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거미가 거미 궁둥이에서 나오는 줄로 거미줄을 치는데, 거미의 뱃속을 칼로 열어보면 그 속에 거미줄이 있겠는가? 또한 누에가 입으로 명주실을 토해내는데, 누에의 가슴속을 열어본들 그 속에서 명주실이 나오겠는가? 추운 겨울에 벚꽃나무를 꺾어 봐도 그 속에서 꽃을 볼 수 없으나,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따뜻한 봄기운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꽃을 피우게 되는 것이다.” 산적은 스님 앞에 무릎 꿇고 삼배하며 불법에 귀의했다.
‘내가 부처’라고 했다고 해서, 몸을 파헤친들 그 속에서 부처의 증좌를 찾을 수는 없다. 내가 부처임을 믿고, 수행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깨닫고 실천하는 삶이 이어질 때 스스로 부처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이에 재가불자들의 수행을 돕고 있는 청운 스님은 “보리자성이 본래 청정하다는 것을 꼭 믿고 모든 망상을 알아차려 ‘이 뭣고’ 하면 저절로 근본이 드러날 터인데, 원숭이같이 천지사방을 쏘다니며 온갖 좋다는 법을 다 배워 쑤셔 넣어 알음알이만 가중시키니 소화도 못 시키고 고향으로 돌아올 날은 더욱 더 아득하기만 한 것”이라며 ‘이 뭣고 수행법’을 펴냈다.
“‘이 뭣고’가 최상승의 활구참선이요, 정법임을 믿고 수행하는 불자에게는 그 번뇌망상이 불보살의 손이요 극락세계에서 보낸 반야용선이 되지만, 믿지 않고 기복신앙에 매달리며 밖으로 헤맨다면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원수가 되는 것”이라고 ‘이 뭣고 수행법’의 수승함을 강조한 스님은 이 책에서 경전의 구절들을 적절하게 가려 뽑아 원어와 해석을 곁들였다. 독자들이 읽으면서 마음을 닦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책은 1장 ‘이 뭣고’와 2장 ‘깨침’으로 나누어 구성됐다. 우선 ‘이 뭣고’ 하고 관조하는 것, 즉 나를 비롯한 모든 사물과 거리를 두는 객관화로 명상을 시작해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고 불교의 본질을 깨달아 절대자유를 얻을 수 있게 순차적으로 안내하려 애썼다.
“불교의 궁극 목표는 생사를 초탈하여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절대 자유자재권을 얻는 성불에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불교의 본질을 외면하고 기복으로 약 처방전에 매달리게 하여 당당한 본래 부처로서의 삶이 아닌 종 노릇만 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든 그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해야 한다. 한 시대 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견해나 인식의 고정관념적인 틀에서 벗어나는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 ‘시심마(이 뭣고)’ 화두가 순일해지면 익숙하던 중생계의 세상사는 멀어지고, 생소하던 출세간사는 저절로 익숙해져 반야지혜에 계합하여 무명업식과 사량하고 계교하는 식정의 중생 삶에서 해탈하고 지혜광명의 아미타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이처럼 ‘이 뭣고’ 수행이 부처님 가르침에 가까이 가는 지름길이자, 참된 불자로 살아가는 길임을 역설한 스님은 “모르는 것을 알고자 탐구하는 것이 선이고, 그 방법이 회광반조이며, 그 관법이 ‘이 뭣고’”라며 ‘이 뭣고’가 곧 반야바라밀임을 알아 지혜롭게 살아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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