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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수행 김수정-상

기자명 법보신문

▲ 47, 관득성
기독교, 그러니까 예수교장로회 신자였다.

선교사 꿈꾸던 기독교 신자
두 아이와 함께 계 받은 뒤
불자로서 공부·신행 시작
입시기도 계기로 기복 탈피

불교에 처음 들어선 것이 9년 전이었나 보다. 지금 고등학교 3학년 큰 아이가 10살 때였으니까 말이다. 대략 6살 즈음부터 할머니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녔다. 꿈이 결혼을 하지 않고 선교사가 되어서 봉사하는 것이었다. 주일학교 교사를 하기도 했다. 그러던 내가 어찌하다보니 지금은 두 아들의 엄마인 재가불자가 되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녀서 그런지 사실 여전히 기독교가 더 익숙하다. 5년 전 불교대학을 다니고 두 아이와 함께 수계를 받아서 조계종 신도증도 가지고 있지만 뭔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늘 있었다. 이러고도 내가 불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독교 신자일 때는 결코 느끼지 못했던 불안감이었다.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교회는 시키는 대로 하면 되었다. 매뉴얼을 따르면 그대로 신자의 삶이었다.

하지만 불교는 달랐다. 불교는 꼭 지켜야만 하는 매뉴얼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처님 가르침이 있지만 그 가르침은 꼭 따르기만 하는 매뉴얼 같은 개념이 결코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다시 말해 불교는 그저 따르기만 하면 되는 수동적인 종교가 아니라 스스로 해야 하는 능동적인 종교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불자로 생활하는 내 모습은 그저 매주 아이들을 데리고 법회 나가고 법당에서 삼배 올리고 의식을 따르는 게 전부일 뿐이었기에 신행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내가 과연 불자가 맞는 걸까?’ 하는 불안한 생각이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큰 아이가 고 3이 되면서 입시생을 둔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기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나에게 아이는 단호하게 말했다. 입시기도도 기도이지만 자기 자신이 열심히 하는 게 먼저 아니겠느냐, 노력도 하지 않고 합격시켜달라고 절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기도는 단순히 복만 바라는 미신과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경책 같은 표현이었다. 어리다고만 생각했던 아이가 어느새 조목조목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그 질문은 내게 돌아와 진짜 기도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 입시기도를 올린다, 어느 장소에서 올리면 좋다, 이런 부류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진짜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지내도 되는 것인가 싶어서 결코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돌이켜보면 나도 나름의 수행을 해 본 경험이 있었다. 108배를 하기도 하고 경전 독송이나 주력 등 수행을 많이 해 본 주변 도반들이 알려주는 대로 집중수행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수행을 하는 동안 전화가 온다거나 방해요인이 생기면 무척 짜증이 나고 화가 올라왔다. 그러면서 수행을 방해한 상대방에 대한 원망까지 생겼다. 그렇게 원망을 하고 나면 다시 또 이런 생각조차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적인 생각이 뒤따르기를 반복하다보니 수행을 해도 진전이 없는 것 같고 오히려 짜증나는 상황만 더 늘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 무렵 접한 것이 바로 부산 홍법사의 ‘감사수행’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며 단순히 복을 빌기만 하는 기복도 아니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과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수행이라는 생각에 반가움이 먼저 들어 선뜻 시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의 타협이 필요했다. 중학생인 작은 아이는 꼭 해야 하냐고 불평을 했다.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 한번 해보자고 겨우 타일렀다. 다행히 주변의 몇몇 친구들이 감사수행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렇다면 자신도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고 3인 큰 아이에게는 부담갖지 말고 엄마와 같이 하면서 일기만 써 보라고 제안을 하니까 의외로 큰 아이는 선뜻 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학교에 가져가서 하지는 않겠다는 조건을 밝혔다. 큰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기독교 재단의 학교이기 때문이었다.

감사수행은 딱히 정해진 틀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본인의 형편에 맞게 하면 되는 간편한 수행이다.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시간에 두 아이와 함께 앉아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수행 노트에 일기처럼 하루의 기록을 적었다.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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