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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단 무소유실천팀장 신주식-상

기자명 신주식

분신 같은 아들이 맺어준 불연에 포기는 없어

▲ 65, 남청
김밥을 먹지 않는다.

자식과 사별로 고통 극심
성철 스님 법문으로 감화
우여곡절 끝 포교사 입문

아들과 마주 앉아서 김밥을 먹었던 기억이 아들과 나눈 마지막 기억이다. 대구 상인동 지하철 도시가스 폭발사고. 1995년 4월28일은 잊을 수 없다. 아파트 전체가 들썩였고, 인생도 송두리째 흔들렸다. ‘우리 아들!’ TV에서나 나옴직한 뉴스가 내게도 들이닥쳤다. 아들과 이 세상 인연이 그날까지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금쪽같은 분신을 저 세상으로 보낸 허망함이 엄습했다. 육신을 갈기갈기 찢어 뼈를 갈고 살을 녹인들 이보다 큰 고통이 없었다. 하늘 향해 피눈물을 토해 봐도 흐르는 눈물이 옷을 적시고 무작정 길을 걸어도 갈 곳이 없었다. 일을 놓고 끼니도 잊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지 탄식하고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생지옥 속에서 3년을 살았다. 가슴 치고 통곡한 들 아들의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았다. 그때 불현듯, 성철 스님과 인연이 떠올랐다.

해인사 대적광전 앞마당을 지나는 사람들 모두 흰옷을 입고 있었다. 그날따라 절 분위기가 너무 이상해 지나가는 보살에게 물어보니 성철 스님이 입적했단다. 이때까지도 성철 스님을 전혀 몰랐고 불교와 인연도 성숙하지 못 했던 터였다. 문상은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법구를 찾았다. 아들과 둘이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전율이 휘감았다.

성철 스님을 문상했던 기억에 스님의 육성 테이프를 구입해 들었다. ‘자기를 바로 봅시다’였다. 현대과학으로 ‘반야심경’을 풀이하는 법문에 감화됐다. ‘불교가 이런 종교였다는 사실을 진즉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앞뒤 분간 안 되던 캄캄하고 어두운 터널에서 한 줄기 빛을 만나듯 불교에 심취하게 된 계기가 됐다.

퇴근 후 짬을 냈다. 대구불교대학 야간반에 입학하고 힘들게 공부했다. 졸업과 동시에 포교사고시 원서까지 준비했는데, 고시가 있는 날 공교롭게도 직장을 나가야만 했다. 하는 수 없었다. 그렇게 9년이 흘렀고, 60살에 접어들었다. 불교에 뭔가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재발심해서 등록한 대구불교대학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 꼭 포교사 고시에 도전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행정 오류로 다시 포교사 고시를 치를 수 없을 뻔 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교구본사 주지스님 추천으로 원서를 접수했다. 극히 드문 사례였다. 아들이 맺어준 불교와 인연을 어떻게 포기하겠는가.

2011년 9월24일, 그렇게 원하던 포교사 품수를 받았다. 16기였다. 동화사 사찰문화해설팀에 배정 받아 활동을 시작했는데, 뭔가 부족했다. 수행이 곧 포교라는 생각과 포교사는 신행이 기본이 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해인사 백련암 3000배를 발심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 3000배를 회향하고 법명을 받으면서 불자로서 부끄럽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하지만 3000배가 너무나 힘들었다. 마침 동화사 설법전에서 매주 토요일 간화선수행을 한다고 들었다. 2012년 작은 설날인 동짓날 토요정진에 방부를 들였다. 그렇게 참선을 시작했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졸기도 하고 앉아 있는 반가부좌도 힘들었다. 새벽 4시, 초심자에게 발원문 낭독을 청하셔서 큰 신심으로 도전하기도 했다. 동화사 현 주지 효광 스님과 첫 인연이었다.

어렵게 포교사가 된 이후 초발심을 유지하기 위해 수행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16기 도반들이 마음 모아 한국불교대학 대관음사 감포도량에서 첫 1박2일 철야정진을 하기도 했다. 회향하면서 내년에는 동화사에서 정진하기로 하고 진행과 업무는 내게 주어졌다. 효광 스님에게 지도를 청했더니 흔쾌히 승낙하셨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도 친견했고, 간화선 세계화 당부 말씀을 받기도 했다.

신주식 대구지역단 무소유실천팀장 baduk1024@hanmail.net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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