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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부여 계향산 미암사

정서적 교감 기반한 회향으로 지역에 융화

 
충남 부여 내산면 청향산에 위치한 미암사(조실 만청 스님)는 다른 사찰에서는 볼 수 없는 볼거리가 많은 사찰이다. 길이 30m, 높이 7m 규모의 세계 최대 열반상을 비롯해 33층 높이의 진신사리탑, 간절히 기도하면 소원을 이뤄준다는 쌀바위(충남도지방문화재 제371호)까지 이곳을 찾는 불자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다. 여기에 지역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과 어르신들을 위한 점심공양, 장애인 및 차상위계층 후원 등 자비나눔 활동까지 펼치는 푸근함마저 갖춰 지역사회에도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다.

무왕 때 창건…화마에 전각 소실
1987년 만청 스님 부임 후 회복
장학·장애인 후원 등 회향 앞장
불법 베푸는 친근한 이웃 발원

그 중에서도 특히 쌀바위는 ‘미암(米岩)’이라는 사찰 명칭에서부터 창건에까지 깊이 관여하고 있으니 좀 더 특별하다. 쌀바위와 관련한 흥미로운 창건설화가 전해진다.

청향산 아랫마을에 사는 유씨 집안 할머니는 대를 이을 손자를 원했다. 할머니는 불공을 위해 청향산으로 향했고, 식량이 떨어진 줄도 모른 채 몇날며칠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렸다. 그러던 어느 날 관세음보살님이 현몽해 그 정성을 칭찬하더니 호리병 속에서 쌀 세 톨을 꺼내 바위에 던졌다. 할머니는 놀라서 깨어났고, 눈 앞 커다란 바위 구멍에서 쌀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그 쌀로 연명하며 기도를 이어가 결국 바라던 소원을 성취했다. 이후 욕심이 생겨 구멍을 크게 팠더니 쌀은 끊기고 핏물이 흘러나왔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백제 무왕은 그 바위를 ‘쌀바위’라 하고 그 자리에 사찰을 지어 ‘미암사(米岩寺)’라 명명됐다.

이후 미암사는 의자왕을 비롯해 나옹선사, 무학대사 등 수많은 고승대덕들이 수행·정진했던 곳이었다. 그러나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전란과 화마로 인해 전각들이 소실되면서 옛 모습을 잃어버렸다. 옹색했던 사격이 회복하기 시작한 것은 1987년 만청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다. 과거의 역사를 잇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흩어진 불심부터 다시 모아야 했다.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사리탑을 세우고, 내부에 법당시설을 갖춘 대규모 열반상을 조성해 신행과 기도도량으로서의 면모를 일신했다. 이어 설법전과 교육관을 건립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닦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일주문에서 열반상까지 올라가는 길에는 250분의 약사여래부처님을 모셔 불교성지로서의 위의를 더했다.

한편으로 부여사람들의 도량으로 거듭나기 위한 불사가 병행됐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기에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이 요구됐다. 다행스러운 점은 만청 스님의 고향이 이곳인 까닭에 지역의 고통과 어려움은 누구보다 훤히 꿰뚫고 있었다. 우선 장애인들을 위한 자비나눔 활동에 동참했다. 신도교육을 통해 정서적인 교감을 바탕으로 지원활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 미암사는 각종 문화행사와 장학사업, 소외이웃 지원활동 등을 통해 지역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이웃으로 거듭났다.

불교의 미래를 위한 인재불사에도 힘을 쏟았다. 지역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는가하면 방과후아카데미 후원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지역 관공서와 협력해 독거어르신 및 차상위계층에 쌀과 연탄 등을 전달하는 일도 미암사의 주요 사업이다. 또 부처님오신날 등 사중의 큰 행사가 있을 때면 공연무대를 열어 지역 내 문화 갈증을 해소하는 데 앞장섰다. 그렇게 미암사는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시나브로 부여사람들 속에 융화돼갔다.

도량 짓고, 회향하는 일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내적으로는 극락전과 요사채 등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량으로서 손색이 없도록 하는 불사가 추진 중이다. 건축불사에 이어 축대와 조경 등 도량정비가 마무리되면 불교성지를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시민공원으로 거듭나기를 미암사는 바라고 있다. 덧붙여 부여사람들의 사찰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활동들도 변함없이 진행되고 있다. 오늘날 미암사는 옛 미암사가 그랬듯 부여사람들의 귀의처이자 부처님 법 베푸는 친근한 이웃이 되고자 달음질치고 있다.

부여=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함께 꿈 이루는 도량 만들어가야죠”

미암사 조실 만청 스님

 
“외형적인 모습만 본다면 과거에 비해 확연하게 발전했다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발원했던 모습에는 아직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아픔을 공유하고 용기를 주는 도량, 어려움을 살펴 도움을 주는 도량, 누구나 와서 희망을 찾아가는 사찰이 됐으면 합니다. 부여의 자랑이자 함께 꿈을 이루는 도량되기를 발원합니다.”

미암사 조실 만청<사진> 스님이 그리는 미암사의 미래다. 올해로 30년째 미암사에 주석하면서 많은 것들을 일구었지만 여전히 만족할 수 없다는 게 스님의 소회다. 무엇보다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암사가 현재의 사격을 갖출 수 있었던 데는 지역 주민들의 동참과 원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찰이 존재하는 목적은 부처님 법을 전하고 실천하는 데 있습니다. 사격이 커지면 커질수록 회향의 규모도 함께 커져야 합니다. 독거어르신과 장애인, 어린이·청소년 등 어렵고 힘든 이웃들을 위한 일들을 더욱 확장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미암사 회향의 규모가 커질수록 지역이 행복해지고, 결국 모두가 행복한 불국정토에 한 발 더 다가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청 스님의 다음 목표는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일이다. 대부분 농촌지역이 그렇듯 부여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이다. 그만큼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수가 늘었고, 산중에 위치한 미암사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그러나 셔틀버스 운행에는 또 다른 이유 하나가 존재한다.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점심공양을 대접하고 싶은 만청 스님의 마음이다.

“미암사는 20여년 째 불자들은 물론 주민들에게 점심공양을 대접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만 정성을 다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마음으로 준비합니다. 어르신들이 불편 없이 미암사를 찾아 기도하고 편안하게 공양하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편 만청 스님은 1987년부터 미암사를 맡아 중창불사에 혼신을 다하고 있다. 1996년 대한불교대각종 총무원장으로 취임했으며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 특히 대전교도소 교화위원을 시작으로 재소자 교화에 앞장서온 스님은 대전교정청교정협의회장, 법무부교정중앙협의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1년 교정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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