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간경수행 이순희-하

기자명 법보신문

▲ 61, 보광심
2013년부터 ‘금강경’ 사경을 할 때였다. 도반들과 그들의 가까운 이들 중에서 누군가가 아프다고 하면 도반들이 함께 기도를 드리며 쾌유를 기원하면 기적처럼 반가운 소식을 듣곤 했다. 7시간이면 된다던 수술이 8, 9시간을 넘기면서 불안한 마음이 가시지 않았던 2015년 남편의 뇌수술 때에도 도반들 기도 덕분에 평안을 되찾고 다시 원력을 다잡았다. 그렇게 무사히 수술을 마친 기억이 있었다.

도반 응원으로 흔들림 없이
‘금강경’ 독송해 안정 찾아
1일 5독씩 3000독 넘기면서
고통 극복 가능하다 자신감

이번에도 나는 도반들을 찾았다. 얼마나 서로가 서로에게 지극한 마음을 보낸 것일까. 당시에는 남편도 108배 등 나름대로 일과 수행을 하고 있었으며 특히 ‘법성게’ 1자1배 수행을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도반의 꿈에 내가 한 번도 말하지 않았던 ‘법성게’가 보인다는 이야기에 한편으로는 신기했고 무엇보다 수행의 끈이 맞닿아있다는 의미로 여기며 더 굳건하게 갖고 흐트러진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도반들의 응원으로 흔들림 없이 ‘금강경’ 독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키자 불안했던 마음이 어느새 안정이 되었고 눈앞이 맑아졌다. 좀 더 자세히 의사 선생님의 소견을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몇 곳의 병원을 더 가볼 것을 권했다. 위를 잘라 낼 경우 위암은 조기에 막을 수 있어도 체력 자체가 예전과 달라져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명의를 수소문해 두 번째 병원을 찾아갔다. 의사 선생님은 신중에 신중을 더하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흔하지 않은 암이어서 책임지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재발 확률이 5% 이하이고 빨리 자라지 않는 특성이 있으니 수술 없이 좀 더 관찰하며 기다려봅시다.” 손에 땀이 나도록 긴장했던 마음이 스르르 무너졌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렇게 담담하게 내색 없던 사람이 왜 이러나….” 남편이 더 당황할 정도였다. 세 번째 만난 의사 선생님께서는 “신만이 아시는 일”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역시 수술을 미루자고 했다.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신이라면 우리의 전공이 아닌가. 자신 있다!” 그렇게 남편은 수술이 아닌 회복을 위한 걸음마를 시작했고 식이요법과 운동 그리고 매일의 기도와 수행으로 하루하루 완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는 신심이 돈독한 친정어머니를 보면서 성장했다. 나 또한 전생의 인연인지 두 손을 비비기만 하는 기도를 벗어나 부처님 가르침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며 법을 실천하는 삶을 이어가고자 나름 노력하고 있다. 15년 전쯤 지금처럼 불교대학이 흔치 않던 시절에도 퇴근하면 도반들과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마친 뒤 ‘금강경’ ‘천수경’ ‘초발심자경문’ ‘부처님의 생애’ 등을 공부하기도 했다. 공부는 늘 부부가 함께했다. 우리 아들과 딸도 도반이다. 딸은 어린이포교원으로 시작된 불연을 바탕으로 대학시절에도 어린이 수련회 봉사를 하더니 지금도 부처님 안에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아들 역시 법회에 빠지지 않으려고 태풍을 뚫고 법회에 나가 주지스님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잠들기 전 항상 108 관음정근을 자발적으로 실천했고, 군복무 중일 때에는 내가 ‘금강경’ 사경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사경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가족의 부처님 사랑은 끝이 없다. 부처님 법으로 하나가 되었고 화목의 가치가 무엇인지 몸소 느끼며 살아가는 덕분이다. 그래도 신심 지극한 도반들에 비하면 나는 부족하기만 하다. 그저 소중한 도반을 이번 생에 만난 사실이 무척 감사할 뿐이다.

그동안 들쑥날쑥 하던 다라니기도, 일과 108배, 삼천배 등 많은 수행을 반복했지만 ‘금강경’ 108권 사경을 마치고 ‘금강경’ 1만독을 향한 3000독을 넘어선 지금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가치를 다시 되새긴다. 불자라면 적어도 하루 1시간은 기도를 해야 된다는 이야기에 ‘금강경’ 독송도 하루 5독으로 늘렸다. 무엇보다 마음으로 발원한 일들이 알게 모르게 이루어지는 현상들을 경험하면서 더 이상 우리의 생각이 생각으로 머물지만은 않는다는 확신과 함께 늘 바른 생각, 바른 회향을 하겠다는 원력을 품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마음 속 깊이 단단하게 자리 잡았음을 믿는다.

오늘도 나는 남편과 함께 병원을 다녀오면서 우리 가족 모두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제자라는 사실을 공명하며 감사 수행의 일기를 쓴다. 부처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