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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쌍핍뇌처·질상압처·금강취오처

기자명 김성순

거짓으로 공동체 반목 조장하면
사자에게 씹히고 내장 타는 고통

이번에는 먼저 대규환지옥의 열한 번째 별처지옥인 쌍핍뇌처(雙逼惱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쌍핍뇌(雙逼惱)’라는 이름에서 유추해보건대, 두 가지의 고통이 한꺼번에 압박하는 지옥임을 짐작해볼 수 있다.

거짓말로 남에게 고통주면
후생에 맹수에게 잡아먹혀
분쟁 중인 친척들을 속이면
끊임없이 자기 살 먹는 형벌

이 쌍핍뇌처는 마을공동체나 조직 내의 갈등과 반목 중에 거짓으로 자신과 남을 속이고 파괴하며 다른 이가 벌을 받게 되면 속으로 이를 기뻐하는 이가 가게 되는 지옥이다. 그렇다면 이 지옥에서는 어떠한 식으로 고통을 받기에 쌍핍뇌처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일까?

쌍핍뇌지옥 안에는 불타는 어금니를 가진 거대한 사자가 있어서 늘 죄인들을 잡아 올려서 뜨거운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문제는 지옥에서는 물리적인 죽음 자체가 불가능한 까닭에 사자에게 잡아 먹혔다가도 뱉어내면 다시 살아나고, 살아나면 깨물었다가 다시 뱉어내서 살아나는 고통을 무한하게 반복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옥사자의 이빨은 그 자체가 불꽃이라, 입속에 들어가 씹히면서 동시에 살갗과 근육, 장기와 뼈가 타는 이중의 고통을 겪기 때문에 ‘쌍핍뇌’라는 명칭이 붙은 것으로 생각된다.

죄인이 기나긴 고통으로 전생의 죄업을 다 갚은 후에 간혹 인간 세상에 다시 날 수는 있지만 거짓말의 업력으로 인해 뱀에게 물려죽거나, 사자, 곰, 호랑이 등의 맹수에 의해 잡아먹히게 된다. 결국 입으로 한 거짓말로 남에게 고통을 준 대가를 후생에서 맹수의 입에 먹히는 것으로 치른다고 보면 될 듯싶다.

다음으로 대규환지옥의 열두 번째 별처지옥인 질상압처(迭相壓處)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다. 이 질상압처에 떨어지는 업인에 대해서는 경전이 저술되던 시점의 인도문화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집안에서 형제나 인척간에 분쟁이 생기면 이 일과 관련이 없는 아주 먼 집안사람이 와서 증인이 되는 습속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때 집안사람들이 자신과 가까운 이에게 이로운 쪽으로 거짓을 말하거나, 아니면 그 증인의 그릇된 인식과 판단을 유도하기 위하여 분쟁 당사자들이 계교를 꾸민다면 그러한 업이 차곡차곡 쌓여서 사후에 질상압처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죄인은 이 질상압처 지옥에서 전생에 자신이 속인 증인 친척을 만나서, 그가 가위로 베어주는 살을 입에 넣고 먹어야 하는 고통을 당하게 된다. 죄인의 악업으로 인해 그 살은 베어내도 없어지지 않고 여전히 그 자리에 다시 붙어 있어서 끊임없이 억지로 살을 먹는 고통을 당해야 한다.

이때 질상압처의 옥졸이 죄인을 꾸짖으며 부르는 게송 중에 한 구절을 옮겨보도록 하겠다.

‘진실한 말은 입을 잘 구제할 수 있고/ 진실로 말미암아 모든 법을 얻을 수 있다./ 진실은 등불 중의 제일이라/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전생의 악업이 사라지기 전까지 끝없이 고통을 받던 죄인이 이전의 작은 선업으로 인해 인간 세상에 다시 날 수도 있지만 업력으로 인해 늘 타인에게 사기를 당하고, 재물을 얻었다가도 이내 빼앗기거나 잃게 되며, 누구의 신용도 얻지 못한다고 한다.

다음 금강취오처(金剛嘴烏處)는 이름 그대로 금강의 부리를 가진 까마귀가 죄인을 쪼아 먹는 고통을 당하는 지옥이다. 까마귀에게 먹힌 부분은 이내 보드라운 새살이 돋아나는데, 이내 다시 그 연한 부위를 쪼이게 된다고 한다. 이 금강취오처는 병에 걸린 스님에게 약을 시주하겠다고 약속하고서 그 보시를 실천하지 않은 자가 떨어지게 되는 곳으로, 금강의 부리를 가진 까마귀 외에도 뜨거운 쇠모래의 고통이 늘 죄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쇠모래 속에 태어난 죄인은 발로 그 모래를 밟기만 해도 온 몸이 타버리게 된다. 또한 그가 전생에 죄업을 짓는데 크게 공헌했던 죄인의 혀는 끊임없이 죄인 자신에 의해 먹히는 순환을 반복한다. 이는 죄인이 전생에 혀로 거짓을 말했기 때문에 그 죄업에 대한 응보 역시 혀를 통해 받게 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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