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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최초 한옥어린이집, 지역 명문으로 자리매김하다

  • 집중취재
  • 입력 2017.07.31 14:51
  • 수정 2017.07.31 14:53
  • 댓글 2

흥천사 느티나무어린이집

▲ 국토해양교통부가 2015년 ‘올해의 한옥상’으로 선정한 흥천(느티나무)어린이집 전경. 서울시 최초 한옥 형식의 어린이집으로 어린이들의 건강을 고려해 친환경 자재를 사용함은 물론 자연채광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하루 늦어진 새싹 포교는 불교 미래를 10년 퇴보시킨다.”

경내 위치한 친환경 공간
숲 속 위치해 정서 순화도
2015년 올해의 한옥 선정
영유아 특성 맞게 전통육아

온전히 보육에만 집중하도록
보육교사 근무환경 개선 노력

사찰 보살핌 속에 자란 아이
미래한국 동량으로 성장할 것

서울 돈암동 흥천사 주지 금곡 스님의 신념은 확고했다. 2005년 푸르렀던 낙산사가 잿더미가 됐던 시기에도 부임 첫해 어린이·청소년 포교를 실천했던 스님의 원력은 흥천사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1962년 조계종 통합종단 출범 이후 설자리를 잃었던 흥천사가 정상화되기까지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금곡 스님은 어린이집 건립을 뒤로 미루지 않았다. 법당 불사도 시급했지만 한국불교 미래를 짊어질 인재 불사의 중요성이 더욱 컸다.

하지만 당장 경내에는 22가구 80여세대의 집들이 들어차 있었다. 이주비를 주고 민가들을 모두 철거하고 높은 담장을 허물었다. 어린이집을 지을 돈은커녕 빚이 생겼다. 그런 중에 서울시에서 토지를 제공하면 어린이집을 지어 운영권을 획득할 수 있는 제도를 알게 됐다. 경내에 어린이집을 짓는 것에 공공성이 떨어진다는 반발이 없진 않았지만 금곡 스님이 부임한 후 지역 주민들에게 흥천사는 ‘지역주민의 절’로 인식돼 넘어갈 수 있었다.

▲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2015년 5월20일 흥천사를 방문해 개원을 축하했다.

그렇게 2015년 5월 ‘꿈이 이루어지는 도량’ 흥천사 경내에 서울시 최초의 한옥 어린이집이 건립됐다. 성북구 돈암동 지역 아동들의 보육과 교육을 책임질 느티나무어린이집에는 총 22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국비, 서울시와 성북구의 예산 뿐 아니라 흥천사 역시 지역 아동들에게 최고의 시설을 제공하기 위해 아낌없이 지원했다.

국공립어린이집의 경우 토지를 제공하면 건설은 자치구의 몫이다. 하지만 금곡 스님은 설계부터 함께 했다. 한옥은 일반 건물보다 짓기가 까다로울뿐 아니라 그만큼 건설비용도 많이 든다. 하지만 자라날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한옥이 더욱 적절하다고 판단했고 흥천사의 예산을 들여 한옥으로 건물을 지었다.

느티나무어린이집은 연면적 591.86㎡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한옥 건물로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조상들의 지혜를 공간에서부터 배울 수 있게 했다.

어린이들의 건강을 고려해 친환경 자재를 사용함은 물론 자연채광을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했다. 특히 숲으로 둘러싸인 흥천사 경내에 위치해 어린이집에 들어오면 어디서나 꽃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지하 1층은 조리실과 교사실로 꾸며졌으며 지상 1층은 0~4세 보육실과 원장실, 지상 2층은 5세 보육실로 운영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어린이들을 위해 내부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됐으며, 어린이들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도록 1층에는 작은 정원도 마련됐다. 특히 2층 툇마루 텃밭에서는 어린이들이 계절과 날씨의 변화를 느끼며 식물의 성장, 수확에 대한 기쁨,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체험할 수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도 과거 느티나무어린이집을 방문했다.

전통한옥양식의 설계권위자 김용미 금성종합건축 사무소 대표가 직접 설계와 감리를 맡아 꼼꼼히 챙겼고, 2015년 국토해양교통부가 선정한 ‘올해의 한옥’으로 선정돼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2016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마친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대표가 방문해  “서울 시내에서 이렇게 쾌적한 시설을 갖춘 어린이집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느티나무어린이집이 우리나라 보육시설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감탄했다. 

느티나무어린이집의 핵심가치는 한옥, 자연 친화, 전통육아, 건강, 배려다. 자연환경이 주는 아름다움에서 아이들의 정서순화는 물론 생명존중 교육이 이뤄진다. 또 영유아의 개별적 특성과 발달에 맞춘 전통육아로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교육하고 있다.

단동십훈, 세시풍속, 전통놀이를 바탕으로 한 전통육아 교육방식은 아이들의 뇌 활성화와 정서발달에 도움을 준다는 평가다.

지역사회와 연계해 체력단련, 위생교육, 공공시설의 기본예절 등을 배우기도 한다.

개원시 정원을 훌쩍 넘은 입학 희망 어린이들이 몰려들었던 느티나무어린이집은 2016년 정원을 85명으로 늘렸지만 입학 경쟁은 여전히 치열했다. 이미 지역 학부모 사이에서는 가고 싶은 어린이집 1순위가 됐다. 

2017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학부모들은 “서울 도심속에서 사계절의 다채로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어린이집, 아이 중심의 교육, 깨끗하고 안락한 환경, 아이들이 활동하기에 좋은 공간, 선생님들의 헌신적인 보살핌, 긍정적인 습관 형성, 친화력·인사성 향상 등이 장점”이라고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느티나무어린이집은 현재 원장을 비롯해 총 11명의 보육교사, 조리사 등이 85명의 0~5세 어린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 서울 돈암동 흥천사는 2014년 3월25일 구립어린이집 건립을 위한 기공식을 가졌다.

흥천사는 아이들을 직접 만나는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에 특히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보육교사들이 질 높은 보육을 수행하려면 근무환경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에서다. 정용기 느티나무어린이집 원장은 “흥천사는 마치 공기처럼 어린이집에서 꼭 필요한 빈곳을 채워주고 있다”며 “어린이집 환경관리,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보육교사가 온전히 보육에만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느티나무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자부심이 대단하다”며 “흥천사라는 큰 울타리 속에 자리잡은 어린이집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한국불교의 동량으로 커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집이 보이기 전부터 시작되는 짚깔개는 고르지 못한 길에 행여 아이들이 다칠까 염려하는 금곡 스님의 마음이다. 부처님 법 안에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금곡 스님의 마음과 짚깔개가 닮았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아이들 행복한 세상이 정토죠”

흥천사 회주 금곡 정념 스님

무산 큰스님 가르침 따라
정성스런 보육에 매진

“어린이집은 단순한 불교시설이 아니라 지역 어린이들이 자라나는 공간입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자신의 꿈을 그리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부처님이 함께 하신다면 불교라는 종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도 불교에 정서적인 유대가 깊어질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대로 불교의 외호신장이 되겠지요.”

서울 흥천사 회주 금곡 스님은 ‘보여줌으로써 닮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포교’를 강조했다. 불교에서 포교는 교세의 확장이 아닌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함으로써 받는 이가 저절로 감화되는 행복의 나눔이라는 것이다. 좋은 것은 서로 나누는 것이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성이니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행복으로 가꾸어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스님은 “아이들 보살피는 정성이 불교에 인연 맺어주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님은 “느티나무어린이집의 보육이념은 설악산 신흥사 조실 무산 오현 큰스님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라며 “아이들을 선재동자와 같이 보살피라는 큰스님의 가르침이 보육교사들의 정성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백년을 사는 느티나무처럼 어린이집을 통한 흥천사와의 인연이 세세생생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느티나무어린이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고 덧붙였다.

금곡 스님이 어린이집을 한옥으로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스님은 “우리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어릴 때부터 느끼고 자란다면 자신의 뿌리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남다를 것”이라며 “경내에 지어진 만큼 자연과 함께 커가며 자연의 아름다움,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차량운행을 하지 않아 부모님들이 직접 등하원 시켜야 함에도 자리가 없어 들어오지 못할 정도다.

스님이 부임할 당시 흥천사는 담장을 높이 쌓고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있었다. 지역사회에 사찰의 존재감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불자들만이 간간히 절에 나올 뿐이었다. 부임 후 첫 번째 초하루법회 동참자는 두 사람이 전부였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찾아오는 불자들을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필요한 일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지역과의 소통 필요성도 절감했다. 한옥 어린이집을 짓고 지역에 필요한 사찰이 되고자 했다.

스님은 “서울시 최초의 한옥 어린이집이 들어서면서 흥천사는 지역주민이 오고 싶은 공간으로 변화했다”며 “아이들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함께하는 공간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특히 스님은 “한 사찰에서 매년 한 명이라도 불교인재를 키워낸다면 불교의 미래는 보장된다고 생각한다. 전국에 조계종 사찰이 3000여개가 되니 매년 3000여명의 불교인재를 확보해 나갈 수 있다”며 “10년이면 3만명, 이들이 성장해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더라도 불교가 기반이 될 것임은 당연한 일이다. 불교의 미래는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1402호 / 2017년 8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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