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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티티라 자타카-상

초기 승단에 나타난 노스님 공경

▲ 인도 산치(Sanchi)에서 사리풋타와 목갈라나의 사리가 발견된 제3불탑.

어른과 아이 사이에 차례와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장유유서는 중국 유교의 기본적인 도덕지침인 삼강오륜의 하나로서 동아시아 전역에 잘 알려져 있다. 기본적으로 불교가 인도에서 기원한 종교이므로 장유유서와 같은 덕목은 불교가 중국으로 전래된 후에 중국문화의 영향 아래에서 불교적 도덕으로 수용되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에도 나이가 드신 분들을 공경해야 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덕목으로서 종교적인 관용과 함께 아쇼카왕의 비문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티티라 자타카(Tittira Jātaka)에서는 부처님의 상수제자인 사리풋타와 목갈라나가 등장하여 인도적 장유유서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나이든 스님 공경하지 않자
제자들 크게 꾸짖은 부처님
인도서도 장유유서는 기본

코살라국의 수도인 사왓티(Sāvatthi)의 장자 아나타핀디카(Anāthapiṇḍika)는 마가다국의 라자가하(Rājagaha)에서 부처님을 만나고 부처님에게 귀의한 후 부처님을 자신의 고향으로 초청한다. 부처님이 움직이면 많은 제자들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아나타핀디카는 코살라국으로 먼저 돌아와 제타 왕자에게 수많은 황금을 지불하고 왕자를 설득해서 왕자의 정원인 제타와나(Jetavana)를 공동으로 불교교단에 기증하기로 한다. 제타와나가 준비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처님께서는 수많은 비구들을 거느리고 먼저 웨살리(Vesālī)로 출발하셨다.

이때 6명의 비구들이 선두에서 발 빠르게 움직여서 비구 승단이 밤에 머무를 곳의 모든 잠자리들을 미리 다 차지하고 자신들과 친한 사람들과 자신들의 스승들에게만 나눠져 버렸다. 사리풋타를 비롯한 나이든 비구들은 뒤늦게 도착했고 잠자리를 찾지 못했다. 이들은 나무아래에 앉아서 밤을 지내거나 밤새 경행을 하며 지내야만 했다. 사라풋타는 부처님의 잠자리 근처에 있는 나무 밑에서 밤을 지내게 되었는데, 새벽 무렵에 잠에서 깬 부처님께서 사리풋타를 발견하고 “사리풋타여, 그대는 왜 이 시간에 여기에 있는가?”라고 물으셨다. 발 빠른 몇 명의 비구들 때문에 잠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리풋타의 이야기를 듣고 부처님께서는 깊은 고민에 빠지셨다. ‘내가 이렇게 살아 있어도 예의가 없고 위아래가 없는 비구들이 있구나. 내가 죽어서 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면 도대체 이들이 못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날이 밝은 후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을 모아놓고 6명의 발 빠른 비구들을 꾸짖으시면서 “비구들이여, 우리들 중에서 누가 가장 좋은 잠자리와 가장 좋은 음료수와 가장 좋은 밥을 먹어야 하는가?”하고 물었다. 비구들은 왕족이라고 답하기도 하고, 브라만이라고 답하기도 하며, 수단이 좋은 사람이라고 답하기도 하고, 규율과 질서를 갖춘 사람이라고 답하기도 하며, 불법에 정통한 사람이라고 답하기도 하고, 선정이 뛰어난 사람이라고 답하기도 하며, 사향사과에 들어선 성인들이라고 답하기도 하고, 아라한이라고 답하기도 하며, 삼법인을 잘 아는 사람이라고 답하기도 하고, 6가지 진리를 알아차린 사람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모두 다 틀렸다고 꾸짖으신 후 “비구들이여, 승단에서 나이든 분들이야 말로 말과 행동을 통해서 인사와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는 분들이다. 바로 이분들에게 가장 좋은 잠자리와 가장 좋은 음료수와 가장 좋은 밥을 대접해야 한다”고 단호하게 선언하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계속해서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 하셨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03호 / 2017년 8월 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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