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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김성철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장[끝]

“기초학문 ‘원석’ 캐 불교학 발전 토대 마련”

▲ 김성철 소장은 “100년을 바라보는 긴 안목과 투자가 이어질 수 있을 때, 기초학문의 발전이 한국불교학의 발전으로 꽃피울 수 있다”고 말했다.

불교학은 한국의 학문지도에서 비교적 변방에 놓여있다.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의 새로운 이론들이 종종 미디어에 노출되며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과 달리, 불교학의 경우 대중적 확산 측면에서 분명한 한계를 노정해왔다. 때문에 한국불교학계 일각에서는 대중화를 주창하며 시대와의 소통을 모색하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불자 수 감소에 따른 위기의식이 다소나마 반영된 이러한 시도들은 불교교리를 힐링 등 시대적 요구와 접목시키며 적지 않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2007년 인문한국사업에 선정돼
문헌학·사본학·언어학에 천착
지론종 연구, 세계 최고 수준
하버드대학동양학총서 발간도

한중일 삼국 국제학술대회 개최
2013년 인문한국 최우수평가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불교학의 기초를 이루는 문헌학, 사본학, 언어학 등에 대한 관심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지 않고 대중화에만 치중하게 된다면 어떠한 학문도 사상누각의 함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2003년 11월 설립 이후 14년여 동안 우직하게 걸어오며 일궈낸 연구 성과들이 빛을 발하고 있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김성철 소장은 “그간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산스크리트·한문·돈황 사본 연구 등 불교학 기초학문 분야에서 개척자 역할을 해왔다”며 “기초학문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에 올랐다는 것은 한국불교학계의 커다란 도약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진행해온 연구와 그 성과를 살펴보면 김 소장의 평가가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설립 이후 ‘불교학리뷰’ ‘교양학술총서’ 발간 등으로 내실을 다지는 한편, 국제학술회의 개최와 해외대학 연구협정 등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펼치던 중 2007년 12월 인문한국(HK)사업에 선정됨으로써 일대 전기를 마련한다.

2007년부터 10년간 80억원의 지원금을 받아 수행할 과제는 ‘불교고전어, 고전문헌의 연구를 통해 본 문화의 형성과 변용 및 수용과정의 연구’였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파돼 형성된 동아시아 불교문화의 전개과정을 탐구하고 해석하며 특히 인도·티베트 고전어와 문헌학의 철저한 연구를 기반으로 동아시아 불교의 변용과 전개를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뒀다. 이에 따라 연구소를 ‘인도불교’ ‘티베트불교’ ‘동아시아불교’ 팀으로 나누고 저명 외국학자를 HK교수로 채용했다. 또한 파키스탄 펀잡대학,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중국 북경대학, 일본 미노부산대학 등과 협력을 체결하고 공동연구에 돌입했다.

이러한 인프라는 국제학술대회 개최의 기반이 되어주며 금강대의 국제적 위상을 한층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2008년 ‘유가사지론과 유가행자’, 2009년 ‘지론사상의 형성과 변용’, 2010년 ‘동아시아 불교 고문헌의 새로운 발굴’ ‘아뢰야식 개념의 형성과 변용’ 등의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는데, “불교학계의 국제학술대회 품격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철저하게 구축한 인프라와 잇따른 국제학술대회, 그리고 그 성과물을 담은 연구서 발간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를 짧은 시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연구기관으로 만들어 놓았다.

예로 지론종 분야를 들 수 있는데,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의 지론종 연구는 세계적 수준에 도달한 것에서 나아가 연구경향을 리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 하버드대학과 공동으로 ‘유가행자들의 불교적 토대: 인도, 동아시아, 그리고 티베트에서 유가사지론과 그 수용’을 출간한 것은 국제적 성과 가운데서도 백미로 손꼽힌다. 동양학 관련 서구 최고 권위의 학술총서인 하버드대학동양학총서(Harvard Oriental Series) 75권 째 출판물인 이 책은 120년 총서 역사 중 다른 대학과 첫 공동작업이었다. 단 한 번도 공동출판을 허락하지 않았던 하버드대학동양학총서가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와 공동으로 출판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산스크리트 사본 비판교정본을 국내 최초로 해외 출판했다는 점도 놀라운 사실이다. 이탈리아 나폴리대학 동양학연구소에서 영문판으로 출간했던 이 책은 세계불교문헌학계의 가장 권위 있는 시리즈로 알려진 ‘로마 동양학 총서’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깊다. 이 밖에도 다수의 연구서들과 ‘금강학술총서’들을 발간한 가운데 지난해에는 돈황학의 보고라 일컬어지는 ‘돈황학대사전’을 펴내 돈황학 불모지인 한국불교학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2012년부터 중국 인민대학 불교와종교학이론연구소, 일본 동양대학 동양학연구소와 공동으로 매년 개최해오고 있는 ‘삼국국제불교학술대회’도 눈에 띈다. 10년 동안 릴레이로 삼국을 순회하며 동아시아불교를 심도 깊게 다룬 논문들이 발표되는데, 첫해 결과물을 담아 2013년 출간한 ‘동아시아에 있어 불성·여래장 사상의 수용과 변용’이 그해 인문학 우수도서로 선정되면서 기획·성과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매년 2주 동안 개최하는 산스크리트어와 티베트어 전문강좌는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쌓아온 기초학문 역량을 사회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2주 동안 금강대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수강해야 하지만 전국에서 40~50명이 몰려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들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높지만 불교학계가 만들어내는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방증으로,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가 걸어온 길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외에도 다수의 성과들을 쌓아온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2013년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인문한국(HK)사업 43개 연구소 가운데 최우수 평가를 받는 쾌거를 달성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세대 국학연구원, 서강대 동아연구소,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등 쟁쟁한 연구기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었다. 언어학, 문헌학, 사본학 등의 불교학문 토대를 굳건히 다지기 위한 노력들이 공식적으로 평가받았던 셈이기도 했다.

인문한국(HK)사업 선정 당시 연구원으로 부임했던 김성철 소장은 이제 소장으로서 10년 사업을 갈무리하고 있다. 한국불교학회, 인도철학회, 대동철학회 편집위원과 불교학연구회 감사 등을 맡아 한국불교학 발전을 위해 분주히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박창환 전 소장의 말을 인용해 “보석을 가공하는 데만 눈이 가기 쉽지만, 원석이 없다면 보석은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는 원석을 캐는 광부들이 있는 곳”이라고 강조한 김 소장은 “100년을 바라보는 긴 안목과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초학문의 발전이 한국불교학의 발전으로 꽃피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1401호 / 2017년 7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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