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연화도 연화산 아미타대불-사명대사 토굴-보덕암-연화사
60. 연화도 연화산 아미타대불-사명대사 토굴-보덕암-연화사
  •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 승인 2017.08.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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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꿈 익어가고 푸른 가피 쏟아지는 ‘꽃섬’을 거닐다

▲ 사명대사 토굴에서는 용머리 해안과 푸른 바다가 빚은 천혜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연화도인·사명대사 입도
전설 따라 ‘불연의 섬’
깨달음 성지 소망 담겨

사명토굴·보덕암서 본
용머리 해안풍광 일품
천혜비경 속 휴식 ‘딱’


섬 하면 떠오르는 정현종의 ‘섬.’ ‘사람들 사이’가 주는 거리감에서 고독이 느껴진다. 통성명 한 번 없이 수년을 지내는 도시의 ‘이웃 사이’에서 직감되는 단절된 외로움이다. 그 사이에 자리한 섬 하나. 뭍과 격리된 땅이기에 고독감은 배가 될 법한데 아니다. ‘가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되레 섬은 내 아픔 다 씻겨 줄 치유의 공간으로 다가온다. 나그네에게 휴식(休息) 공간 너그러이 내어 줄 그 섬 어디에 있는가. 짙푸른 바다 위에 연꽃처럼 피어난 섬, ‘연화도(蓮花島)’는 어떨까. 그 섬에 가자!

▲ 연화봉 아미타 대불은 미륵산과 마주하고 있다.

이른 아침의 연화항은 여객선과 어선들의 입출항으로 분주하다. 연화도는 통영의 우도와 인접해 있는 욕지도의 부속 섬이다. 해안선 12.5km의 작은 섬이지만 100여 세대가 머물며 땅과 바다를 일궈가고 있다. 섬사람들은 멀티 플레이어다. 고구마, 보리, 콩을 경작하다 때 되면 연화항에 나가 배에 실린 도미, 방어, 볼락들을 이고 집으로 돌아온다. 틈틈이 김, 굴 양식장도 돌본다. 어느 일 하나 때 맞춰 해 내지 못하면 배고픔을 동반한 혹독한 겨울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기에 8월의 뜨거운 노동을 기꺼이 받아 내고 있다. 목가적 풍경 속에도 생존의 몸부림이 상존한다는 사실을 고진하 시인은 한 여름의 태양보다 더 뜨겁게 전한 바 있다.

‘… 미끈거리는 갯내음에 쩔은 잠수복/ 투명한 잠수정에 오리발의 비애, 비애의 춤을/ 일순 파도 주름 위에 남기며/ 거듭거듭 자맥질하는 잠녀의 삶은 갯방풍의 뿌리보다 더 질긴/ 서러움의 돌무데기만 쌓아온 물의 역사/ 헐고 또 다시 헐어내는/ 성난 해일의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 (고진하 시 ‘가파도’ 중에서)

▲ 연화도인(사진 왼쪽)과 사명대사 토굴.

연화도 중앙에 우뚝 서 있는 산이 연화산이고, 그 정상 또한 연화봉이라고 하는데 그 곳에 아미타부처님 서 계신다. 산길 오를수록 바다는 멀어지는데, 멀어질수록 바다는 더 넓은 품을 내 보인다. 산 중턱에 이르니 남해 풍광 한 아름 안을 수 있는 정자 하나 조용히 앉아 있다. 바다도 정자를 바라보고 있을까? 김명수 시인의 말대로 바다는 섬에서 태어나 섬에서 뼈를 묻은 그 누군가를 기억하며 작은 무덤 하나를 보고 있을 터다.

‘바다는 육지의 먼 산을 보지 않네/ 바다는 산 위의 흰 구름을 보지 않네/ 바다는 바다는, 바닷가 마을/ 10여 호 남짓한 포구 마을에/ 어린아이 등에 업은 젊은 아낙이/ 가을 햇살 아래 그물 기우고/ 그 마을 언덕바지 새 무덤 하나/ 들국화 피어 있는 그 무덤 보네’(김명수 시 ‘바다의 눈’)  

▲ '부길재' 석판.

아미타부처님은 ‘바다만 앞에 있는/ 바다만 뒤에 있는/ 바다만 옆에 있는’ 곳에 서 있었다. 시선은 연대도, 학림도 너머의 통영 미륵산에 닿아 있는 듯하다. 동쪽으로는 매물도가 보이고, 서쪽의 추도와 사량도, 남쪽의 욕지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연화도에 얽힌 전설 하나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500여년 전 연산군의 억불 정책에 환멸을 느낀 스님 한 분이 이 섬에 들어 와 실리암을 짓고는 정진해 깨달음에 이르렀다. 오도 이후의 보임 행적을 알 길 없으나 입적 직전 스님은 ‘바다에 수장시켜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제자들과 섬사람들이 법체를 수장하니 그곳에서 커다란 연못이 떠올랐다. 활짝 핀 연꽃 담긴 연못이었던 것일까? 이 때부터 섬사람들은 그 도인을 연화도인이라 불렀고, 섬 또한 연화도라 했다.

▲ 보덕암에서 바라 본 용머리 해안.

사명대사와 연관된 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불교탄압이 거세게 일고 있던 때 사명대사도 이 섬에 입도해 가부좌를 틀었다. 어느 날 세 여인이 찾아왔다. 사명대사의 처 보월, 여동생 보운, 그리고 연인 보련이었다. 사명대사는 세연에 이끌리어 온 그들을 출가시켜 선심(禪心)을 닦는데 힘쓰도록 했다.

일설에는 그 세 비구니가 이순신 장군에게 거북선 설계도를 전했다고도 한다. 이 섬을 떠나기 전 네 스님이 각각 시 한 수를 지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세 비구니가 ‘부길재(富吉財)’를 새겼다는 판석도 남아 있다.

섬치고 전설 하나 없는 섬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 해도 사명대사 전설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부모님을 여읜 후 무상감에 사문의 길로 들어 선 사명대사가 결혼 했다는 문헌 기록은 없기 때문이다.

임란 당시 승병을 이끌어 패망 직전의 조선을 구한 인물. 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8개월 동안 담판을 벌여 전란 때 잡혀간 3599명의 동포와 함께 귀국한 장본인. 기골마저  장대한 장수 풍모를 지닌 호걸을 사람들은 어떻게든 세간과 연결시켜 자신들 곁에 두고 싶었을 것이다. 표충사가 자리한 밀양서 ‘사명대사 결혼설’이 내려오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 연화도의 출렁다리는 새로운 명물로 떠오르고 있다.

연화도는 뱃길 한 시간 거리의 한산도와 마주하고 있다. 연화도의 사명대사, 한산도의 이순신! 시대의 영웅을 품고 싶은 마음이 창출한 전설이라고 봐야 한다. 정상에서 보덕암으로 내려오는 길가서 연화도인 수행터와 사명대사 정진 토굴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연화도가 ‘깨달음의 성지’로 남기를 바라는 섬사람들의 마음만은 분명하게 읽혀진다. 연화도를 ‘불연(佛緣)의 섬’으로 칭하는 연유도 여기에 있을 터다.

▲ 연화도의 동두마을도 멋진 풍경을 안고 있다.

보덕암은 용머리 해안과 푸른 바다가 빚은 천혜의 비경을 마주하고 있었다. 도량 내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아래 배낭을 내려놓고 앉았다. 파도소리 힘차게 들려온다. 그 소리 부처님 법음임을 보덕암 해수관음상이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사람을 비롯한 뭇 생명들이 꿈틀거리고 있어야 살아 있는 섬이라고 했다. 사람들 사이에 절(1988)과 탑이 들어섰으니 이 섬은 이제 법음(法音) 머금은 성지다. 푸른 꿈 익어가고 푸른 가피 쏟아지는 섬, 연화도다. 이 섬에 한 번 들려 보덕암 나무 아래 ‘꾹’ 앉아 스스로 섬이 되어 보시라. 어느 순간, 천혜비경을 넘어 마음을 들여다보는 자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연화도행 배에 오를 때는 하늘과 태양만 안고 오시라!

▲ 연화사 전경. 연화사, 보덕암, 5층석탑, 아미타대불, 해수관음은 조계종 고산 스님의 원력으로 1988년부터 하나씩 세워졌다.

‘나 혼자 훌훌 떠나 바다로 간다// 난초도 거문고도 백자항아리도 버리고/ 장서(藏書)도 가족들도/ 꽃밭도 버리고/ 바다만 앞에 있는/ 바다만 뒤에 있는/ 바다만 옆에 있는// 바다 망망한 가운데 심해선 저 쪽/ 일렁대는 파도 위를 알몸으로 누워 간다// 가슴에는 다만 하늘/ 가슴에는 다만 태양.’(박두진 시 ‘바다로 간다’)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도·움·말]

 

 

 

길라잡이

연화도 선착장서 하선 해 30m 이동하면 연화사·보덕암 이정표가 나온다. 이 길을 이용할 경우 연화항서 보덕암까지 40분이면 충분하다. 보덕암서 사명대사 토굴까지는 10분. 연화항-연화사-보덕암-사명대사 토굴-연화항 원점회귀 코스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시간30분. 연화도 선착장서 항구를 오른쪽에 두고 약 200m 직진하면 왼쪽에 정자와 등산로 입구가 보인다. 연화봉 정상에는 아미타대불이 서 있다. 사명대사 토굴을 지나면 보덕암이다. 연화항-연화봉-보덕암-연화사-연화항 원점회귀 코스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2시간.

보덕암서 5층석탑을 지나 하산하면 포장도로를 만난다. 산길과 찻길 갈림길인 이 곳에서 출렁다리까지는 약  30분. 출렁다리서 연화사로 갈 경우 갈림길서 300m 더 내려오면 연화사로 가는 포장도로를 만난다. 연화항-연화봉-보덕암-출렁다리-연화사-연화항 원점회귀 코스에 소요되는 시간은 3시간 30분.

[1403호 / 2017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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