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현재의 삶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선지식들이 고구정녕 ‘지금, 여기서 깨어 있으라’고 당부에 당부를 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조계종 포교연구실장 원철 스님이 10년 전 내놓았던 답을 다시 꺼내들었다. 끊임없는 자기성찰을 통해 이쪽과 저쪽 그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도의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옮겼던 ‘아름다운 인생은 얼굴에 남는다’를 새롭게 구성해 다시 선보인 것. 책은 출판사가 부침을 겪으면서 절판된 것을 불광출판사에서 재구성해 10년 전과 다른 모습으로 오늘 날 대중들 눈높이에 맞춰 새 옷을 입혔다. 그래서 낯설지 않으면서도 새롭다.
원철 스님은 아름다움, 비움, 지혜, 마음, 수행, 땀, 무소유 등에 대한 이야기를 수행자의 성찰로 풀어냈다. 적절한 인용과 촌철살인의 문장 등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스스로 묻게 만든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면서 추구하는 것, 얻고자 하는 것, 꿈꾸는 것들이 정말로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그 믿음이 옳은 것인지를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맛있는 밥은 ‘잘살이’요 밥맛의 완성을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의 여유가 ‘참살이’다.” “무소유의 끝은 베풂과 보시로 나타난다.” “분에 넘치는 탐욕과 어리석음을 경계하다.” “자기는 속이지 못한다. 모르고도 짓는 허물까지 참회하라.” 등 일상에서 경계하고 성찰해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일러주는 스님의 글을 읽다보면, 이 모든 것들이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지혜임을 알 수 있다.
어제보다 나은 삶, 날마다 좋아지는 삶은 자기반성과 성찰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래서 스님은 “자기반성이란 참으로 아름다운 삶의 모습인 동시에 수행의 한 방편이다. 세 치 혀의 화려한 수식어로 남이야 수백 명도 속일 수 있지만 자기 자신까지 속일 수는 없다. 반성적 사고가 계속되면 이기심이 지혜로 바뀌게 된다”며 자기반성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렇게 살아 온 삶은 오롯이 얼굴에 남는다. 사람의 얼굴이 하나의 풍경인 것도, 살아온 세월이 그 얼굴에 담기기 때문이다. 스님 또한 “면상(面相) 보다는 심상(心相)이다. 아름다운 마음을 지닌 이들의 얼굴은 누구나 한눈에 알아보는 법이다. 인생을 살면서 변해가는 얼굴에 대한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 순간순간 인생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마음의 뜰을 비우고 가꾸고 길들이면,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에 아름다운 얼굴 하나 떠오른다”며 지금의 삶에 충실해 아름다운 인생을 가꿔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때문에 스님 글에는 각자가 마음의 뜰을 비우고 가꾸고 길들이는 방법이 가득하다. ‘아침마다 맑은 물로 세수하며 마음을 들여다보라’ ‘방 한 칸 정도는 완전히 비워 텅 빈 충만의 여유를 가진다’ ‘생일은 태어남의 의미보다 다시 태어나는 날로 삼는다’ ‘사람에게는 물이지만 물고기에게는 공기다. 상대적으로 보라’ ‘때로는 용감하게 대열을 이탈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보라’ ‘자존심 기득권 명예를 과감히 버려야 할 때가 있다’ ‘사람을 아끼고 가꾸고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무소유의 끝은 버리는 데 있지 않고 베푸는 데 있다’ 등 삶의 지혜를 키우고 얼굴을 아름다운 풍경으로 물들이는 비법(?)을 제시하고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은 깃발이 아니라 마음이다. 그 마음은 모양이 없기에 어떤 모양이라도 다 만들 수 있다. 얼굴에 남을 아름다운 인생을 어떻게 가꿀 것인가는 독자의 몫이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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