하고 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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