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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용선처와 적동미니선처

기자명 김성순

부처님 가르침 정면으로 부정하면
거대한 용 불꽃이빨에 씹히는 형벌

초열지옥의 세 번째 별처지옥인 용선처(龍旋處)는 불교의 시각에서 봤을 때 잘못된 믿음과 태도를 가진 외도들이 가게 되는 지옥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외도’가 어느 부류를 가리키는지 분명치 않으나, 그 행동의 특성을 표현하는 내용 중에 “항상 손을 핥아서 밥을 먹는다(常?手食)”라고 묘사된 점, 그리고 그들이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을 끊고, 감관을 고요하게 한다고 해서 열반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고 불교의 교의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점으로 보아, 당시에 불교와 첨예하게 대립했던 집단으로 짐작할 수 있다.

불교와 대립한 외도에 경고
지옥 벗어나도 축생계 윤회
삿된 견해 입에 올리지 말고
참된 말만 해야 할 것 강조

그렇다면 불교의 지옥교설에서는 이 외도들을 어떠한 지옥으로 보내는 것일까. 먼저 이 용선지옥에 들어서면 불꽃의 머리를 가진 독룡이 많은데, 그들은 항상 무서운 독과 분노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용선처(龍旋處)’ 즉, ‘용이 돌고 있는 곳’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지옥에서는 용들이 빙빙 에워싸며 돌다가, 그 사이로 떨어진 죄인을 이내 갈고 부수어 곡물가루처럼 만들어 놓는다. 혹여 거대한 용의 입 속으로 떨어진 죄인이 있으면 독이 있는 불꽃이빨 사이에서 씹히게 된다. 용이 한량없이 씹는 동안에 죄인은 죽었다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면서 자신의 죄업이 소멸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또한 이 용선처의 죄인들은 몇 가지의 불에 타면서 고통을 받게 되는데, 그 첫 번째가 ‘독의 불’, 두 번째가 ‘지옥불’, 세 번째는 ‘굶주림과 목마름의 불’, 그리고 네 번째는 ‘병의 불’이다. 이 불들에 타고, 부서지며,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 또다시 태워지는 고통을 받던 죄인들은 악업이 다 부서지는 어느 순간에 마침내 지옥을 벗어나게 되지만 그것이 고통의 끝은 아니다.

지옥에서 빠져나온 이후 백오십 생 동안 침인아귀(針咽餓鬼), 즉 목구멍이 바늘만한 아귀 무리 속에 태어나고, 이후 이백 생 동안 사자나 곰 등의 몸이 큰 축생으로 태어나, 물이 귀한 광야에 살면서 늘 목마름과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다.

다음 초열지옥의 네 번째 별처지옥으로 ‘적동미니선처(赤銅彌泥旋處)’가 있다. 적동색의 ‘미니’가 돌고 있는 별처지옥은 과연 어떠한 곳일까?

이 적동미니선처 역시 외도들이 떨어지는 별처지옥으로서 ‘모든 것은 업의 과보가 아니라, 마혜수라, 즉 대자재천(大自在天; Mahe?vara)이 변화를 일으켜 만들어 낸다(一切皆是魔醯首羅之所化作非是業果)’는 신앙을 가지고 있던 자재천외도들을 겨냥하고 있다.

이 적동미니선처에는 적동색의 구리물이 마치 바다처럼 그 안에 가득 차 있고, 쇠로 된 물고기인 미니어가 떠다닌다. 이곳에 떨어진 죄인들은 뜨거운 구리물 바다에서 온 몸이 삶겨지고, 튀겨진 채로 부서져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된다.

혹여 고통을 받는 중에 죄인들이 비명이라도 지르면 그것이 미니어들을 부르는 외침이 되어 쏜살같이 달려온 미니어의 입 속에 육신의 절반이 들어가게 된다. 결국 죄인의 육신은 절반이 미니어의 이빨에 물리고, 절반은 구리물 바다에 잠겨서, 반쪽은 삶기어 부서지고, 반쪽은 쇠이빨에 갈리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고통을 부르게 되어 있는 구조는 전생에 외도의 사견을 즐겨 말했던 구업에 대한 과보로서 설정되었으리라 생각된다.

한편 이 미니어에서 겨우 벗어난 죄인은 결국 다른 구리물바다에 들어가는데, 그곳에는 불타는 부리를 가진 쇠벌레가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죄인을 붙잡아 씹어서 모래처럼 만들어 먹는다. 고통을 견디지 못한 죄인이 비명을 지르면 그 벌린 입을 비롯하여 온 몸의 일곱 구멍으로 끓는 구리물이 들어오면서 구석구석 익히고 삶는다. 이 모든 고통 끝에 죄인이 전생의 죄업을 다 부수고 지옥을 벗어나더라도 이후 삼백 생 동안 아귀도에 태어난다고 한다. 결국 용선처와 적동미니선처는 불교도들에게 사견을 입에 올리지 말고 진실한 말만을 알릴 것을 경고하는 지옥이라고 하겠다.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 shui1@naver.com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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