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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시대에 자비·실천은 배제… “불교가 없다”

  • 교계
  • 입력 2017.07.24 13:22
  • 수정 2017.07.25 14:09
  • 댓글 12

[집중취재] 명상 열풍의 빛과 그늘

바야흐로 ‘명상의 시대’다. 서양에서 시작된 명상 열풍이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해져,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명상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명상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면서 어느 때보다 ‘마음’과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집중력·창의성 계발 도구화
‘고통의 근원적 해결’ 외면
수익성 높은 산업으로 인식
서양서도 부작용 관련 지적
교계, 대안모색 적극 나서야

과거 명상수행은 사찰을 중심으로 이뤄졌으나, 스트레스 감소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방법으로 수용되면서 이웃 종교계는 물론 사회단체, 기업 등도 명상센터를 설립해 운영하는 추세다.

불교명상지도자들은 불교계 밖에서 이뤄진 새로운 시대적 조류를 재도약의 기회로 평가하는 동시에 우려와 경계의 눈빛도 함께 보내고 있다.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 스님은 “새로운 명상프로그램들의 가장 큰 문제로 불교 수행법에 근거하고 있지만, 정작 불교사상은 배제돼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불교의 수행 목적은 고통의 근원을 알아 거기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이지만, 대다수 명상은 힐링 및 고통 완화라는 단기적인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쉬운 반면, 명상의 기능적인 면에만 함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명상이 경쟁사회에서 성공에 필요한 집중력과 창의성 같은 자기계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대중들에게 환영받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명상의 실용성만을 강조하는 이 같은 기능주의적 측면은 탐욕·분노·어리석음의 제거라는 수행의 궁극적 목적과는 거리가 멀다. 대중화 과정에서 일어난 상업화도 문제다. 명상이 일정한 효과를 기대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 상품으로, 명상센터가 수익성 좋은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3일 코스가 수백만원대에 이르고, 개인 교습을 이유로 거액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 리조트 시설을 갖추고 고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명상센터도 설립되고 있다.

검증되지 않는 명상지도자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명상은 고도의 집중과 주의가 필요해서, 적절하게 지도하지 않으면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상업화된 명상센터의 경우 단기적인 효과에 집중하기 때문에 참가자들에게 명상의 부작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불교명상지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명상 열풍의 원류인 서구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언론 ‘쿼즈닷컴’은 지난 5월 ‘명상의 어두운 면’이라는 기사를 통해 미국 브라운대학 자레드 린달과 윌로비 브리튼 교수의 연구논문을 소개했다. 1만 시간 이상 명상한 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상자 모두 명상 중 불안과 두려움, 고립감 등의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린달과 브리튼 교수는 “어떠한 연구논문도 명상의 어두운 면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영국의 사회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은 최근 ‘타임’ 기고문에서 “많은 연구에서 명상을 근심과 우울증부터 심장병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위한 기적의 치료제라고 말하고 있지만, 인간을 위한 혁명적 만병통치약은 아니다”며 “현재의 상업화된 명상은 연민과 공감, 배려와 같은 불교의 전통이 배제돼 그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렸다. 현재의 충만함을 위한 것이라면 굳이 자비심이 빠진 명상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미국의 불교학자이자 세계적인 석학 로버트 서먼은 “무지한 이가 지혜는 닦지 않고 열심히 명상만 하면 무지가 더 깊어진다”고 했다.

알아차림과 마음의 평화를 넘어 지혜의 계발과 회향이라는 불교적 가치가 구현될 수 있도록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불교계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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