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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데바담마 자타카

악령에게서 동생 구한 지혜로운 왕자

▲ 태국중부 수코타이(Sukhothai) 왓시춤(Wat Si Chum)의 데바담마 자타카(Devadhamma Jātaka).

담마(dhamma)는 일반적으로 법(法)으로 번역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 진리, 올바름 등 아주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데바담마(deva-dhamma)에서 담마는 ‘성품’이란 의미로 사용된다. 신적인 성품, 또는 고귀한 성품을 지칭한다. 부처님께서는 사왓티의 부유한 상인 출신으로 출가했지만 많은 재물들을 여전히 소유하고 있던 비구에게 데바담마 자타카를 이야기했다.

두 동생 잡은 악령 약차에게
고귀한 성품에 대해 들려주자
설명에 감동해 동생들 풀어줘
사람들 잡아먹는 악행도 중단

한때 부처님께서는 바라나시에서 첫 번째 왕자인 마힛사사(Mahissāsa)로 태어나셨다. 두 번째 왕자는 찬다(Chanda)였고 배다른 형제로서 어린 동생인 수리야(Suriya)가 있었다. 왕은 수리야의 어머니를 총애했다. 그녀는 왕에게 자신의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줄 것을 요구했다. 왕은 마힛사사와 찬다를 불러서 사정을 설명하고 때가 될 때까지 숲으로 들어가서 생활하라고 했다. 두 왕자가 왕궁을 떠날 때 이들을 본 수리야 왕자도 형들과 함께 숲으로 가겠다며 따라 나섰다. 3명의 왕자들은 히말라야 산의 한 호수에 도착해서 잠시 쉬기로 했다. 그런데 이 호수에는 악한 혼령인 약차(yakkha)가 살고 있었다. 이 호수에 들어오는 사람들 중에서 고귀한 성품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모두 약차의 먹이가 되었다. 수리야 왕자가 먼저 목욕하려고 호수에 뛰어들었다가 그만 약차에게 잡혔다. 약차가 고귀한 성품이 무엇인지를 묻자 왕자는 해와 달이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약차는 수리야 왕자에게 “너는 고귀한 성품이 무엇인지를 모른다”고 말하고 왕자를 호수 깊은 곳에 가두었다. 두 번째 찬다 왕자도 호수에 뛰어들었다가 약차에게 잡혔다. 같은 물음에 찬다는 동서남북이 고귀한 성품이라고 답했고, 약차는 두 번째 왕자도 또한 호수 깊은 곳에 가두었다.

형제들이 사라진 것을 보고 호수를 주의 깊게 관찰한 마힛사사 왕자는 ‘이 호수에 약차가 있구나’고 알아차렸다. 조심스럽게 호수가를 살피는 왕자에게 사냥꾼 복장을 한 약차가 접근하여 호수에서 목욕할 것을 권했다. 왕자는 이 사냥꾼이 약차임을 알아차리고 조용히 ‘나의 동생들을 잡고 있는 사람이 당신인가?’라고 물었다. 약차는 호수에 뛰어든 사람들 중에서 고귀한 성품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사람은 모두 자신의 먹이라고 답했다. 마힛사사 왕자는 약차에게 답했다.

“악을 멀리하는 것이 고귀한 성품이고 청정한 마음으로 올바름을 따르는 것이 또한 고귀한 성품이다.”

마힛사사 왕자의 답변에 깊이 감동한 약차는 2명의 왕자들 중에서 누구를 풀어주면 되느냐고 물었다. 마힛사사 왕자는 수리야 왕자를 풀어달라고 했다. 약차는 왕자에게 왜 고귀한 성품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나이가 많은 둘째를 먼저 구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왕자는 자신들이 이곳까지 오게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바라나시 사람들에게 ‘수리야 왕자가 숲의 호수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느냐’고 답했다. 즉 ‘마힛사사 왕자가 왕위를 물려받기 위해 수리야 왕자를 죽였구나’라고 모두들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왕자의 대답에 만족하고 감동받은 약차는 2명의 왕자들을 모두 다 풀어 주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이 호수에서 사람들을 잡아먹지 않고 3명의 왕자들과 함께 바라나시로 가서 올바름을 실천하며 살았다고 한다.

우리는 태국 수코타아 왓시춤의 벽화에서 왕자의 고귀한 성품에 대한 설명에 감동하여 가슴을 감싸 않은 약차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황순일 동국대 교수 sihwang@dgu.edu

[1400호 / 2017년 7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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