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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워싱턴 선생님의 위대한 가능성

“너희들은 자신 안에 늘 위대함 지니고 있다”

▲ 그림=근호

브라운은 고등학교 학생이다. 그가 다른 반 교실에 들어갔을 때 그 반 담임인 워싱턴 선생님이 그에게 문제를 주며 칠판에 가서 풀어보라고 지시했다. 브라운은 그렇게 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호의가 브라운 장애 더 고착화
다른 면 보게 이끈 선생님 덕에
일반학생과 경쟁해서도 우등생
긍정정보 활용하면 부정 벗어나

선생님이 물었다.

“왜 할 수 없지?”
“저는 정신지체아거든요.”

연극반을 지도하기도 하는 분답게 워싱턴 선생님은 책상에서 연기자처럼 카리스마 넘치는 태도로 일어났다. 그러고는 뚜벅뚜벅 걸어 브라운을 향해 다가가 학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네 이름이 뭐냐?”
“브라운입니다.”

워싱턴 선생님은 또랑또랑하게 들리는 연기자의 발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브라운, 똑바로 들어라. 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너의 진짜 모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그것은 ‘망치’, 워싱턴 선생님의 그 말은 브라운에게 자신의 내면에 잠자고 있던 가능성을 통렬하게 일깨우는 ‘정신적 망치’였다.

흑인인 브라운은 워싱턴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 두 차례 낙제를 했었다. 그렇긴 하지만 그 분을 만나기 전까지 학교는 그에게 불편한 곳만은 아니었다. 그는 두 번의 예외를 제하면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브라운은 겸손하고 예의바른 학생이었기 때문에 선생님들은 낙제를 해야만 하는 성적임에도 불구하고 진급을 시켜 주었던 것이다.

그 호의는 일면으로는 좋았지만 다른 면으로는 좋지 않았다. 그는 성적이 낙제생인 상태를 편안하게 받아들였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그의 성적은 그 수준으로 고착되어버렸다. 편안함은 좋았다. 그러나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이 좋을 수는 없었다.

워싱턴 선생님은 그런 상태에 있던 브라운으로 하여금 자신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도록 이끌어주셨다. 브라운은 고등학교 2학년일 때 선생님이 졸업반 학생들에게 하는 연설을 교실 밖에서 경청한 적이 있었다. 그때 워싱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은 자신 안에 위대함을 지니고 있다. 그 무한한 가능성을 믿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자기 자신이 진정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알지 못한다면, 나아가 자신이 이 지구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를 깨우치지 못한다면 너희 자신에게도 손해를 끼치는 것이고, 세상에게도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

열정적인 선생님의 연설이 끝나자 졸업생들은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브라운은 감격한 마음으로 주차장에서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려 물었다.

“선생님, 제 안에도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위대함이… 정말로 있을까요?”
“물론이다, 미스터 브라운(‘미스터’는 남자에 대한 존칭)!”
“하지만 제가 영어 과목에서 낙제한 건 뭐죠? 그래서 여름 보충 수업을 들어야 하는 거는요? 저는 대부분의 학생들보다 성적이 낮아요. 아무리 잊어버리려고 해도, 아무리 바꿔보려고 해도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아요. 저는 제 남동생과 여동생보다도 아는 게 적어요.”

선생님은 확신에 가득찬 어조로 말했다.

“그건 사실이지. 그러나 네가 아는 게 적다는 그 사실이 너를 반드시 주눅들게 한다는 법은 없다. 주눅들지 말지는 네가 결정하는 거야. 그 사실은 단지 네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그 말씀을 들으면서 브라운은 자신의 마음 안에 한 줄기 빛이 비쳐드는 것을 느꼈다. 희망에 차서 그가 말했다.

“전 어머니께 집을 사드리고 싶어요!”
“가능하고말고! 네가 네 안의 위대함을 계발해내기만 한다면?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언젠가는 꼭 가능할 것이다. 미스터 브라운!”

브라운은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브라운이라는 제 이름을 잘 기억해주세요. 언젠가는 선생님께서 제 이름을 자랑스럽게 기억하시는 날이 오도록 할 테니까요. 저는 선생님을 자랑스럽게 만들겠어요. 저는 선생님께서 그렇게 되리라고 믿으시는 그 사람이 될 거예요! 저는 제 안에 있는 위대함을 계발해내고 말 거예요!”

일 년이 지나 브라운은 연극반 학생들과 함께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학교 규칙에 따라 수학여행은 우등생만이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일 년 사이에 브라운은 특수반이 아닌 일반 학생반에서 우등생이 되었던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고통을 벗어나려는 동기가 즐거움을 얻으려는 동기보다 더 강하다고 말한다. 바꿔 말해서 부정정보의 힘은 긍정정보의 힘보다 훨씬 강하다. 심리학자들은 부정정보의 힘이 긍정정보의 힘보다 세 배 강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는 전자가 후자보다 삼십 배도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남에게 칭찬을 들었을 경우와 모욕을 당했을 경우를 비교해보자. 전자는 하루면 잊혀지고 후자는 여러 달 동안 기억된다. 이렇듯 부정정보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는 긍정정보를 마음에 많이 입력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부정정보를 너무나도 많이 보고 듣기 때문이다.

브라운은 워싱턴 선생님의 가르침을 받아들여 노력한 끝에 한 방송국의 PD가 되었다. 그는 워싱턴 선생님의 가르침을 프로그램으로 편성하여 방송하였고, 책을 내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으며, 미국 전역에 이름이 알려진 명강사가 되었다. 그는 긍정정보를 잘 활용하여 부정적인 상황을 훌륭히 벗어났던 것이다.

이 사례를 보며 필자는 대승불교가 “중생은 본래는 부처”라고 설하는 의미를 생각해본다. 초기불교는 중생의 중생성에 주목하지만 대승불교는 중생의 불성에 주목한다. 두 불교의 목표는 같다. 전자도 중생을 고통에서 구제하기 위해 설해지고, 후자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지만 목표를 향해 나가는 방법 면에서 둘은 다르다.

그 점에서 여느 선생님들이 초기불교와 같았다면 워싱턴 선생님은 대승불교와 같았다. 워싱턴 선생님이 브라운에게 강조한 ‘네 안에 들어 있는 위대함은 대승의 “중생이 본래는 부처”라는 가르침과 궤를 같이 한다. 그분의 가르침은 제자에게 부정정보가 아니라 긍정정보를 불어넣어준다는 점에서도 동종동류의 가르침인 것이다.

중생은 부처에 비할 때 일종의 ‘정신지체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신지체아 브라운이 마침내 해냈듯이 모든 중생에게는 ‘우등생’이 될 수 있는 위대한 잠재력이 있다. 워싱턴 선생님과 브라운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대승불교의 불성 사상을 또다른 각도에서 음미하게 된다.

김정빈 소설가·목포과학대교수 jeongbin22@hanmail.net
 


[1399호 / 2017년 7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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