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불교는 모든 행위에 있어서 좋은 의도가 선행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비록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해악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다. 자타카의 많은 이야기들 중에는 아무리 의도가 좋다고 해도 항상 좋은 결과가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을 경계하는 이야기들이 있다. 특히 좋은 의도로 선을 행하기 위해서는 자신과 주변에 대한 뛰어난 이해력과 지혜가 있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정원에 물을 주던 원숭이
물 아끼려 나무뿌리 뽑아
의도 좋았지만 결과 나빠
아라마두사카 자타카(Ārāmadūsa ka Jātaka)는 이러한 측면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고대 인도의 바르후트(Bharhut)에서부터 중세 태국 수코타이(Sukho thai)의 왓시춤(Wat Si Chum)과 현대 동남아시아의 많은 사원벽화까지 두루 등장하고 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옛날 브라흐마닷타왕이 바라나시를 다스릴 때 왕실 정원에 한 무리의 원숭이들이 살고 있었다. 하루는 바라나시에 축제가 열렸고 왕실 정원의 관리사는 축제에 꼭 참석해서 많은 구경거리들을 보고 즐기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이 왕실 정원의 꽃과 나무들에게 물을 주어야하는 날이었기 때문에 정원사는 고민했다. 그리고 정원에 사는 원숭이들에게 물주는 것을 부탁하기로 결정하고 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에게 말했다.
“오 나의 친구 우두머리 원숭이여, 이 정원은 그대 원숭이들에게 아주 소중한 곳이라오. 그대들에게 꽃도 주고 과일도 주고 새싹도 주고 있다오. 오늘 바라니시에 축제가 있어서 가야만 한다오. 나를 대신해서 그대들이 정원의 나무와 꽃에게 물을 주었으면 좋겠소.”
그러자 우두머리 원숭이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고 정원사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도시를 향했다.
왕실 정원의 원숭이들은 우두머리 원숭이의 지휘아래 바구니 등을 이용해서 정원의 꽃과 나무들에게 물을 주기 시작했다. 이때 그는 물과 같은 소중한 자원이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원숭이 무리에 지시했다. “원숭이들이여, 물은 소중한 자원이니 낭비해서는 안 된다. 어린 나무에 물을 주기 전에 나무를 뽑아서 뿌리를 살펴보고 뿌리가 길면 물을 많이 주고 뿌리가 짧으면 물을 적게 주도록 해라.” 원숭이들은 우두머리가 지시한대로 어린 나무를 땅에서 뽑아 뿌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때 전생의 부처님께서 현인으로 태어나 왕실 정원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그는 원숭이들이 정원에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궁금해서 물어봤다. “원숭이들이여, 왜 그대들은 어린 나무에 물을 주면서 나무를 뽑아 뿌리를 살펴보고 있는가?” 원숭이들은 우두머리 원숭이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라고 답했다. 현인은 한탄하며 말했다. “원숭이들이여, 그대들은 유용하고 이익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리석고 무지해서 그 반대로 행하고 있을 뿐이라오.”
물을 아끼려는 선한 의도는 좋지만 그 결과로 모든 어린나무들이 뿌리가 뽑혀서 죽게 될 것이므로 결국 왕실 정원에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을 걱정한 것이다. 현인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선을 행한다고 해도 그 사람이 무능하면 반듯이 행복이 오지는 않는다. 마치 정원의 원숭이처럼, 어리석은 이는 항상 손해만 끼칠 뿐이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선한 의도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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