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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패 안 모시면 남편 죽는다” 유사포교당 골머리

  • 교계
  • 입력 2017.07.21 09:58
  • 수정 2017.07.21 10:07
  • 댓글 8

전북지역 곳곳에서 활개
‘조계종’ 명칭 무단 도용
‘불교문화조계종’ 일월사
올 6월 전주 포교원 개설

▲ 일월사 위패. '생'이라는 글씨가 써져 있어 살아 있는 사람의 위패로 추정된다.
전북지역에서 사주나 위패를 빌미로 불자들을 유혹해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을 뜯어내는 유사포교당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적지 않은 유사포교당들이 ‘조계종’ 명칭을 버젓이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조계종’ 명칭을 무단으로 도용한 뒤 사주를 봐주고 위패를 팔아 순박한 불자들의 돈을 강탈하는 이른바 유사포교당 문제는 전북불교계의 골칫거리로 지적돼온 지 오래다. 최근에도 지난해 11월 등록된 신생종단 ‘대한불교수암조계종’이 부안군에 불교포교원을 개설해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올 6월에는 ‘불교문화조계종’이 전주시 중앙시장에 일월사 포교원을 개설하는 등 피해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 일월사 포교당의 노래방 기기. '백세인생' '홍도야' 등 가요와 번호가 적힌 종이도 벽에 붙어 있다.
법보신문에 접수된 제보에 따르면 전주시 서신동에 거주하는 A보살은 일월사 포교당에서 사주를 보고 위패를 강요받았으나 거부하자 인격 모독적 막말을 들어야 했다. A보살은 “사주를 보면 선물을 더 준다고 해 줄을 서 칸막이 쳐진 곳으로 들어가니, 150만원에 위패를 모시라고 했다”며 “돈이 없어 어렵다고 했더니 아들들이 망하고 아프게 된다고 겁박했다”고 증언했다.

일월사 포교당 측은 또 “150만원도 없냐, 이제껏 뭐하고 살았냐, 내일부터 오지 말라”고 폭언을 하는가 하면, “부처님 복장이 1명에 10만원이니 가족 5명분으로 50만원이라도 하라”고 회유하기도 했다. A보살은 “옆 칸에서 사주를 본 이에게 ‘위패를 하지 않으면 곧 남편이 죽는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 일월사 포교당에 쌓여 있는 컵라면과 화장지들.
이에 법보신문은 7월19일 일월사 포교당을 찾아 부원장 이모씨, 실장 신모씨를 만나고 일월사 종무소, 신도회장, 주지스님과 통화한 결과 이곳 조계종은 ‘대한불교조계종과’는 전혀 관계없는 ‘불교문화조계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불교문화조계종’은 총본산이라고 주장하는 일월사 외에는 단 하나의 사찰도 없고 대신 포교당만 30~40개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정상적인 포교활동”이며 “선물은 신도들을 위해 준비한 것으로 일정액의 보시금을 받고 주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또한 “상주하는 스님은 없고 사주팔자를 봐주거나 법회 중간 중간 노래방 기기를 사용한다”고 말해 사실상 정상적인 불교포교당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인했다.

더욱 큰 문제는 유사포교당을 운영하는 종단들이 종단으로서의 기능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설립됐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월사 포교원 내에는 ‘불교문화조계종’ 총무원장 명의로 된 사원 등록증이 비치돼 있지만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누구도 총무원장 법명을 알지 못했다. 종정스님이나 일월사 주지스님의 법명도 마찬가지였다. 총무원장 명의로 사원 등록증이 발급됐으나 정작 총무원장직은 공석이라는 점도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 일월사 포교당 개원 전단지. '참석자 전원 불자님께 사은품을 증정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불교문화조계종’ 일월사 신도회장이라는 정모씨는 법보신문과의 통화에서 “주지스님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법명을 모른다”는 상식 밖의 대답을 했다. 또 2015년 11월30일 개설된 일월사 홈페이지와 블로그에서도 종정, 총무원장, 일월사 주지스님의 법명은 적혀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일월사 종무소 측은 주지가 운제 스님이라고 말했으나 법보신문에 주지라며 전화를 걸어온 이는 마문 스님이었다. 자신을 일월사 주지라고 주장한 마문 스님은 “위패를 모시기 위해 겁박하거나 위협한다면 문제가 있다”면서도 “사주팔자를 보는 것은 포교 방편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또 “주지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포교당의 문제점을 알지 못한다”며 “시간을 두고 파악해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신용훈 전북주재기자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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