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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물의 사랑으로 정화하고 양육하기

기자명 재마 스님

물은 인체와 지구를 존재케 하는 자연현상

지난 한주 동안 빛으로 가득한 공간 속에 행복하게 머무셨는지요? 혹은 온 존재가 빛으로 환해져 주위를 온통 밝게 비추신 경험을 하셨는지요? 만물을 자라게 하고 돌보는 것은 태양만이 아님을 잘 알고 계시지요? 이번 한 주 동안 전국의 산천초목과 땅을 춤추게 했던 반가운 비가 오신 것은 또 다른 돌봄과 친절한 사랑(Loving-kindness)의 모습이라고 봅니다.

기후좌우·좋은 토양 만드는 힘
근대산업을 움직이게 한 동력
만물 이롭게 하지만 집착 않는
물 모습에 가장 이상적 삶 있어

자연은 우리를 돌보고 양육하는 모성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자연의 모성(母性)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비를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비였습니다. 산을 오래 바라보고 서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산이었습니다. 나무를 오래 바라보고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나무였습니다. 흐르는 물을 오래오래 보고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강이었습니다. 달빛 아래 오래 서 있는 여인을 보았습니다. 푸른 달빛 이었습니다. 나는 그 여인을 오래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내 마음에서 새잎이 돋았습니다. 사랑의 푸른 새잎이었습니다.”

이번 주는 생명을 양육하는 물을 탐구하고 그 사랑(loving-kindness)을 닮는 수행을 실험해보고자 합니다. 물은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을 양육하는 물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며, 생체(生體)를 이루는 주요한 성분입니다. 인체의 약 70%, 어류는 약 80%, 그 밖에 물속의 미생물은 약 95%가 물로 구성되어 있지요. 물은 우리 인체의 생명 뿐 아니라 지구를 존재하게 하는 자연현상이기도 합니다. 지구상의 기후를 좌우하며, 모든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토양을 만드는 힘이 되고, 증기나 수력전기(水力電氣)가 되어 근대산업의 근원인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기도 합니다.

현대문학가 이태준은 그의 수필집 ‘무서록(無序錄)’에서 물은 아름답다. 남의 더러움을 씻어주는 어진 덕을 갖고 있다. 물을 보는 일은 즐겁다. 고이면 고인대로 흐르면 흐르는 대로 자연에 맡기는 삶은 여유 있고 편안하다. 물은 생명이 그 안에서 사는 생명을 기르고 땅을 기름지고 윤택하게 하기 때문에 성스럽다고 합니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제8 상선(上善)에서는 무위사상(無爲思想)의 핵심을 잘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바로 자아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을 물에서 찾는 상선약수(上善若水) 때문입니다. 노자의소(老子義疏)를 지은 당나라의 이론가 성현영(626~649)은 선(善)을 불교적 개념인 ‘이롭게 하는(kusala)’으로 풀이해 가장 이로운 최고의 덕, 수행은 집착하지 않는 물 같은 것이라 해석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삶을 물의 모습에서 찾습니다. 마치 물이 하늘에서는 안개와 이슬이 되고 땅에서는 수원이 되어 널리 윤택하게 하여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그것에 집착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또한 물의 성질은 부드럽고 조화를 지향하여 다른 것들과 다투지 않습니다. 자기의 방식이 옳다고 고집하며 다투지 않는 것은 마치 담는 그릇에 따라 다양한 모양의 물을 그대로 두는 상황에 대한 적응성과 유연성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생각이나 관념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상대방을 거스르는 일이 없이 상대방에 따라 수순하고 변화하는 것이 물의 성품입니다. 마지막으로 물은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흘러가 낮은 곳에 이르는 겸손한 성품을 듭니다. 위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들에게 낮고 소외된 이들 속에 스며들어 생명을 키워내는 물은 우리의 스승입니다.

또한 물은 홍수와 쓰나미 같은 모습으로 세상을 집어 삼키고 쓸어가 버리면서 정화를 하기도 합니다. 어느 시인은 비 오시는 소리를 “산만하게 산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이라고 했습니다. 이번 주 존재여행에서 우리 삶에서 이번 장마의 비와 함께 흘려보내고 씻어 보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헤아려 보시길 바랍니다. 또 나의 의견을 버리고 상대방에게 맞추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돌봄이 필요한 낮은 곳으로 흘러가 사랑의 물이 되어보시는 건 어떠세요? 고맙습니다.

재마 스님 jeama3@naver.com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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