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불총림 백양사 방장 지선 스님 하안거 해제법어

  • 교계
  • 입력 2017.08.04 09:44
  • 수정 2017.08.08 17:06
  • 댓글 2

是邪是正(사인가? 정인가?)  

중흥선사(仲興禪師)가 도오선사(道悟禪師) 회하에서 시봉하고 있을 당시 한번은 도오스님께 차를 올리는데 스님께서 중흥스님에게 “邪 인가?, 正인가?”라고 물으셨습니다.
 
중흥스님은 도오스님 앞으로 나아가 정면으로 도오스님 존안을 바라보며 한 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도오스님께서는 “邪는 항상 邪이고 正은 항상 正이다.”라고 하셨지요.
 
중흥스님은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서 자신의 견해를 말하였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자 도오스님께서 되물으시길 “그렇다면 자네의 견해는 무엇인가?”하니
중흥스님은 도오스님이 잡고 계시던 찻잔을 빼앗더니 반문을 하였습니다.
“邪인가?, 正인가?”
 
도오스님께선 손뼉을 치고 크게 웃으시며 “자네는 나의 시자라고 일컬어질만 하구나!”하시니
중흥스님께서 예배를 하였습니다.
 
도오스님과 중흥스님께서 말씀하신 正, 邪란 말 속에는 깊은 선리(禪理)가 들어있습니다. 소위 “삿된 사람이 正法을 말하면 바른 법도 삿되게 되고 바른 사람이 邪法을 말하면 삿된 법도 바르게 된다.”는 말이 그런 것이지요 명의가 독약인 비소를 처방하면 좋은 약이되듯 말입니다.
그러므로 “邪는 항상 邪이고 正은 항시 正이다.”라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명예가 있으면 자랑스럽고 사랑이 있어야 즐거우며 금전적으로 풍요로워야 편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묻겠습니다. 왜 명예있는 사람이 번뇌를 하고 사랑을 할수록 고통스러워지고 금전이 있음에도 더욱 미래에 대하여 걱정을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이상과 신념, 책임을 확실히 갖추지 못하여 그렇습니다. 이상, 신념, 책임은 텅빈 소리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매순간 순간 생활중에서 체현되어야합니다. 반드시 정법불교를 수행하여일용생활중의 굳어진 의식, 개념과 관성적인 태도를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래야만 스스로의 본신이 변화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무상, 무아를 체득하여 명예는 중생들을 위하여 일할 때 빛이 나고 사랑은 헌신을 하여야 의미가 있으며 금전은 집착없이 보시를 할 때 그 가치가 더욱 있게됩니다. 이러한 생활이야말로 진정한 즐거움이 있는 삶입니다.
 
禪은 자주, 해탈, 안정이 있으며 즐거움이 생기는 원천입니다. 禪에는 보물이 아주 많아 늘 평안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禪의 경계에도 집착은 금물입니다.
 
왜냐구요? 사람의 마음이 움직이는 바로 그것은 幻이기 때문입니다. 禪의 기쁨에 마음이 일어나면 그 순간 헛된 幻의 경계로 떨어져버립니다. 그래서 금강반야경에 과거심도 잡을 수 없고 현재심도 잡을 수 없으며 미래심도 잡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니 마음이란 것은 환영이요, 무상하여 잡을 수도 없고 얻을 바도 없는 것이기에 이 이치를 깨달으면 단박에 해탈하게 됩니다.
 
어떠합니까? 금번 하안거가 즐겁고 좋았습니까?
마음(心)은 종잡을 수 없고 변화가 무궁하여 달리는 말이나 뛰어다니는 원숭이와 같다고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변화가 무궁하기로 禪理는 어떤 경우에는 사실로써 설명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도리로써 해석을 합니다 우주세간에는 사실 속에 도리가 있고 도리 속에 사실이 있습니다.
수미산이 한 알의 겨자씨에 들어가기도 하고 겨자씨 한 알 속에 수미산이 들어간다는 말이 그러한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하고 내려가겠습니다. 항마(降魔)스님이 북종의 신수대사를 참례하였는데 신수대사께서 묻기를 “너의 이름이 항마(降魔)라고 하나 여기에는 산귀신도 목괴도 없다 그러니 네가 마(魔)가 되겠느냐?”
 
항마장 스님이 답하기를 “부처님이 계시니 魔도 있습니다.”
 
그러자 신수대사께서 “네가 만일 魔라면 반드시 부사의경계(不思議境界)에 머물겠구나?”
 
항마장스님이 대답하여 가로되 “부처님이라하여도 텅비어있는데 무슨 경계가 있겠습니까!” 라고 답하셨습니다.
 
이 도리를 잘 참구하여 보십시오!
 
오늘 해제를 하고 이 산중을 나가더라도 경계가 있고 없음이 분명하니 정진의 힘으로 자유자재하십시오! 할, 할, 할!

[1403호 / 2017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