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행일기] 정민숙
[나의 신행일기] 정민숙
  • 법보신문
  • 승인 2017.08.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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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 연화심
“우리는 충분히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애를 쓸수록 괴로워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괴로움의 원인은 대부분 욕망에서 비롯됩니다. 놓아버리면 집착하지 않게 되고 그에 따른 고통도 자연스럽게 소멸됩니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버린다고 해서 모든 집착이 사라지는 게 아닙니다. 이기적인 욕망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수행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보살의 마음으로 최소한의 것도 충족되지 않는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을 쏟는 자비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집착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어르신 목욕 등 봉사활동
불자로서 자비행 돌아봐
개심사 어린이법회 운영
포교사로서 새 인생 준비


뒤늦게 알았다. 자비행을 찾아보니 서울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법문에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 보살은 어머니가 자식을 향하는 마음 그 자체다. 연민을 느끼고 사랑하며 보살피려는 따듯한 마음이며 자비행은 그 실천이었다. 배고픈 이에게 밥이 되고 아픈 이에게 약이 되며 집이 필요한 이에게 보금자리를 서원한 큰스님들 원력이었다. 내겐 그만한 원력은 언감생심이지만 나름 노력을 했던 것 같다.

10년도 넘었지만 아직도 생생한 기억이다. 2006년 8월이었다. 괴산군자원봉사센터 문을 두드렸다. 아이 둘을 낳고 풍선장식가와 풍선강사로 활동하면서 조금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서다. 주부교실이라는 봉사단체를 소개받았다. 괴산군 내 주부들로 구성된 여성봉사단체인데, 젊은 주부들이 많아서인지 활기찼다. 입단해 처음 방문한 곳이 청천재활원이다. 멀리서 정신지체어르신이 달려와 안아주시는 순간, 만감이 교차했다. 거부감, 역겨움, 창피함…. ‘내가 원하던 봉사가 아닌데….’ 미안함부터 순식간에 여러 생각이 지나갔다. 진정하고 돌아오는 내내 마음 한구석이 이상했다.

셋째 아이를 갖게 되면서 봉사는 잠시 접었다. 출산 후 첫 돌이 지난 뒤 다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이번엔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따르기로 했다. 어르신들을 깨끗하게 해드리는 목욕봉사팀에 소속됐다. 오지마을 독거어르신을 찾아가 이동목욕버스에서 목욕을 시켜드리는 일이었다. 머리카락을 감겨 드리고 때를 밀어드리는 등 온몸을 씻겨드려야 했다. 휠체어를 탄 어르신도 있어 옮기는 일이 너무 조심스러웠다. 자칫 잘못하면 휠체어에서 목욕의자로 옮기는 도중 넘어질 수 있어서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도움이 될까 싶어 요양보호사 학원에 등록했다. 2달 정도 이론을 배우고 2주간 실습을 마치고 자격증을 땄다. 애초 자격증이 목표가 아니었다. 말벗이나 목욕 등 어르신들을 대할 때 마음가짐은 어떻게 갖고 어떤 도움을 드려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어르신들을 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점차 어르신들 입장이 될 수 있었다. 봉사할수록 보람과 행복을 느꼈다. 반면 가정살림은 소홀해져 약간 엉망이 됐다. 청소와 설거지로 남편과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했다.

센터에서는 재능기부를 제안했고, 풍선으로 봉사단을 만들어 교육을 시작했다. 미소풍선이라는 단체를 만든 지 수년째다. 봉사를 노력봉사로만 여겼지만 재능을 기부하는 일도 보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절에서 생활도 그렇다. 내가 다니는 충북 괴산 조계종 개심사는 어릴 때부터 인연으로 낯설지가 않다. 경찰공무원인 남편의 진급시험을 앞두고 100일 기도를 시작했고, 절은 일상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왔다.

보현회라는 신도모임을 하면서 불자로서 생활이 시작됐다. 기도하면서 사중 일을 거들었다. 주지스님과 김장 준비도 하고 겨우내 먹을 수 있도록 무도 뽑고 무청을 말렸다. 법당 잔심부름도 했지만 단 한 번도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스님께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좋았고, 절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알아서 좋았으며, 법당에 들어가는 순간 가득한 향 내음이 좋았다. 불교공부와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배려와 자비 덕목이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소속된 사찰을 많이 접하고 많은 사람들을 대해야 배려나 자비 실천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은 개심사 청년회 법회 상임부회장이고 어린이법회 간사로서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마다 법회를 진행 중이다. 중등부 법회는 보조간사로 활동한다. 올해는 일이 바빠 어린이법회 운영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하지만 12월이 되면 포교사로서 또 보살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해보려 한다.

공동기획:조계종 포교원 디지털대학

[1404호 / 2017년 8월 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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