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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봉 조계종 포교종책팀장-하

“종무행정 체계화 되는 것 보며 보람”

 
1994년 8월 조계종 총무원 호법주임으로 종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 무렵 조계종은 변혁의 시기였다. 종단개혁을 통해 종단 안팎의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내가 근무한 호법부는 범계행위를 저지른 스님을 조사해 징계에 회부하는 것이 주된 업무였다. 하루하루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종무원 생활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러나 범계행위를 저지른 스님들을 조사할 때면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던 스님에 대한 경외심은 점점 옅어졌다. 그럴수록 ‘내가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라는 회의감도 적지 않았다.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도 길어졌다.

주먹구구식 행정 개편 노력
2008년부터 포교사로 활동

그러던 어느 날 종무원 선배로부터 불교신행활동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불교를 공부하다보면 종무원으로 생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길로 조계사 불교대학에 입학했다. 서울 법련사 청년회에도 가입해 주말마다 법회에 참가하며 처음으로 신행활동을 시작했다. 불교서적을 읽고, 법회에 나가 도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많아지면서 불교에 대한 이해도 차츰 깊어졌다.

호법부에서 총무부로 다시 기획실로, 부서 이동이 잦았다. 새로운 부서에 갈 때마다 일은 많았지만, 조계종의 종무행정체계를 내 손으로 만들어간다는 자부심도 생겨났다. 호법부에 근무할 때는 업무편람을 만들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던 호법업무에 대한 체계를 마련했다. 또 총무부에서는 종무원 급여에 대한 호봉을 재산정하고 직무·직능에 따른 급여체계의 토대를 만들었다. 기획실에서는 처음으로 엑셀프로그램을 통해 예산서를 작성해 산술적 오류를 최소화하도록 했다. 또 종단에 대한 기초자료가 전무했던 그 시절, 처음으로 통계자료를 만들어 조계종의 현 주소를 파악할 수 있게 했다.

2003년 교육원에서의 근무는 종무원으로서의 삶에 있어 전환점이 됐다. 행자교육원에서 행자스님들이 발심해 스님이 되는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봤다. 어렵고 힘든 과정 속에서도 당당한 수행자가 되겠다는 원력을 꺾지 않는 행자스님들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호법부에 근무하며 가졌던 스님들에 대한 편견도 차츰 사라졌다. 스스로 ‘불자다운 삶을 살겠다’는 발원도 세웠다.

▲ 결계포살 법회 때마다 스님들에게 ‘법회와 설법’ 책자를 홍보하는 것도 주된 업무 가운데 하나다.

2008년 포교사 고시에 응시했다. 포교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포교의 현실을 체험해보기 위함이었다. 포교사들과 함께 매월 두 차례 군장병을 위한 포교활동에 나섰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포교사들에 대한 지원은 열악했다. 자비로 군인들의 간식을 마련하고 법회자료도 만들었다. 그럼에도 오로지 불교 포교만을 생각하는 포교사들의 열정은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다. 새삼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 땅에 계속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이 같은 포교사들의 숨은 노력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어느덧 종무원 생활이 20년을 훌쩍 넘었다. 돌이켜보면 하루하루가 숨 가쁜 나날이었다. 때론 새로운 업무가 버겁기도 했지만 보람도 컸다. 내 작은 노력으로 종무행정이 체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느낄 때면 종무원을 선택한 것이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도 갖는다. 이제 또 어떤 일이 주어질지 모른다. 그러나 어떤 일을 하더라도 종단과 불교 발전의 보탬이 되겠다는 원칙과 소신으로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것이 내 삶을 새롭게 변화시켜 준 불은에 보답하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정리=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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