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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정체성 확립이 백년대계

기자명 심원 스님

7월20일부터 2박3일간, 한국문화연수원에서는 좀 독특한 성격의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제2차 사부대중공사 준비를 위한 백년대계 기획 워크숍’이다. 이 워크숍이 이렇게 긴 이름을 가지게 된 데에는 나름의 고민이 묻어 있다.

지난 4월, 한국불교의 미래전략 수립을 위해 조계종은 기존의 결사추진본부와 불교사회연구소를 통합하고 이를 계승한 ‘백년대계본부’를 출범시켰다. 그리고 첫 행사로 ‘2017년 1차 대중공사’를 열었다. 그런데 야심차게 포문을 연 ‘첫’ 대중공사는 거의 낙제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 혹자는 100인 대중공사가 3년도 되기 전에 이미 동력이 다한 것이 아니냐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이에 집행부는 원인을 분석하고 각계의 제안을 수용하여 2차 본 대중공사에 앞서 사전 기획워크숍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두어 달 동안 8차에 걸친 준비모임을 통해 제반 사항을 점검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것은 의제 선정이었다. 고심 끝에 기획워크숍에서는 ‘사회-세상의 이웃인 불교’ ‘미래-미래를 향한 불교’ ‘공동체-사부대중공동체로 거듭나는 불교’ ‘정체성-한국불교답게’라는 네 가지 의제 하에 광범위한 주제를 함축해서 담아내기로 하였다. 이중 핵심 의제는 단연코 정체성이었다. 나머지 세 의제에서 논의된 내용 대부분도 정체성 문제로 귀결되었다.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은 존재의 본질을 규명하는 성질로서, 상당 기간 동안 일관되게 유지되는 고유한 실체를 말하며, 자기 내부에서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는 것과 다른 존재와의 관계에서 어떤 본질적인 특성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는 것 모두를 의미한다. ‘한국불교’는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를 담아내면서 현재 한국사회에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불교여야 한다. 정체성의 부제로 택한 ‘한국불교답게’는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완성태가 아니라 ‘창조적 진행태’로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한국불교는 내적 규정과 외적 관계에서 ‘한국불교는 이러이러한 것이다’라고 하는 일관된 동일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떤 경우엔 서로 용인할 수 없는 상반된 모습으로 표출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실은 한국불교가 심각한 정체성 혼란 상태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원인분석과 대안을 논하자면 한국불교사 전체를 소환해 검토해야 할 것이지만 기본적으로 다음 두 가지 논의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현재의 한국불교를 담아낼 수 있는 교판(敎判)을 세워야 한다. 한국불교 현장의 다양한 신앙형태에 대한 구체적 성찰과 아울러 ‘한국불교는 대승불교이며 회통불교’라는 일반적 특성을 담아낼 수 있는 총체적 교상판석이 있어야 한다.

다음, 한국불교다운 수행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불교계에는 남방 위빠사나와 티베트 탄트라는 물론, 국적불명의 명상법과 유사과학으로 치장한 심리 상담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수행법이 난립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통적으로 절대 우위에 있던 간화선은 주도적 역할을 상실했다. 수행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앞서 많은 분들이 한국불교 정체성 문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불교 신앙의 사원규식(寺院規式)은 법화이고, 본질은 화엄이다. 한국불교의 전통은 화엄 신앙에 근거한 간화선이다. 한국불교의 수행가풍은 한국불교의 정체성에 근거하여 항상 새롭고 절실하게 실천되어야 한다”는 종범 스님의 통찰이나, “화두와 돈오에 의해 버려지고 방치되었던 불교의 풍부한 전통을 삼학(三學 : 계·정·혜)의 선(禪)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는 한형조 교수의 주장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공감하는 바가 크다.

정체성이란 고정된 틀이 아니다.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총체적 특성인 동시에 미래를 향한 시작의 토대이며, 나에게 주어진 것이고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8월 본 대중공사에서는 기획워크숍에서 치열하게 논의됐던 의제들이 보다 폭넓게 다루어져 한국불교의 100년을 디자인하는 백년대계를 창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daum.net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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