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정 스님 에세이서 길어 올린 선시

  • 불서
  • 입력 2017.07.17 13:58
  • 수정 2017.07.17 13:59
  • 댓글 1

‘올 때는 흰 구름∼’ / 법정 외 지음 / 책읽는 섬

▲ ‘올 때는 흰 구름∼’
“바람은 자도 꽃은 지고/ 새소리에 산은 더욱 그윽하다/ 새벽은 흰 구름 함께 밝아오고/ 물은 밝은 달 따라 흘러간다.”(휴정선사)
“어째서 괴로운 삼악도가 생겼는가/ 오랜 세월 익혀온 탐욕 탓이다/ 가사와 바리때로 살아갈 만한데/ 무엇 하러 쌓고 모아 무명 기르나.”(야운선사)
"흰 구름 무더기 속에 삼간 초막 있어/ 앉고 눕고 거닐으니 스스로 한가하다/ 차가운 시냇물은 반야를 노래하고/ 맑은 바람 달과 어울려 온몸이 차다."(나옹선사)

예전엔 시인이 따로 있지 않았다. 제대로 된 선비라면 시·서·화를 두루 갖추고 있었고, 그것이 보편적 교양이었다. 더불어 승려시인이란 말도 없었다. 경전을 읽고 어록을 읽을 수 있는 스님들은 그 자신도 삶의 노래인 시를 짓고 즐겼다.

하지만 오늘날은 출세간과 세간을 막론하고 시를 즐기는 이들이 많지 않다. 시 짓는 일 또한 전문 영역이 되어 ‘시인’으로 불리는 이들의 전유물처럼 되었다. 세상도 그만큼 삭막해졌다. 그래서 시를 사랑했던 법정 스님은 “현대의 우리들은 지성과 의지로는 제법 호기를 부리고 있지만 인간의 본성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감성은 너무도 팍팍하게 메말라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들의 생활환경 자체가 비정서적이고 비인간적이기 때문이다. 감성이 결핍된 인격은 온전한 인격일 수 없다”며 시 읽기를 당부했다.

‘올 때는 흰 구름 더불어 왔고 갈 때는 함박눈 따라서 갔네’는 법정 스님이 애송했던 82편의 선시를 담았다. 스님은 ‘시도 좀 읽읍시다’라는 산문에서 “정치인과 경제인들의 입에서 시가 외워지고 공무원이나 사무원들의 메모지에 몇 줄의 시가 적히면 이 세상은 훨씬 물기가 돌고 아름답고 정다워질 것”이라며 “눈이 있는 자 그림을 보고 귀가 열린 자 음악을 들을 수 있듯이, 말과 글을 알고 감성이 투명한 사람이면 누구나 시의 세계에 닿을 수 있다”고 했다.

▲ 법정 스님은 시를 “일용의 양식 중에서도 가장 조촐하고 향기로운 양식”이라고 했다. 스님이 애독했던 82편의 시가 한 권 책에 담겼다.

스님은 새벽에 깨어 시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촛불 아래서 시를 읽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때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시를 아끼고 좋아했다. 책에 실린 시들은 “좋은 시를 읽고 있으면 피가 맑아지고 삶에 율동이 생기는 것 같다. 시는 일용의 양식 중에서도 가장 조촐하고 향기로운 양식일 것이다”고 했던 스님의 에세이 속에 들어있던 시편들이다. 특히 스님은 부처님 가르침과 선승의 깨우침을 한시 형식을 빌려 표현한 선시를 즐겼다. 책에 10명의 시인과 작가를 알 수 없는 시들과 더불어 고승 25명의 작품이 실린 이유다.

단 몇 마디 속에 생의 이치를 담고, 몇 줄의 생각으로 삶의 길을 가리키기도 하는 것이 시다. 그래서 시는 영혼의 음악이자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양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법정 스님이 애독했던 책속 시들과 더불어 이 팍팍하고 막막한 세상에서 무엇인가에 쫓기지만 말고 영혼의 음악을 듣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1만1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00호 / 2017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