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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갤러리 ‘한국화, 바탕을 버리다’

  • 문화
  • 입력 2017.07.18 15:09
  • 수정 2017.07.18 15:11
  • 댓글 0

작가 6인, 8월26일까지
현대 한국화 방향 모색

한국화의 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시원하게 그 답을 제시하는 이는 드물다. 그렇다면 그 답은 어디에 있는가? 이는 결국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에서 찾아야한다. 오랜 사유와 성찰 그리고 결코 가볍지 않는 필묵의 경지에 그 답이 있을 지도 모른다. 새로움을 추구하기 전에 한국화의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 바탕을 단단히 하고 다시 그 바탕을 버리는 것, 무법에서 출발하여 유법의 세계를 거쳐 다시 무법으로 돌아가 자유로워지는 것에 답이 있을 것이다.

서울 용산 필갤러리가 여섯 명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업을 통해 기존 한국화의 재료기법과 낡은 형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형언어로 현대 한국화의 길을 모색하는 전시회를 마련했다. 김선두, 이인, 이주연, 이주원, 임만혁, 장현주 작가의 참여로 8월26일까 계속되는 기획전 ‘한국화, 바탕을 버리다’가 그것이다.

화가는 그림에서 한 소식을 얻기 위해 수많은 붓질을 한다. 오래 긋다보면 붓질의 무게가 선에 담긴다. 필묵에 화가의 땀이 담겨 깊어지고 묵직해진다. 그 경지는 가본 자만이 안다. 동양의 옛 화가들이 그림에서 자신의 세계를 얻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상징하는 두 가지는 퇴필성총(退筆成塚)과 철연(鐵硯)이다. 그림을 그리다 버린 붓이 무덤을 이루고, 먹을 갈아 쇠로 만든 벼루에 구멍이 나야 자신의 작품 세계가 보인다. 앞의 두 낱말엔 중국적 과장이 묻어 있지만 그 만큼 자신의 세계를 찾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 김선두 作 ‘별을 보여드립니다-어떤 잭팟’, 112×146cm, 장지에 분채, 2017년.
김선두, 이인, 이주연, 이주원, 임만혁, 장현주 작가는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나름 성과를 보여주는 작가들이 있다. 김선두 작가는 최근 ‘별을 보여드립니다’에서 변두리 삶의 어수선한 꿈을 그리고 있다. 장지기법안에서 수묵화와 유화기법의 접목을 통해 한국화의 새로운 경계의 확장을 보여준다.

이인 작가는 현대적 장지 벽화를 선보인다. 장지 위에 농묵과 목탄, 흰 빛깔의 돌가루를 혼용하여 현상 너머 인간의 본질과 삶의 근원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작업이다. 이주연 작가는 장지를 오려 입체적 구조물을 만든 다음 여러 겹의 먹과 채색을 중첩하여 실험과 깊이를 동시에 추구한다. 기하학적이며 단순한 형태는 일상의 도회적 아름다움을 힘이 넘치고 세련된 형식으로 보여준다.

이주원 작가는 폴리카보네이트판에 장지를 배접한 후 그림을 그리고 뒤에 LED조명을 설치해 감각적이면서 실험적인 한국화를 선보인다. 그는 길이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조우한 시간의 흐름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임만혁 작가는 목탄 장지기법의 정수를 보여준다. 맨 장지 위에 거친 목탄선으로 형상을 그리고 아교포수 후에 원색을 담하게 수없이 덧칠하여 바닷가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사랑, 상처와 아픔을 변형된 인물들과 풍경을 통해 보여준다.

장현주 작가는 장지 위에 수많은 풀꽃들을 사실적으로 그린 다음 이를 호분으로 지우고 다시 목탄과 먹으로 살리는 반복적인 작업으로 풀꽃이 마이크로한 산수로 변형된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드로잉과 회화, 화훼와 산수,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담담한 삶의 멋과 아름다움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예술은 감각으로 사유한다. 이 말을 뒤집으면 자신이 살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을 감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붓질의 감각으로 세상을 보면 그 속살이 보일 때가 있다. 일이관지(一以貫之)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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