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이라는 용어가 일상어가 됐다. 갑은 계약 관계에서의 용어로, 유리한 입장에 있는 계약자를 갑, 불리한 입장에 있는 계약자를 을이라고 한다. 예로 들면 고용주가 갑, 피고용주(노동자)가 을이 된다. 갑과 을은 계약을 맺을 때 양자를 대리하는 용어일 뿐이고 서로 합의한 내용이기에 그 자체로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갑에 ‘질’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갑질은 계약 관계에서 우위에 있음을 권력으로 여기고 약자인 을에게 가하는 부당행위를 통칭한다. 그래서 갑질은 은밀하고 치졸한 범죄행위다.
군 적폐청산의 대표사례로 지목된 박찬주 육군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병역의무를 위해 군에 입대한 자식들을 노예처럼 부려먹은 이들 부부의 갑질에 부모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고, 이미 전역한 사람들은 군에서 당했던 나쁜 기억들이 떠올라 새삼 분노가 치미는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군은 장성들에게 무상으로 주택을 준다. 공관이라고 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장병이 공관병이다. 그런데 박 사령관 부부는 공관병들을 봉건시대 몸종처럼 부려먹었다. 병사 손에 전자 팔찌를 채워 수시로 호출하고, 온갖 잡일을 시키면서 기분 바쁘면 베란다에 가두는 등의 폭행도 일삼았다. 공관병 요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장병 부모를 욕하고, 같은 군인인 아들이 휴가 오면 공관병들에게 속옷 빨래를 시키고 바비큐 파티를 준비하게 했다. 특히 독실한 개신교 신자인 박 사령관 부부가 불자 공관병에게 교회 출석을 강제한 대목은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박 사령관이 교회에서 군 선교를 통해 국민 70%를 복음화 할 수 있다고 주장해 공직자 종교편향의 ‘끝판왕’이라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선가에 피모대각(披毛戴角)이라는 용어가 있다. 몸은 털로 덮여있고 뿔이 돋아있다는 말인데 한마디로 짐승을 뜻한다. 박찬주 사령관이 구석에 몰리자 대형교회 목사가 피해 공관병을 ‘부잣집 개’에 비유해 분노를 증폭시키고 있다. 옛말에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박 사령관 사태가 군내 피모대각들을 솎아내는 계기가 돼야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03호 / 2017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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