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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장 된 스님·간화선 지상주의 등[br]건강한 불교계 바라며 던진 쓴 소리

  • 불서
  • 입력 2017.07.3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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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두 불교평론집, 향기로운 꽃잎’ / 이병두 지음 / 행복한 세상

▲ ‘이병두 불교평론집, 향기로운 꽃잎’
“우리 절 부처님이 영험이 많으셔서 빌어서 아니 되는 일 없고 구하면 응하시나니, 부처님 전에 공양미 300석을 시주로 올리옵고 지성으로 불공을 드리면 생전에 눈을 떠서 천지만물 좋은 구경 성한 사람이 되오리다.”(‘심청전’ 몽운사 화주승)

“우리 절 신도가 3000명인데 이번 예수재 동참금으로 5만원씩만 내면 1억5천만 원이 됩니다. 그러면 저 앞에 있는 땅을 살 수가 있을 터인데 그게 어렵습니다.”(수도권 사찰 주지 스님)

작가와 연대를 알 수 없는 ‘심청전’ 속 몽운사 화주승과 오늘날 수도권의 어느 사찰 주지 스님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공통점 하나는 바로 ‘재물’이다. 몽운사 화주승은 중창불사 권선을 다니던 길이었고, 수도권 스님은 땅을 매입하고자 한다.

두 모습을 지켜본 이병두 전 문광부 종무관은 “참뜻은 사라지고 절의 재정 증대만을 목적으로 하는 예수재에 동참한들 무슨 공덕이 있을까? 몽운사 화주승이 무슨 짓을 하였든 상관없이 심청의 착한 마음만을 보고 마침내 그 아버지뿐만 아니라 온 나라 맹인들의 눈까지 모두 뜨게 해주셨듯이, 부처님께서 ‘예수재’ 동참 대중들에게 가피력을 베풀어주실까?”라며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그는 여기서 그저 안타까움을 피력하는데 그치지 않고 “과거 역사와 이야기는 현재와 미래를 위한 거울이다. 각종 제사를 팔고, 예수재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매불 행위는 멈추어, 최소한 ‘심청전’의 몽운사 화주승처럼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아야 한다”며 오늘날 불교계 세태에 일갈을 가했다.

‘이병두 불교평론집, 향기로운 꽃잎’은 불교 신행 이야기를 시작으로 불교계 지도자들을 향한 쓴 소리까지, 건강한 불교를 갈망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는 “요즈음 들어 ‘세월이 거꾸로 간다’고 했던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세상이 그렇게 뒷걸음질 치고 있고, 불교계 또한 성철·법정 스님 같은 분들이 호령하고 대원 장경호·덕산 이한상·불연 이기영 거사 같은 분들이 큰 그림을 그리던 시절보다도 훨씬 후퇴하고 있는 것만 같다”고 현상을 진단하고, 뒷걸음질 치고 있는 한국 불교계를 바로 세우고 다시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일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며 불교계 현상에 날카로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저자가 그동안 각종 사안을 바라보며 써 놓았던 글을 엮은 ‘이병두 불교평론집, 향기로운 꽃잎’은 전체 3부로 구성됐다. 저자는 먼저 제1부 ‘체중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야’에서 명상 효능과 다이어트에 대한 불교적 관점을 제시하는가 하면, 돈벌이에만 연연해 의미가 퇴색된 기도의 문제점들을 조명하고, 스님들의 제사장 역할에 대한 지적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2부 ‘청정한 승가를 위하여’에서는 “‘간화선’ 또한 진화의 소산이다. 간화선이 생겨나서 주류 수행법이 되었던 역사적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시대 상황이 바뀌고 수행 환경이 바뀌면 그에 따라 이 ‘간화선’도 변화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그 변화를 거부하고 천 년 전 중국의 상황에서 나왔던 ‘간화선’만 붙들고 씨름을 하겠다고 우기다 보면, ‘변하지 않겠다’고 버티다 세상에서 아예 사라져 버린 언어나 종교들처럼 ‘선’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간화선 지상주의에 빠져 있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또 “권력과 돈이 없으면 도반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을 보고도 짐짓 모른 체하는 분위기가 생겨났다. 처음에는 일부에서만 이런 일이 있었지만, 마치 ‘악화가 양화를 밀어낸다’는 경제학의 오래된 원리처럼 아름답던 승가공동체를 피폐하게 만들어갔다”며 공동체 균열이 승가의 건강성과 자정능력을 해치고 있다는 신랄한 비판을 이어간다.

저자의 이러한 비판은 때로 지나친 비판이라거나 주관적 시각일 뿐이라는 오해를 불러오기도 하지만, 그가 “오로지 잘못 가고 있는 승단과 불교계가 부처님 가르침대로 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촛불 하나 밝히는 심정”으로 고민한 결과일 뿐이다. 저자의 외침이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라 불교계가 진정한 부처님 정신으로 거듭나는 담론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불교계 몫이다. 1만3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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