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왕후 어보가 돌아왔다. 6·25한국전쟁 전후 미국에 반출된 뒤 65여 년만의 귀환이었다. 대통령과 함께 돌아온 어보는, 공항 밖으로 향하는 어보에 허리 숙여 절을 했던 대통령의 모습으로 더욱 관심을 끌었다.
어보는 왕실권위를 상징하는 의례용 도장이다. 행정에 사용했던 왕의 도장인 국새와는 다르다. 문정왕후 어보는 가로·세로 각 10.1cm, 높이 7.2cm의 크기로 금으로 만들어졌다. 아들인 조선 13대 왕 문종이 재위 2년에 문정왕후에게 ‘성렬대왕대비’라는 존호를 올리면서 어보가 함께 제작됐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제작된 어보는 368개다. 이 중 39개가 행방불명된 상태다. 따라서 문정왕후 어보의 귀환은 해외 반출된 문화재 반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실 문정왕후는 불교가 극심한 탄압을 받았던 조선시대에 부처님께서 보내신 한줄기 가피 같은 존재였다. 왕후는 아들이 왕위에 오르자 본격적으로 불교중흥에 나섰다. 백담사에서 수행하던 당대 최고의 고승 보우 스님을 모셔와 선교 양종을 부활시키고 폐지됐던 승과를 실시해 뛰어난 인재들을 길러냈다. 다반사로 일어났던 유생들의 사찰난입과 행패에도 강력히 대응했다. 임진왜란 때 큰 공을 세웠던 서산과 사명 모두 부활한 승과를 통해 등용된 스님들이다. 그러나 왕후의 권위에 눌려있던 대신들과 유생들은 그가 승하하자 들고 일어나 모든 것을 무위로 돌려놨다. 보우 스님은 억울하게 최후를 맞이했고 왕후 또한 유교의 나라였던 조선의 근간을 흔든 인물로 역사에 기록됐다.
문정왕후 어보의 반환은 환귀본처(還歸本處)라는 말을 떠올리게 한다. “물건이 원래 있던 그 자리로 돌아간다”는 의미이니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보가 돌아온 것 그 자체로 환귀본처일까? 어보의 귀환은 대보살 문정왕후의 귀환이었다. 왕후의 못다 이룬 불교 중흥의 꿈 또한 오늘로 소환됐다. 문정왕후에 덧씌워진 악후(惡后)라는 역사적 오명을 이제 씻어줘야 한다. 또한 어보반환을 계기로 문정왕후와 보우 스님에 대한 원력을 되새기는 선양사업이 시작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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