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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총본산 조계사 대웅전 건립

기자명 이병두

무너진 불교 자존심 되살린 대불사

▲ 1937년 5월 착공해 다음해 10월 준공한 조계사 대웅전.

오늘날 대한불교조계종 총본산, 아니 한국 불교의 중심 도량인 서울 종로 수송동의 조계사 대웅전은, 1937년 5월에 착공하여 이듬해인 1938년 10월에 준공하였으니 그 역사가 80년에 지나지 않는다.

불교계 뜻 모아 총본산 건립
집집마다 부처님 받들기 발원
본·말사 스님들도 적극 참여
전북 정읍 보천교 건물 활용

조선 500년 동안 불교가 핍박받으면서 서울 4대문 안에는 절을 세울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스님들의 도성 안 출입까지도 금지되었으니, 승가·재가를 막론한 불제자들은 서울 한복판에 번듯한 대웅전을 세워 무너진 불교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우고 싶었을 것이고 도시 포교에 새 시대를 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가로막는 장애가 너무 크고 많았다. 큰 원력으로 추진했던 보성고보 경영도 포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막대한 재원 마련은 가장 먼저 넘어야 할 난관이었고, 그 다음으로 이처럼 큰 건물을 서울 한복판에 건립하려면 당국의 건축 허가를 받고, 건립에 들어가는 목재 등 자재 수급에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전북 정읍의 보천교당 건물을 해체해서 옮겨오는 것으로 결말이 났다고 할지라도, 그 엄청난 자재들을 서울로 운반해오려면 총독부 당국의 협조와 지원이 없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총독을 비롯한 일제의 고위 인사들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어려운 사정은 권상로가 쓴 ‘상량문’의 문맥에서 잘 드러난다. “이제 이 총본산 대웅전은 마땅히 전임 총독이 심전(心田) 개발을 제창했던 때를 기념하여 의견을 낸 것으로, 공금을 아끼고 사비(私費)를 모금하였으며, 모든 본·말사 주지들과 포교당의 개축 협의회가… 1만금의 거액을 내기로 기약하였다.”

대웅전 건립을 주도하고 있던 이들이 재원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모습은, 당시 31본산주지협의회 대표로 있던 지암 종욱(智庵鍾郁)이 통도사 경봉(鏡峰) 스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보낸 편지가 지난 2016년 발견되면서 더 뚜렷하게 알려졌다. “보천교 건물이었던 것을 이전에 사두었습니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금전이므로 특별하신 용단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1937.3.19.) “조선불교의 생명이 이번 사업의 여하에 달려있고, 전국 조선 팔도의 사찰에 위풍을 진작하고 독촉하는 것은 통도사와 범어사 두 본산의 완납에 달려 있는데, 한 본산은 완납을 하였으니 이제는 화상께서 큰 결단을 내리시기 바랍니다.”(1937.5.5.)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 가치 100억원에 상당하는 거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인데, 어렵게 허가를 받고 힘들게 재원을 마련해 자재를 옮겨왔지만 이 거대한 건물을 짓는 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사진에 드러나듯이 허름한 옷에 안전모도 없이 맨손으로 이 위험한 일을 하던 인부들의 모습을 보면, 대웅전이 이 자리에 우뚝 서게 되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원력과 땀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고 그래서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 사진에서 가운데 검은 두루마기를 입은 인물이 건축을 지휘하던 도편수 최원식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를 비롯한 도편수와 도목수들은 한복 정장을 갖춰 입고 ‘조선불교총본산 조계사(당시는 태고사)대웅전’ 건축의 책임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당당한 모습을 사진에서 확인하게 된다.

‘상량문’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엎드려 비옵니다. 대들보를 올린 뒤에는 집집마다 부처님을 받들고…자애로운 비를 우리 강산에 골고루 내려 주시옵소서.” 갖은 어려움을 겪으며 조계사 대웅전이 우뚝 선 뒤 그 바람[願]대로 ‘집집마다 부처님을 받들고 자애로운 비가 우리 강산에 골고루 내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대웅전이 없었다면 오늘날 한국 불교가 어떤 모습을 갖게 되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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